선조수정실록38권, 선조 37년 4월 1일 신사 1번째기사
1604년 명 만력(萬曆) 32년
이항복을 영의정으로 삼았으나 간당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하여 사양하다
이항복을 영의정으로 삼았으나 극력 사양하고 나오지 않았다. 항복이 다시 영의정이 되었으나 곧 병을 핑계하여 면직을 청하였는데, 사직 차자를 쓸 때마다 첫머리에 반드시 ‘자신은 임금을 잘 섬기지 못하여 이름이 간당(奸黨) 속에 들어 있다.’는 말을 썼다. 어떤 사람이 묻기를,
"간당이란 두 글자에 대해 이처럼 지리하게 중언 부언할 필요가 있습니까?"
하니, 항복이 말하기를,
"간당이란 이름을 얻었으니, 내가 마땅히 마음에 잊지 않는 것이 무엇이 불가한가."
하였다. 이 말이 비록 농담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은미한 뜻이 있음을 또한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실록》을 편수하는 자가 ‘항복이 차자에 매양 간당이란 두 글자를 거론하면서 분노하는 기색이 말에 넘쳐 흘렀다.’고 하였으니, 이 어찌 항복을 아는 자이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8책 38권 3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93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 역사(歷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