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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 26권, 선조 25년 4월 14일 계묘 28번째기사 1592년 명 만력(萬曆) 20년

도성의 궁성에 불이 나다

도성의 궁성(宮省)009) 에 불이 났다. 거가가 떠나려 할 즈음 도성 안의 간악한 백성이 먼저 내탕고(內帑庫)에 들어가 보물(寶物)을 다투어 가졌는데, 이윽고 거가가 떠나자 난민(亂民)이 크게 일어나 먼저 장례원(掌隷院)과 형조(刑曹)를 불태웠으니 이는 두 곳의 관서에 공사 노비(公私奴婢)의 문적(文籍)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궁성의 창고를 크게 노략하고 인하여 불을 질러 흔적을 없앴다. 경복궁(景福宮)·창덕궁(昌德宮)·창경궁(昌慶宮)의 세 궁궐이 일시에 모두 타버렸는데, 창경궁은 바로 순회 세자빈(順懷世子嬪)찬궁(欑宮)010) 이 있는 곳이었다. 역대의 보완(寶玩)과 문무루(文武樓)·홍문관에 간직해 둔 서적(書籍), 춘추관의 각조 실록(各朝實錄), 다른 창고에 보관된 전조(前朝)의 사초(史草), 【《고려사(高麗史)》를 수찬할 때의 초고(草稿)이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가 모두 남김없이 타버렸고 내외 창고와 각 관서에 보관된 것도 모두 도둑을 맞아 먼저 불탔다. 임해군의 집과 병조 판서 홍여순(洪汝諄)의 집도 불에 탔는데, 이 두 집은 평상시 많은 재물을 모았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었다. 유도 대장(留都大將)이 몇 사람을 참(斬)하여 군중을 경계시켰으나 난민(亂民)이 떼로 일어나서 금지할 수가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14면
  • 【분류】
    왕실-궁관(宮官) / 왕실-종친(宗親) / 사법-치안(治安) / 군사-금화(禁火) / 역사-편사(編史) / 신분-천인(賤人)

  • [註 009]
    궁성(宮省) : 궁중에 설치된 관서.
  • [註 010]
    찬궁(欑宮) : 관(棺)을 안치한 곳.

○都城宮省火。 車駕將出, 都中有姦民, 先入內帑庫, 爭取寶物者。 已而駕出, 亂民大起, 先焚掌隷院、刑曹, 以二局公、私奴婢文籍所在也。 遂大掠宮省、倉庫, 仍放火滅迹。 景福昌德昌慶三宮, 一時俱燼。 昌慶宮順懷世子嬪菆宫所在也。 歷代寶玩及文武樓、弘文館所藏書籍、春秋館各朝《實錄》、他庫所藏前朝史草、 【修《高麗史》時所草。】 《承政院日記》, 皆燒盡無遺。 內外倉庫、各署所藏, 竝被盜先焚。 臨海君家、兵曹判書洪汝諄家亦被焚, 以二家常時號多畜財故也。 留都大將斬數人以警衆, 亂民屯聚, 不能禁。


  • 【태백산사고본】 6책 26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5책 614면
  • 【분류】
    왕실-궁관(宮官) / 왕실-종친(宗親) / 사법-치안(治安) / 군사-금화(禁火) / 역사-편사(編史) / 신분-천인(賤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