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선조수정실록 25권, 선조 24년 5월 1일 을축 8번째기사 1591년 명 만력(萬曆) 19년

이발의 가속들이 추죄되자 조헌이 찾아가 이발의 어머니 윤씨를 뵙다

애초에 이발 등이 화를 입을 때 친구들 가운데 감히 돌보는 자가 없었다. 조헌(趙憲)이발의 가속이 추죄(追罪)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옥천(沃川)에서 술을 싸들고 올라와서 윤씨(尹氏)가 떠나는 것을 보고자 길가에 서 있었는데, 윤씨가 보고는 몹시 놀라면서 ‘공은 어찌하여 나를 보러 왔는가. 우리 아들이 공의 말을 들었더라면 어찌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 하고는, 큰소리로 통곡하였다. 조헌이 술을 따라 올리자 윤씨는 ‘노부(老婦)가 항상 술을 가까이 하였으나 이 변란을 당한 뒤로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공의 정성이 감격스러워 다 마시겠다.’ 하고는 연겨푸 몇 사발을 마시었다. 조헌이 북도(北道)에 있을 때 어느 수령이 모구(毛裘)를 선사하였는데, 조헌이 받아서 자신이 입지 않고 윤씨에게 바치니, 윤씨가 ‘죽어서 아들을 지하에서 만나면 이 일을 말해 주겠다.’ 하였다. 드디어 서로 바라보고 통곡하면서 헤어졌다. 이발의 첩이 잇달아 이르자 또 서로 마주 대하여 눈물을 흘리고는 이별할 때에 옷 한 벌을 주었다. 그후에 이발 집안의 일을 언급할 때마다 오열이 끓어올라 말하지 못하므로 곁에 있는 사람이 감동하였다. 이는 조헌이발 형제가 추천하고 이끌어준 사이로 친분이 몹시 깊어 항상 이발의 집에 가서는 어머니에게 절을 하였다. 이에 이이(李珥)가 무함을 받게 되어서 이발에게 이이를 무함한 정여립과 절친하다고 질책하면서 절교하기는 하였으나, 어려울 때에 옛 친구의 의리로 보답한 것은 바로 그의 본심에서 나온 지극한 정이었던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6책 25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07면
  • 【분류】
    인물(人物) / 사법(司法) / 변란-정변(政變)

○初, 等之被禍也, 親舊無敢顧視者, 趙憲聞其家屬被追, 自沃川佩酒徒步, 要見尹氏之舁行, 伏謁道左。 尹氏大驚曰: "公何自來見我耶? 吾兒曾用公言, 豈有此事?" 遂相對痛哭。 酌酒以進, 尹氏曰: "老婦常以酒扶持, 自遭此變, 一勺不入口。 感公至誠, 當盡飮。" 連呷數器。 在北道, 有守令贈毛裘, 受而不着, 乃以奉贈尹氏, 尹氏曰: "歸見亡兒於地下, 當以此事說與知道。" 遂相向哭別。 妾繼至, 又相對泣, 別贈以一襦。 其後每語及家事, 輒嗚咽不能言, 傍人爲之感動。 蓋本爲兄弟所薦引, 契許甚重, 常升堂拜母。 雖爲李珥被責其親密汝立, 而絶交, 於患難之際, 報以故舊之義, 則乃其本心至情也。


  • 【태백산사고본】 6책 25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607면
  • 【분류】
    인물(人物) / 사법(司法)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