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접사 유근이 허균·조희일을 종사관으로 스스로 천거하다
원접사 유근(柳根)이 아뢰기를,
"종사관을 자벽(自辟)하는 것은 관례입니다. 평상시에는 나름대로 사가 독서(賜暇讀書)로 길러 둔 신하가 있어서 이들 가운데 뽑아 대동하고 갔으나 변란을 겪은 뒤로 사가 독서의 선발을 아직 복원시키지 못한 실정이고 신이 매양 외직에 나가 있었던 까닭에 후진 인사들과 접촉이 드물어 어떤 사람이 글을 잘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근래 들은 바로는 사람들의 칭찬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홍서봉(洪瑞鳳)·허균(許筠)·김상헌(金尙憲)·이민성(李民宬)·조희일(趙希逸) 등 약간명이라고 합니다. 그중 홍서봉은 지금 성주 목사(星州牧使)로 나가 있고 김상헌은 경성 판관(鏡城判官)으로 나가 있고 이민성은 포폄(褒貶)에서 하등을 받았으므로 감히 대동하고 가기를 청할 수 없습니다. 허균은 한산직(閑散職)에 있기는 하나 지금 도하에 머물러 있으니 군직(軍職)에 붙여 대동하고 가기를 청하는 바입니다. 조희일은 승문원 박사이나 이는 곧 참하관(參下官)입니다. 일찍이 듣건대 박증영(朴增榮)은 직장(直長)으로 중국 사신 동월(董越)이 나왔을 적에 종사관이 되었었으나 그뒤로는 참하관으로서 종사관이 되었다는 말을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이 본 바로는 병술년 사이에 중국 사신이 나온다는 소식이 있었을 때 대제학 이산해(李山海)가 봉교 이호민(李好閔)을 대동하고 가려고 하여 그를 6품에 올려줄 것을 계청하려다가 마침내 사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입계하지 않았었습니다. 참하관을 6품으로 올리는 일은 아래에서 감히 마음대로 할 수는 없으므로 박증영의 선례에 따라 조희일을 대동하고 가기를 청하는 바입니다. 필선(弼善) 이지완(李志完)을 대동하고 가야 하는데 지금 성천에 가 있습니다. 조사(朝辭)를 생략하고 대동하고 가겠다는 뜻으로 도감(都監)에서 이문(移文)하여야 합니다. 황공스럽게 감히 여쭙니다."
하니, 상이 모두 윤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7책 19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147면
- 【분류】인사(人事) / 외교-명(明)
○遠接使柳根啓曰: "從事官自辟, 例也。 其在平時, 自有賜暇儲養之臣, 不過就此人中帶去, 經變以後, 賜暇之選, 時未復設, 臣每在于外, 罕與後進之士相接, 未知某人能文也。 近日來聞見則人之所稱道者, 洪瑞鳳、許筠、金尙憲、李民宬、趙希逸等若干人。 洪瑞鳳方爲星牧; 金尙憲方爲鏡城判官; 李民宬褒貶居下, 未敢啓請帶去; 許筠雖在閑散之中, 時留都下, 請付軍職帶去。 趙希逸爲承文院博士, 乃是參下官。 曾聞, 朴增榮以直長, 爲董越天使時從事官, 厥後未聞以參下官從事官。 第臣曾見丙戌年間天使出來之奇, 其時大提學李山海, 欲啓請帶去奉敎李好閔, 而仍欲啓請陞遷六品, 天使竟不果來, 故未及入啓。 參下官陞遷六品, 自下未敢擅便, 請依朴增榮之例, 帶去趙希逸。 弼善李志完當爲帶去, 而方在成川。 除朝辭, 帶行之意, 自都監移文爲當。 惶恐敢稟。" 上曰: "竝允。"
- 【태백산사고본】 107책 19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147면
- 【분류】인사(人事)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