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전 문제에 관해 좌의정 윤승훈의 의견대로 하라고 전교하다
호조(戶曹)가 아뢰기를,
"대신에게 의논하였더니, 좌의정 윤승훈(尹承勳)은 의논드리기를 ‘양전(量田)이야말로 경계를 바루는 중대한 일로서 그만둘 수 없는 것인데, 이미 4년을 경과하고도 끝내지 못하였으니, 이는 조정의 기강이 아주 없어지고 관리가 법을 농간하여 제때에 거행하지 않는 탓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무슨 일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지금 만약 농사철이 다가온다는 핑계로 어사를 보내지 않을 경우, 우리 나라의 인심은 나라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고식적으로만 처리하려 하는데, 아마도 외방(外方)에서 어사의 행차가 정지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더욱 태만한 마음이 더해져 거의 완성되어 가는 일도 도리어 늦추어지게 할까 염려된다. 신이 해사(該司)의 사목을 보건대 한 고을의 전결(田結) 중에서 제비를 뽑아 복심(覆審)하게 했을 뿐, 남김없이 다시 측량하지는 못하게 하였으니, 좌도(左道)·우도(右道)에 두 어사를 나누어 보내 사목대로 제비를 뽑아 복심하게 한다면 오래 머물러 농사를 방해할 염려는 없을 듯하다. 설사 지금 어사를 보내는 것을 멈추고 내년 추수 때를 기약한다 하더라도, 인심이 게을리 세월만 보내다가 추수할 때가 되어 다시 지금처럼 성적(成籍)하지 못할지 어찌 알겠는가. 그렇다면 어사의 행차를 또 다시 멈추겠는가. 신이 듣건대 수령(守令)이 이 양전하는 일을 빙자하여 민간에서 지필(紙筆)을 장만하도록 요구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고 백성 역시 해마다 논밭 사이에서 분주하게 되는 것을 자못 괴롭게 여겨 다들 빨리 끝내기를 바란다 하니, 오늘날 어사의 행차는 멈출 수 없을 듯하다. 다만 영남(嶺南)은 황정(荒政)이 바야흐로 급하고 서북(西北)은 길이 멀어서 왕래할 즈음에 농사철을 범하게 될 것이니, 이 세 도만은 다시 내년 추수 때를 기다려 어사를 보내는 것을 의논하는 것이 사의(事宜)에 합당할 듯하다.’ 하고, 우의정 유영경(柳永慶)은 의논드리기를 ‘양전의 중대한 일에 대해 영을 내린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끝내지 못하였으니, 지극히 한심하다. 따라서 해조가 어사를 나누어 보내서 성적을 재촉하려는 의도가 우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삼동(三冬)이 다 가고 농사철이 다가오는데, 이런 때에 어사가 각도에 나뉘어 가서 소관 업무를 처리하느라 오래 지방에 머무르게 되면 필시 농사를 방해할 걱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폐를 염려하여 대충 어설프게만 순력(巡歷)하면 복심하는 일이 필시 자세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우선 차관(差官)을 보내 감사에게 하유하여 빨리 성적하게 하고, 내년 추수 때를 기다려 어사를 보내 종용히 복심하게 하면, 백성은 농사를 그르칠 일이 없고 전적도 소루하게 되는 폐단이 없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하니, 좌상의 의논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6책 169권 5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554면
- 【분류】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농업-양전(量田)
○戶曹啓曰: "議于大臣, 則左議政尹承勳議: ‘量田, 乃是正經界重事, 不可已之擧也, 而已經四年, 尙未畢完。 此由朝綱蕩然, 官吏玩法, 趁未擧行之致。 以此推之, 何事不然? 今若諉以耕候將迫, 不遣御史, 則我國人心, 不以國事爲念, 而專務姑息。 竊恐外方, 得聞御史停行, 益增怠慢之心, 致令垂成之事, 反歸於弛緩也。 臣見該司事目, 則一邑田結, 只令抽栍覆審, 而不許無遺更量。 左右道, 分遣兩御 史, 依事目抽栍覆審, 則似無久留妨農之患也。 設使今日, 停遣御史, 期以明年秋成, 而安知人心玩愒, 其到秋成, 復有如今日之未成籍也? 若然則御史之行, 又復停之乎? 臣聞守令, 憑此量田一事, 責辦紙筆於民間, 非一非再, 而民亦每年奔走於阡陌, 頗以爲苦, 皆願速畢。 今日御史之行, 恐不可停也。 但嶺南, 荒政方急, 西北。 道路懸遠, 往來之際, 必犯農月。 除此三道, 更俟明年秋成, 議遣御史, 恐合事宜。’ 右議政柳永慶議: ‘量田重事, 出令數年, 尙未完了, 極爲寒心。 該曹欲分遣御史, 催督成籍, 意非偶然, 而第今三冬已盡, 耕月將迫。 此時御史, 分往各道, 若爲所幹, 久留境上, 則必有妨農之患, 若慮民弊, 草草巡歷, 則覆審之事, 必未詳盡。 臣之愚意, 姑遣差官, 下諭監司, 催督成籍, 更待明年秋成, 發遣御史, 從容覆審, 則民無廢農之事, 而田籍亦無踈漏之弊矣。’" 傳曰: "依左相議。"
- 【태백산사고본】 96책 169권 5장 B면【국편영인본】 24책 554면
- 【분류】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농업-양전(量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