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가 양전을 기한 내에 시행하고 목마장을 법에 따라 바룰 것을 건의하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경계를 바루는 것은 국가의 급무인데, 한번 병화(兵火)를 겪은 뒤로는 의거할 전적(田籍)이 없어지고 나라의 기강이 탕패되었으므로 호강(豪强)한 자가 널리 차지하여 가난한 백성이 생업을 잃고, 간사한 관리가 연줄을 따라 폐단을 지어 많은 것을 적다 하고 경작하는 것을 묵은 것이라 하는 등, 갖가지 간사한 폐단을 이루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양전(量田)하는 일을 경자년199) 에 시작하면서 사목(事目)을 엄하게 세워 각도에 공문을 보내어 알렸으나, 각도의 수령이 고식적으로만 행하려 할 뿐 봉행할 뜻이 없습니다. 봄에는 가을로, 가을에는 겨울로 구습(舊習)을 따라 미루므로 거의 이루어질 듯하면서도 끝내지 못한 지 이제 4년이나 되었으니, 국가의 중대한 일이 어찌 이러할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지난 가을에 호조(戶曹)가 사목을 다시 만들어 올 겨울 안에 측량을 끝내 성책(成冊)해서 올려보내게 한 이상 기한이 이미 정해졌으니, 착실하게 잘 봉행하면 미치지 못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성적(成籍)이 오지 않기 때문에 어사(御史)의 행차를 또 중지시키고 다 올려 보내기를 기다려 보내게 되었으니 어사가 언제나 가게 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영이 내려지면 봉행할 뿐인데, 어찌 그 수령이 게을러서 하지 않는 대로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각도의 성책을 각각 그 기한 안에 미처 올려보내지 못한 자는 해조를 시켜 한결같이 사목에 따라 시행하게 하소서.
각도의 목마장(牧馬場)은 난후에 거의 다 폐기되어 공가(公家)의 둔전(屯田)이 되기도 하고 백성이 사사로이 차지하기도 하여 마음대로 경작하며 꺼리는 것이 없습니다. 말이 있는 목장일지라도 도리어 내쫓아서 기르지 못하게 하니, 많이 번식 되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이 때문입니다. 이후로 목장 안에서 함부로 경작하는 자는 낱낱이 적발하여 법에 따라 도로 묵히고 연유를 갖추어 계문(啓聞)하라고 각도의 감사에게 하서(下書)하여 마정(馬政)을 중히 하소서."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6책 169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554면
- 【분류】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농업-양전(量田) / 교통-마정(馬政)
- [註 199]경자년 : 1600 선조 33년.
○司憲府啓曰: "經界之正, 有國之急務。 一自兵火之後, 田籍無憑, 國綱蕩然。 豪右廣占, 貧民失業, 奸吏因緣作弊, 以多爲少, 以起爲陳, 種種奸弊, 有不可勝言者, 故量田之擧, 始於庚子年, 嚴立事目, 行會各道, 各道守令, 惟務姑息, 無意奉行, 春而秋, 秋而冬, 因循遷就, 垂成而未畢者, 于今四載。 國家重事, 豈容如是? 誠可寒心。 去秋間, 戶曹更爲事目, 今冬內使之畢打量, 成冊上送, 則期限已定。 苟能着實奉行, 必無不及之理。 今以(成藉)〔成籍〕 不來之故, 又止御史之行。 將待畢上送, 而發遣, 御史之行, 將無日矣。 令出惟行。 豈可任其守令之緩慢, 而不爲之所乎? 諸道成冊, 各其限內未及上送者, 令該曹, 一依事目施行。 各道牧馬之場, 亂後率多廢棄, 或爲公家屯田, 或爲民人私占, 恣意耕墾, 無所顧忌, 雖有馬之場, 乃反驅逐, 使不得牧養。 其孶息不繁, 職此之由。 自今場內冒耕者, 一一摘發, 依法還陳, 具由啓聞事, 請下書各道監司, 以重馬政。" 答曰: "依啓。"
- 【태백산사고본】 96책 169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554면
- 【분류】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농업-양전(量田) / 교통-마정(馬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