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임금의 능묘의 일을 의논하다
비망기로 이르기를,
"전대(前代) 임금들의 능묘(陵墓)는 변란을 겪은 뒤이므로 각각 그 고을로 하여금 편의에 따라 훼손된 곳을 수리하고 초목(樵牧)을 금해야 할 듯하다. 전대의 충신으로 신라의 김유신(金庾信)·김양(金陽)과 백제의 성충(成忠)·계백(階伯) 및 고려의 강감찬(姜邯贊)·정몽주(鄭夢周)같은 이의 묘소도 봉식(封植)하고 초목을 금해야 할 듯하다. 한둘만 들어서 말하고, 나머지는 다 말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정원이 아뢰기를,
"성교(聖敎)를 보건대 이대(異代)를 차별없이 추숭(追崇)하여 봉식하라는 뜻이 지극하십니다. 예조를 시켜 널리 더 듣고 보아 전대 임금들의 능묘와 충현(忠賢)으로서 뛰어나게 일컬어지는 자는 상교(上敎)에 따라 편의한 대로 시행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하였다. 일이 예조에 계하(啓下)되자, 예조가 아뢰기를,
"듣고 본 것이 넓지 못하고 전적(典籍)에는 의거할 곳이 없으므로 쉽사리 거행하기 어려운 형세이니, 각 고을을 시켜 전에 봉식하고 수리한 전대 임금들과 충현으로서 뛰어나게 일컬어져 사람들의 이목(耳目)에서 잊혀지지 않은 자를 낱낱이 탐문하여 아뢴 뒤에 처리할 일로 팔도의 감사(監司)와 개성부 유수에게 아울러 행이(行移)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그대로 따랐다. 예조가 또 아뢰기를,
"이제 각 고을에서 보고한 것을 보니, 뛰어난 자인지를 가리지 않고 다만 지경 안의 유명한 분묘를 범연히 써 보낸 곳도 있습니다. 국가가 봉식하는 성전(盛典)을 혼잡하게 시행할 수 없으므로 계하(啓下)에 따라 뛰어나게 일컬어지는 사람과 전대의 임금들의 능묘를 각각 계본(啓本)에 실린 것에 따라 뒤에 나열하여 적었으니, 각도를 시켜 먼저 봉식하고 나무하거나 방목하는 것을 금하게 하소서. 전대의 임금들과 충현이 이뿐만 아닐 것인데 비망기에 언급된 성충·계백·강감찬같은 이를 각도에서 적어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연대가 오래 되어 알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니, 각도의 감사에게 다시 이문(移文)하여 상세히 탐문하여 치계(馳啓)하라고 행이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아뢴 대로 윤허하였다. 능묘는 다음과 같다.
강원도 영월(寧越)에 있는 노산군(魯山君)의 묘, 개성부(開城府)에 있는 고려 시조 현릉(顯陵)의 경내에 있는 소목릉(昭穆陵) 열 곳, 경상도 김해(金海)에 있는 가락국 시조 수로왕(首露王)의 능, 경주(慶州)에 있는 신라 시조 혁거세(赫居世)의 능, 김춘추(金春秋)의 능, 김양(金陽)의 묘, 미추왕(味鄒王)의 능, 효소왕(孝昭王)의 능, 선덕왕(善德王)의 능, 대각간(大角干) 김유신(金庾信)의 묘, 진주(晉州)에 있는 증 대사간(贈大司諫) 조식(曹植)의 묘, 예안(禮安)에 있는 상락공(上洛公) 김방경(金方慶)의 묘, 증 영의정(贈領議政) 이황(李滉)의 묘, 인동(仁同)에 있는 고려의 충신 주서(注書) 길재(吉再)의 묘, 청도(淸道)에 있는 김일손(金馹孫)의 묘, 밀양(密陽)에 있는 문간공(文簡公) 김종직(金宗直)의 묘, 흥해(興海)에 있는 증 영의정 이언적(李彦迪)의 묘, 함양(咸陽)에 있는 증 우의정(贈右議政) 문헌공(文獻公) 정여창(鄭汝昌)의 묘, 현풍(玄風)에 있는 증 영의정 문경공(文敬公) 김굉필(金宏弼)의 묘, 경기 장단(長湍)에 있는 문성공(文成公) 안유(安裕)의 묘, 문경공(文敬公) 김안국(金安國)의 묘, 증 우의정 서경덕(徐敬德)의 묘, 주계군(朱溪君)의 묘, 고양(高陽)에 있는 고려 공양왕(恭讓王) 양위(兩位)의 묘, 용인(龍仁)에 있는 문충공(文忠公) 정몽주(鄭夢周)의 묘, 문정공(文正公) 조광조(趙光祖)의 묘, 황해도 해주(海州)에 있는 문헌공(文憲公) 최충(崔沖)의 묘, 평안도 평양(平壤)에 있는 기자(箕子)의 묘, 중화(中和)에 있는 동명왕(東明王)의 묘.
- 【태백산사고본】 96책 166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53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행정(行政) / 풍속(風俗) / 역사(歷史)
○壬戌/備忘記曰: "前代諸王陵墓, 經變之後, 似當令各其本官, 隨便修治破毁, 禁其樵牧, 前代忠臣如新羅之金庾信、金陽, 百濟之成忠、階伯, 高麗之姜邯賛、鄭夢周之墓, 亦似當封植, 禁其樵牧。 只擧一二而言, 餘不能悉。" 政院啓曰: "伏覩聖敎, 其無間異代, 追崇封植之意, 至矣。 令禮曹, 廣加聞見, 前代諸王陵墓及忠賢之表表著稱者, 依上敎, 從便施行宜當事。" 啓下禮曹。 禮曹啓曰: "聞見未博, 典籍無憑, 勢難容易擧行。 令各官, 在前所封植修治前代諸王及忠賢表表著稱, 在人耳目, 不至(諲設)〔湮沒〕 者, 一一訪問, 啓聞後處置次, 八道監司及開城府留守處, 竝爲行移何如?" 上從之。 禮曹又啓曰: "今見各官所報, 或有不辨表表與否, 只將境內有名墳墓, 泛然書送之處。 國家封植之盛典, 不可混施。 依啓下表表著稱人及前代諸王陵墓, 各以啓本內所載, 開錄于左, 令各道, 先爲封植, 禁其樵牧。 前代諸王及忠賢, 必不止此。 如備忘記所及成忠、階伯、姜邯賛, 各道不爲開報。 是必年代久遠, 未能聞知而然。 各道監司處, 更爲移文, 詳細訪問馳啓事, 行移何如?" 啓依允。 江原道 寧越 魯山君墓、開城府 高麗始祖顯陵境內昭、穆陵十處, 慶尙道 金海 駕洛國始祖首露王陵、慶州 新羅始祖赫居世墓、金春秋陵、金陽墓、味鄒王陵、孝昭王陵、善德王陵、大角干金庾信墓、晋州贈大司諫曺植墓、禮安 上洛公 金方慶墓、贈領議政李滉墓、仁同 高麗忠臣注書吉再墓、淸道 金馹孫墓、密陽 文簡公 金宗直墓、興海贈領議政李彦迪墓, 咸陽贈右議政文獻公 鄭汝昌墓、玄風贈領議政文敬公 金宏弼墓、京畿 長湍 文成公 安裕墓、文敬公 金安國墓、贈右議政徐敬德墓、朱溪君墓、高陽 高麗 恭讓王兩位墓、龍仁 文忠公 鄭夢周墓、文正公 趙光祖墓、黃海道 海州 文憲公 崔冲墓、平安道 平壤 箕子墓、中和 東明王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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