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에서 대신들과 상의하여 명나라 등황재조관의 영접의 일을 회계하다
예조가 회계하기를,
"대신들에게 의논하니, 영상 이덕형(李德馨), 좌상 김명원(金命元), 우상 유영경(柳永慶)은 ‘등황 재조관(謄黃賚詔官)104) 이 직접 서울까지 오는 것은 과연 난리 후의 잘못된 규례(規例)이니 실로 번번이 그대로 따르는 것은 불가하다. 그런데 이번에 휘호(徽號)를 진하(進賀)하기 위한 사신을 차임하여 이미 출발시켰으니 국총(國寵)이 나오는 것은 더욱 부당하다. 해조의 공사(公事)대로 자문(咨文)을 요동(遼東)에 보내 청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 삼가 상의 결단을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대신의 뜻이 이와 같으므로 감히 아룁니다."
하니, 윤허한다고 전교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이때 중국 조정에는 탐욕스러운 풍조가 크게 일어나 뇌물이 공공연히 행해졌다. 지난번 대군이 오게 되니 여러 장수들은 모두들 은을 바쳐 차출되기를 도모했고, 우리 나라에 도착해서는 먼저 가렴주구를 일삼았다. 심지어 등황 조서를 가지고 오는 차관(差官)은 왕래할 때에 명주[紬] 수백 필과 인삼 백여 근을 가지고 갔다. 이 때문에 서쪽 지방 백성들이 이들 접대에 피폐하여 고혈(膏血)이 다 빠지고 토붕 와해의 형세가 조석간에 이르렀으니,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장수는 무부(武夫)이며, 차관은 천한 하례들이니 깊이 괴이하게 여길 것도 없지만, 지난번 사신 고천준(顧天峻)은 한림학사(翰林學士)로서 천자의 명을 받들고 외국에 와서 공공연히 독촉해서 받은 은자(銀子)가 1천여 냥이나 되고 음식 그릇까지도 모두 은으로 바꾸어 돌아가 외국인들로부터 비루하다고 타매(唾罵)를 당했으니, 중국의 일을 알 만하다.
- 【태백산사고본】 90책 15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388면
- 【분류】정론(政論) / 외교-명(明) / 역사-사학(史學)
- [註 104]등황 재조관(謄黃賚詔官) : 황색 종이에 베낀 황제의 조서를 가지고 오는 관원.
○禮曹回啓曰: "議于大臣, 則領相李德馨、左相金命元右相柳永慶以爲: ‘謄黃齎詔官, 直來京城, 果是亂後謬例, 固不可每每仍循, 而今則徽號進賀, 專差使臣, 已爲發送, 國寵尤不當出來。 依該曹公事, 咨請遼東宜當。 伏惟上裁。’ 大臣之意如此。 敢啓。" 傳曰: "允。"
【史臣曰: "是時天朝, 貪風大振, 賄賂公行, 頃年大軍之來, 諸將官, 皆納銀圖差, 及到我國, 先事誅求, 至於齎詔差官之往來, 得紬子數百疋, 人參百餘斤而去。 以此西路民生, 疲於應接, 膏血已盡, 土崩之勢, 在於朝夕。 可勝痛哉? 將官, 武夫也, 差官, 下賤也, 不足深怪, 頃日天使顧天峻, 以翰林學士, 奉天子命, 來臨外國, 公然責受銀子千餘兩, 飮食器皿亦皆換銀而歸, 爲外國人所唾鄙。 中原之事, 可知矣。"】
- 【태백산사고본】 90책 15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388면
- 【분류】정론(政論) / 외교-명(明)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