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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23권, 선조 33년 3월 4일 정미 1번째기사 1600년 명 만력(萬曆) 28년

판중추부사 이덕형이 사직소를 올리다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이덕형(李德馨)이 차자를 올려 아뢰기를,

"신은 마음의 병이 쌓여왔는데, 이것이 빌미가 되어 병근(病根)이 깊이 박혔습니다. 그 가운데 냉습증(冷濕症)과 완담증(頑痰症)으로 더욱 통증이 심하여 여러해 동안 약을 써왔지만 쾌히 낫지를 않습니다. 게다가 각기증(脚氣症)과 중퇴증(重腿症)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반드시 온정(溫井)에 가서 목욕을 해야만이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이제 화창해지는 시기를 당하여 필마(匹馬)로 양식을 싸가지고 편의에 따라 갔다 왔으면 합니다만, 본직(本職)과 겸임한 훈련 도감 제조(訓鍊都監提調) 등의 직명을 지니고 있어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삼가 체차하시어 가서 목욕하여 치료하게 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사퇴하지 말고 갔다 오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덕형은 약관(弱冠)의 나이가 되기도 전에 성화(聲華)가 대단하였고 문사(文詞)가 찬란하였다. 따라서 청현직(淸顯職)을 두루 거쳐 검은 머리에 태정(台鼎)105) 이 되었으니, 보기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아(姻婭) 관계의 사정(私情)으로 이경전(李慶全)이 경망스러운 줄 알면서도 힘을 다하여 행여 노칠세라 끌어 들였다. 그런데 경전이 사로(仕路)를 얻고 나서는 도리어 덕형을 배척하였다. 그리하여 창황히 병을 끌어대면서 온정(溫井)에 간다고 칭탁하였으니, 어찌 사람을 천거하는 것으로 임금을 섬기는 어진 정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애석하다.


  • 【태백산사고본】 75책 123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43면
  • 【분류】
    정론(政論) / 인사(人事) /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丁未/判中樞府事李德馨上箚啓曰: 臣積傷爲祟, 病根深痼, 其中冷濕頑痰, 尤爲痛患, 經年用藥, 未見快減, 脚氣重膇, 日暖猶甚, 必浴溫井, 可以見效。 今當和煦之時, 切擬匹馬裹糧, 隨便往還, (願)〔顧〕 以本職及兼帶訓鍊都監都提調等職名在身, 私切悶迫。 伏乞遞差, 保得往浴治療, 不勝懇祈。 答曰: "勿辭, 往還。"

【史臣曰: "德馨年未弱冠, 藹蔚聲華, 文詞彪炳, 歷敡淸顯, 黑頭台鼎, 可謂難矣。 然以姻婭之私, 知李慶全之浮躁, 而專力汲引, 唯恐不及, 及慶全得路之後, 反爲所擠, 引疾蒼黃, 托於溫井, 豈可謂以人事君之賢相乎? 惜哉!"】


  • 【태백산사고본】 75책 123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4책 43면
  • 【분류】
    정론(政論) / 인사(人事) /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