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가 도원수 권율을 추증하는 일로 아뢰다
도원수(都元帥) 권율(權慄) 【*. 】 을 추증(追贈)하는 일로 이비(吏批)가 아뢰었다.
"영돈녕부사 이산해(李山海)와 해원 부원군(海原府院君) 윤두수(尹斗壽)는 의논드리기를 ‘증직(贈職)의 고하(高下) 문제는 해조(該曹)가 참작하여 시행하기에 달렸다.’ 하였고, 행 판부사 정탁(鄭琢)은 의논드리기를 ‘숭품(崇品)으로 품계를 올리더라도 안될 게 없을 듯하다.’ 하였습니다. 영중추부사 최흥원(崔興源), 행 판중추부사 이원익(李元翼), 우의정 이항복(李恒福)은 병 때문에 수의(收議)하지 못하였습니다."
【*영상(領相) 권철(權轍)의 아들이다. 늦게 과거에 급제하여 여러 벼슬을 거친 다음 호조 정랑이 되었고 의주 목사(義州牧使)로 뛰어올랐다. 임진년에는 광주 목사(光州牧使)로서 호남의 방백(方伯)으로 승진되었다. 그의 성품은 본래 우둔하고 겁이 많았으며 위망이나 지략이 별로 일컬을 만한 것이 없었다. 단지 행주(幸州)에서 한 차례 승첩을 거두자 갑자기 중명(重名)을 얻게 되어 도원수에 제수되고 곤외(閫外)를 전제하였다. 오랫동안 적진과 대치하고 있으면서 한 가지의 계책이라도 바쳐 적의 흉봉(凶鋒)을 꺾지는 못하고 도리어 겁을 먹고는 적의 모습이 보이기도 전에 늘 멀리 피하곤 하였다. 정유년 주사(舟師)의 전투에서 아무리 조정의 명령이 있었다고는 하나 진실로 시기를 살피고 힘을 헤아려 왜적과 대결하기가 어렵다는 상황을 즉시 치계했어야 하였다. 그리고 제장(諸將)에게 분부하여 군사를 정돈하여 고수하고 적을 가벼이 보지 말라고 했더라면 적이 많다고는 하나 필시 제멋대로 충돌해 오기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권율은 이런 계책은 염두에도 두지 않고 멋대로 경거망동하면서 통제사(統制使) 원균(元均)을 형장(刑杖)하면서까지 더욱 급하게 독전(督戰)하였다. 그리하여 6년 동안 어렵게 모은 주사를 일패시켜 하나도 남은 것이 없게 하였으며, 그 많은 산책(山柵) 역시 한 곳도 보존하지 못함으로써 적군으로 하여금 무인지경에 들어가듯 호남·호서를 침입하게 만들었다. 그는 겁내고 나약하여 방략이 없는 것이 이와 같았는데도 조정에선 그의 후임자를 구하기 어렵다 하여 다시 그에게 병권의 중임을 맡겼는데, 권율 역시 과거의 잘못을 고쳐 제진(諸鎭)을 독려하며 힘껏 적을 토벌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한다는 짓이 그저 아병(牙兵)으로 자위책(自衛策)을 삼고 주전(廚傳)107) 을 사치스럽게 하면서 적이 물러간 영호(嶺湖)의 고을들을 왕래하는가 하면 단지 이문(移文)하여 열진(列鎭)을 그냥 단속해 보는 것으로 책임을 면할 소지를 삼았으니, 그가 군무를 보살피지 않고 등한히 세월을 보낸 것이 회남(淮南)에서 고변(高駢)이 한 짓108) 과 다를 게 없다. 다만 8년 동안 밖에서 수고한 공로가 없지 않은데, 조정에서 증직(贈職)한 것이 혹시 여기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 】
- 【태백산사고본】 71책 11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647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군사(軍事)
○以都元帥權慄 【領相轍之子也。 晩登科第, 累轉爲戶曹正郞, 超拜義州牧使。 壬辰以光州牧使, 陞爲湖南方伯。 性本質鈍, 又多恇怯, 別無威望, 謀略之可稱。 只以幸州一捷, 遽得重名, 超授都元帥, 專制閫外。 久對賊壘, 不能獻一策, 畫一計, 以推兇鋒, 反爲畏怯, 不見賊形, 每每遠避。 丁酉舟師之戰, 雖有朝廷命令, 苟能相時度力, 以其難與爭鋒之狀, 劃卽馳啓。 又能分付諸將, 整旅固守, 毋使輕敵, 則賊雖衆必不至恣意衝突。 慄計不出此, 率意妄作, 至杖統制使元均, 而督戰益急, 使六年艱辦之舟師, 一敗無餘, 許多山柵, 亦無一處保存, 馴致賊犯兩湖, 如入無人之境。 其怯懦無方略如此, 而朝廷難於其代, 再畀推轂之任。 慄亦不能改弦易轍, 嚴督諸鎭, 奮力討賊, 徒以牙兵自衛, 濫飾廚傳, 往來於湖嶺賊退之邑, 只以文移, 虛飭列鎭, 以爲塞責之地, 其不察戎務, 玩愒度日, 無異高駢之在淮南。 但八年於外, 勤勞則有之, 朝廷之贈爵, 其亦或出於此耶?】 追贈事, 吏批啓曰: "領敦寧府事李山海、海原府院君 尹斗壽議: ‘贈職高下, 在該曹參商施行宜當。’ 行判府事鄭琢議: ‘進階崇品, 恐無不當。’ 領中樞府事崔興源、行判中樞府事李元翼、右議政李恒福, 病不收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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