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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11권, 선조 32년 4월 18일 정묘 3번째기사 1599년 명 만력(萬曆) 27년

참정 방발이 첩문을 상에게 보내오다

참정(參政) 방발(龐渤)이 첩문(帖文)을 상에게 보내왔는데 그 첩문은 다음과 같다.

"정유년 8월에 압록강(鴨綠江)을 건너 귀국(貴國)에 들어올 적에, 왜적에게 꺾이고 손상을 입어 열 집에 아홉 집은 텅빈 것을 목격하고 수십 만의 군대들을 어떻게 지공해야 할지를 몰라 매우 염려스러웠는데, 2년이 지나자 양초(糧草)가 풍족하고 군사와 말들도 기세가 등등하기에 저의 마음이 매우 위안되었습니다. 지난해 8월 남정(南征)할 적에 미쳐서는 날뛰는 적이 앞에 있고 천병(天兵)이 경내에 눌러 있었으니 이때가 어떠한 때이었겠습니까. 그런데도 국내의 노인과 어린이 및 부녀자들이 양곡을 운송하는 데 있어 밤낮으로 왕래가 끊이지 않았고 눈서리 속에 잠을 자며 살갗이 터지고 발이 찢겨져도 끝내 원망하는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이에 저는 창을 메고 서서 감탄하기를 ‘얻기 어려운 것이 인심이며 잃기 쉬운 것도 인심이다. 이러한 처지에 당해서도 인심이 이와 같은 것은 대개 오직 윗사람을 친애하고 어른에게 목숨을 바치는 의리가 중함만 알 뿐 다른 생각은 아예 갖지 않아서이다. 평소에 교양이 없었고 깊은 감화를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에 이를 수가 있겠는가. 참으로 문헌과 예의로 이름난 나라이다.’ 하면서 경복(敬服)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머문 지가 1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국왕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는 그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서쪽으로 가고나면 뒷날 만나게 될지 기대할 수 없기에 감히 상투적인 서식을 갖추어 어리석은 저의 심정을 말씀드립니다. 이만 줄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69책 111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600면
  • 【분류】
    외교-명(明) / 군사(軍事)

    ○參政龐渤送帖于上曰:

    丁酉八月, 渡鴨綠入貴邦, 目擊倭賊摧殘, 十室九空, 深慮十數萬之衆, 不知何以支度也, 二年來糧草豐裕, 士馬懽騰, 鄙懷甚慰。 去歲八月南征, 狂寇在前, 天兵壓境, 此何時也? 國中老幼婦女, 負戴儲糧道路, 晝夜絡繹不絶, 臥雪眠霜, 崩膚裂足, 終無怨言。 生荷戈羡歎曰: "難得者人心, 易失者人心。 當此地步, 人心如此, 蓋唯知親上死長之義篤, 而他念竟不萌也。 非敎之有素, 感之極深, 何以至此哉? 誠爲文獻、禮義名邦。" 敬服。 生居處一年於玆矣。 荷高義盛貺, 不啻萬萬。 目前西往, 後會無期, 敢整套儀, 聊布愚悰。 不宣。


    • 【태백산사고본】 69책 111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600면
    • 【분류】
      외교-명(明)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