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관찰사 황신이 올린 대마도의 왜적들을 정벌할 것에 대한 상소문
전라도 관찰사 황신(黃愼)이 상소하기를,
"8로의 적추들이 일시에 빠져 나갔습니다. 남양(南洋)에서 승첩을 거두기는 하였지만 이 분을 씻을 수 없으니 어찌 통분하지 않겠습니까. 중국군이 오늘 돌아간다면 이 적들은 내일 반드시 올 것입니다. 적은 하루에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 수천 리 밖에서 구원병이 오기를 바란다는 것은 아예 잘못된 계책입니다. 신이 나름대로 생각건대, 대마도는 우리 나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전부터 우리의 혜택을 받아온 지 오래였다고 봅니다. 그런데 임진 왜란은 실제로 이 적들이 끌어들인 것이니, 오늘날의 계책은 풍신수길(豊臣秀吉)의 머리를 베지는 못했지만 차라리 대마도의 적을 모조리 죽여 씨도 남기지 않음으로써 매우 통분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씻어야 할 것입니다. 신이 지난해에 사명을 받고 왜국을 오갈때 이 섬을 경유하면서 그곳의 산천의 형세를 익히 살펴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섬의 주위는 수백 리에 불과할 뿐인데 중간에 배를 정박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으며, 육로는 험하고 좁지만 사방에서 넘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른바 부중(府中)이란 곳은 바로 의지(義智)와 조신(調臣)이 거처하는 곳으로 인가가 겨우 3백여 호에 불과합니다. 그밖의 풍기(豐崎)·좌호(佐護)·인위(仁位)·여량(與良)·이내(伊奈)·봉(峯)·좌수(佐須)·두두(豆) 등 8부(部)는 1백여 호에 불과하므로 장정들을 모조리 뽑는다고 하더라도 1천 명도 못될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절강(浙江)의 7천∼8천 병력을 선발해 우리 주사와 함께 진주하여 일거에 바다를 건너가 방비가 없을 때 습격한다면 적들은 필시 놀라 무너질 것이니, 이른바 세찬 천둥소리에 미처 귀를 막지 못한다는 격입니다. 이 섬은 성곽이 없고 책루도 없으며 산성이 좁은 데다가 식수마저 없으므로 반드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새가 흩어져 날아가듯 달아날 것입니다.
의논하는 자들 중에는 혹은 말하기를 ‘여러 섬의 적들이 필시 와서 구원해줄 것이다.’ 하는데, 이점에 대해서 말하자면 대마도에서 일기도(一岐島)까지의 거리는 5백 리 쯤 되고 일기도에서 평호도(平戶島)까지 또 1백 30리가 됩니다. 저들이 아무리 빠른 배로 기별을 하더라도 구원병이 나오자면 반드시 순풍을 기다려야 하니, 신속히 공격한다면 우리 뜻대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형세로 보아 스스로 수비하기에도 겨를이 없는데 어느 틈에 남의 나라를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중국의 수병이 현재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으니 이곳에서 진격하여 정벌한다면 많은 힘을 소비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 뱃머리를 돌린 뒤에는 다시 군사로 조발하기 어려울 것이니, 이때야말로 놓치기 아까운 절호의 기회입니다. 신의 계책대로 시행한다면 10년 동안은 무사할 것을 보장할 수 있지만, 이번 기회를 놓쳐 도모하지 않는다면 1년도 못 되어 통상하자느니 쌀을 달라느니 하는 요청을 해올 것입니다. 일이 국가 안위에 관계되는 것이므로 끝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이 소장을 비변사에 내려 내일 안으로 신속히 의논하여 아뢰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107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548면
- 【분류】외교-명(明) / 군사(軍事)
○壬申/全羅道觀察使黃愼上疏曰:
三路兇酋, 一時網漏。 雖有南洋之捷, 不足以洩此憤, 豈不痛哉? 天兵今日退去, 則此賊明日必至。 寇在一日之程, 望救於數千里之地, 吁亦非計也。 臣妄意, 對馬一島, 與我國最近, 從前受惠於我者久矣, 而壬辰之役, 實此賊爲之句引, 則今日之計, 旣不能梟秀吉之首, 無寧盡殺對馬之賊, 俾無遺種, 以少洩至痛也。 臣往年奉使虜庭, 經由是島, 其山川形勢, 蓋熟察而默記之矣。 此島周回不過數百里, 而中間多有泊船處, 陸路雖險狹, 而四面皆可踰入。 所謂府中者, 乃義智、調信所居, 而人家僅有三百餘戶。 其餘豐崎、佐護、仁位、良、伊、(桑)峯、須、 豆等八部, 俱不過百餘戶, 雖盡發丁壯, 必不能滿千矣。 苟能選浙兵七八千, 與我舟師, 協勢進駐, 一擧渡海, 掩其無備, 賊之驚潰也必矣, 所謂疾雷, 不及掩耳者也。 此島旣無城郭, 又無柵壘, 山城窄而無水, 必不能持久, 不過爲鳥散而已。 議者或以爲: ‘諸島之賊, 必將來救’, 是則有說焉。 對馬之距一歧, 幾五百里, 自一歧至平戶島, 又一百三十里。 彼以快船飛報, 而援兵出來, 須俟便風。 若能疾攻, 我可以得志矣。 今日之勢, 自守不暇, 何暇謀人之國, 而第以天兵, 方在南洋, 從此進征, 不至費力, 而一番廻棹之後, 則更難調集, 機會可惜。 行臣之計, 則保十年無事, 失今不圖, 則不出一年, 通商給米之請至矣。 事係安危, 不敢終默。
傳曰: "此疏下備邊司, 明日內, 急急議啓。"
- 【태백산사고본】 67책 107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548면
- 【분류】외교-명(明)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