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에 형 군문의 관사에 나아가다
미시(未時)에 상이 형 군문(邢軍門)의 【형개(邢玠). 】 관사에 나아갔다. 상이 말하기를,
"3로의 왜적이 일시에 도망갔고 진 대인(陳大人)이 해상에서 대첩(大捷)하였으니 황은(皇恩)이 망극하고 또한 여러 대인의 공로입니다. 몸에 병이 있어서 즉시 찾아와 치하하지 못하여 황공합니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황제의 은혜가 망극하고 또 어제는 절일(節日)이었으니, 배하(拜賀)를 청합니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수고롭게 할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세 번 머리를 조아리자 군문도 세 번 머리를 조아렸다. 군문이 말하기를,
"왜적이 이미 도망쳤으니 국왕은 기쁩니까, 기쁘지 않습니까? 부산의 왜적도 이미 진채를 불태웠다고 합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기쁨을 이루 형언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군문이 말하기를,
"2백 척은 모두 이미 바다를 건너갔고 남은 왜적이 조금 있다고 합니다. 만약 오래 머물러 있을 계획이라면 어찌 진채를 불태웠겠습니까. 제가 이미 3로의 장수에게 분부하여 일시에 군사를 집합시켜 섬멸하게 하였습니다. 귀방의 수군 총병(水軍摠兵)은 누구입니까? 속히 내려보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니, 상이 말하기를,
"신임 총병은 이시언(李時言)입니다. 지금 전라도 지방에 있는데 즉시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하니, 군문이 말하기를,
"이시언은 쓸 만한 사람입니까? 또 수로(水路)를 환히 알고 있습니까? 이순신은 마음을 다해 왜적을 토벌하다가 끝내 전사하였으니, 저는 너무도 애통하여 사람을 시켜 제사를 지내게 했습니다. 국왕께서도 사람을 보내어 제사를 지내소서. 또 그 아들을 기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순신과 같은 사람은 얻기가 쉽지 않은데 마침내 이렇게 되었으니 더욱 애통합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소방이 7년 동안 난리를 겪어 스스로 진작하지 못하므로, 소방의 힘으로는 실로 왜적을 섬멸하기 어려운데, 대인의 성산(成算)으로 흉적이 도망치거나 혹은 참획(斬獲)되어 동방의 한 지역이 재생(再生)의 목숨을 잇게 되었으니, 대인의 덕을 갚을 길없고 황은이 망극합니다. 또 등 총병(鄧摠兵)은 소방의 일로 만리나 되는 험난한 길을 와서 해상에서 힘을 다해 싸우다가 불행하게도 운명하였으니 슬픔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이시언은 소방에서 훌륭한 장수로 일컫고 있습니다."
하였다. 군문이 말하기를,
"이는 황제의 위엄이고 국왕의 복입니다. 제가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등 장군의 일은 저도 슬프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영(李寧)과 노득공(盧得功)도 모두 운명하였으니 참으로 슬픕니다. 금번의 전투에서 많은 왜적의 목을 베었고 중로(中路)의 왜장(倭將) 36명도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하고, 군문이 또 말하기를,
"진 총병(陳摠兵)은 용맹한 장수입니다. 또 수전(水戰)을 잘하여 노량(露梁)의 전투에서 심안도(沈安道)의 목을 베었으며, 유 총병(劉摠兵)도 또한 비란도(飛闌道)의 목을 베었고 또 왜인의 편지 20축(軸)을 빼앗았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천조(天朝)의 대인들이 소방의 일에 모두 마음을 다하였지만 진 대인(陳大人)이 가장 힘써 싸운 것은 전일 불곡(不穀)이 대인께 고하였습니다. 현재 해상의 승리는 진 대인의 공이고 또한 대인께서 장수를 잘 기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군문이 말하기를,
"한산도(閑山島)도 이미 수복(收復)되었으며 전라도 지방에는 왜적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니, 상이 말하기를,
"황제의 위엄이 미치는 곳마다 차례로 평정될 것입니다. 다만 왜적은 교활하기 짝이 없으니 남아 있는 적들이 남해(南海)·거제(巨濟) 등 육지 가까운 지역으로 들어가 점거할까봐 매우 걱정됩니다. 만약 이 기회를 틈타 수륙(水陸)으로 진격하여 단번에 무찌른다면 거의 후환이 없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대인께서는 사기(事機)를 잃지 마십시오."
하였다. 군문이 이어 패문(牌文)의 초고(草稿)를 보이며 말하기를,
"이는 4로(路)의 장수들에게 분부한 글인데 발송한 지 이미 3일이 되었습니다. 마땅히 편선(片船)도 돌아가지 못하게 할 것인데 어찌 사기를 그르치겠습니까."
하니, 상이 말하기를,
"이 패문을 보건대 대인의 성산(成算)에 더욱 탄복하겠습니다."
하고, 상이 이어 승지를 돌아보고 이르기를,
"금번 중로(中路)의 군대가 왜적과 화친을 약속하고 잔꾀를 써서 적을 물러가게 한 것이다. 지금 이 패문을 보니 이는 대인이 스스로 해명하려는 계책이다."
하였다. 상이 예단(禮單)을 증정하니 군문이 받지 않았다. 다시 청하자 그제서야 받았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106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535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軍事) / 인물(人物)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未時, 上幸邢軍門 【玠。】 館。 上曰: "三路之賊, 一時遁去, 陳大人大捷於海上, 皇恩罔極, 亦莫非諸大人之功也。 身有賤病, 卽未來謝, 不勝惶恐。" 軍門曰: "多謝。" 上曰: "皇上天恩罔極。 且昨日, 乃節日也, 請拜賀。" 軍門曰: "不敢勞。" 上遂三叩頭, 軍門亦三叩頭。 軍門曰: "賊已退遁, 國王喜乎否耶? 釜山之賊, 亦已焚寨云矣。" 上曰: "喜不可形言。" 軍門曰: "二百隻皆已渡去, 餘賊小留云矣。 如有久駐之計, 則豈其焚寨乎? 俺已爲分付三路之將, 使之一時會師勦滅 。貴邦水摠兵, 誰人乎? 速爲下送何如?" 上曰: "新摠兵李時言也。 今在全羅地方, 卽令馳赴矣。" 軍門曰: "李時言可用之人乎? 且諳練水路乎? 李舜臣盡心討賊, 終致戰死, 俺悲悼不已, 已差人致祭矣。 國王亦須差人致祭。 且錄用其子何如? 如舜臣者, 未易多得, 而畢竟如斯, 尤可痛也。" 上曰: "小邦七年被兵, 無以自振, 小邦之力, 實難殲賊。 以大人之成算, 兇賊或遁去或斬獲, 東方一域, 迓續再生之命。 大人之德, 無以爲報, 皇恩罔極。 且鄧摠兵, 以小邦之事, 萬里間關, 力戰海上, 不幸殞命, 不勝悲痛。 李時言則小邦稱以良將也。" 軍門曰: "此皇上威靈, 國王之福也。 俺何功之有? 鄧將之事, 俺亦慘痛。 李寧、盧得功, 亦皆殞命, 良可悲悼。 今番之戰, 斬獲甚多, 中路將倭三十六名, 皆致戰死云。" 軍門曰: "陳摠兵, 勇將也。 且善於水戰, 露梁之戰, 獲斬沈安道。 劉揔兵亦斬飛闌道, 且奪倭書二十軸矣。" 上曰: "天朝大人, 莫不盡心於小邦之事, 而陳大人最爲力戰, 不穀前日告知於大人矣。 及今海上之捷, 陳大人之功, 而亦由於大人之善將耳。" 軍門曰: "閑山島亦已收復, 全羅地方, 無一倭子矣。" 上曰: "天威所向, 次第蕩平。 但倭子兇狡有餘, 若其餘賊, 入據南海、巨濟等近陸之地, 則甚可慮也。 若乘此機會, 水陸竝進, 一擧鏖滅, 則庶無後患矣。 唯望大人, 毋失事機。" 軍門因示牌文草曰: "此分付于四路將領之文也。 發送已三日矣。 當使片帆不返, 豈誤事機乎?" 上曰: "觀此牌文, 大人成算, 尤爲嘆服。" 上仍顧承旨曰: "今番中路之師, 與倭約和, 而行計退賊。 今見此牌文, 此大人蓋欲自明之計也。" 上呈禮單, 軍門不受。 更請, 乃受之。
- 【태백산사고본】 67책 106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535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軍事) / 인물(人物)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