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가 중국 장수의 철수 절차를 열거하는 정문을 만들기를 요청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3로(路)의 장계를 보건대, 중국 장수가 조치한 일들이 대부분 뜻에 만족하지 않은 일이어서 분개(憤慨)한 심정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혼란한 군중(軍中)에서 죽고 부상당한 군사의 숫자도 자세히 알기 어렵고, 장계 중에 진달(進達)한 것도 대부분 길에서 들은 것이어서 이 또한 숫자를 다 진달할 수가 없습니다. 그밖의 패전하고 철수한 절차는 낱낱이 열거하여 별도로 정문(呈文)을 만들어 보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사람의 삶이란 정직해야 하니, 부득이 변명해야 하는 경우 외에는 말을 꾸며대서는 아니된다. 또 호남(湖南)의 일은 유 제독(劉提督)에게 배신당한 것 같다. 이는 존망(存亡)이 관계된 것인데, 제독이 조정에서 동방(東方)을 돌보는 염려를 명심하지 않았으니, 황제께서 장수로 임명하여 구원하는 뜻이 어디에 있는가. 유 제독이 일부러 힘써 싸우지 않았고 우리 나라 장수가 싸우기를 청해도 듣지 않은 정상을 약간 드러내어 꺼려하는 바가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글로 쓸 수 없으니 혹 근신한 통사(通事)로 하여금 말하게 하거나 혹 접반사(接伴使)가 담화(談話)할 때에 언급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6책 105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521면
- 【분류】군사-통신(通信) / 외교-명(明)
○備邊司啓曰: "觀三路狀啓, 則天將施措之間, 多不滿意, 不勝憤慨。 亂軍之中, 死亡、傷病之數, 亦難詳知, 狀啓中所陳, 多得於道聽, 此亦不可悉數以陳。 其他敗衄撤退節次, 枚擧別爲呈文以送爲當。" 傳曰: "人之生也直。 不得已用權辭之外, 無飾辭之道。 且湖南之事, 似爲劉提督所賣。 此係存亡, 提督不體朝廷東顧之憂, 皇上閫寄拯濟之意安在? 劉提督故不力戰, 我國將士請戰不聽之狀, 不可不微露, 使有所憚, 然此則不可筆之於書。 或以謹愼通事, 或於接伴使談話之際, 及之。"
- 【태백산사고본】 66책 105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5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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