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 양호를 접견하다
상이 양 경리(楊經理)를 접견하였다. 경리와 함께 서로 읍한 뒤에 상이 말하기를,
"근일에 날씨가 추워지는데 관소(館所)가 써늘하니 대인의 기체가 어떠하십니까?"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국왕의 은혜에 힙입어 평안합니다."
하고, 상이 말하기를,
"대인이 전에 손가락이 아프셨는데 지금은 어떠하십니까?"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조금 나은 듯하나 아직 다 낫지는 않았습니다."
하고, 이어 자리에 앉았다. 상이 말하기를,
"지난번에 왜적이 경기도까지 접근하여 서울도 거의 지키지 못할 정도였고 백성도 흩어져 계책을 세울 수 없었으므로 부득이 종묘 사직을 밖으로 옮겨 모셔서 우선 화란을 피하였는데, 지금은 중국군이 크게 이르러 흉적이 조금 물러갔기 때문에 종묘 사직을 도로 모시고와 다시 서울에 봉안하였습니다. 이것은 황제의 위령이 멀리 미쳤기 때문이며 또한 대인의 위덕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참으로 황은에 감격하고 대인의 은덕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이것은 모두가 국왕의 큰 복이지 무슨 공이 저에게 있겠습니까. 황은에 감격한다 하심은 참으로 옳습니다. 황상(皇上)이 아니었으면 어찌 오늘이 있겠습니까. 국왕의 말씀이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흉적이 조금 물러가고 종묘 사직이 다시 돌아왔으니 이는 참으로 대인의 공덕이라 감사함을 무엇으로 말하겠습니까. 절을 하여 사례하겠습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이게 무슨 말씀이오. 제가 무슨 공이 있습니까. 이러한 예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고, 상이 굳이 청해도 따르지 않았다. 상이 말하기를,
"통제사(統制使) 이순신(李舜臣)이 사소한 왜적을 잡은 것은 바로 그의 직분에 마땅한 일이며 큰 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인이 은단(銀段)으로 상주고 표창하여 가상히 여기시니 과인은 마음이 불안합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이순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다 흩어진 뒤에 전선(戰船)을 수습하여 패배한 후에 큰 공을 세웠으니 매우 가상합니다. 그 때문에 약간의 은단을 베풀어서 나의 기뻐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하자, 상이 말하기를,
"대인에 있어서는 그렇지만 과인에 있어서는 참으로 미안합니다."
하였다. 상이 또 말하기를,
"마 제독 대인(麻提督大人)이 남쪽으로 내려간 후에 우리 나라의 소식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대인에게는 소식이 왔습니까? 지금 어느 곳에 머물고 있습니까? 중국의 대인이 이같이 추운 겨울에 야외에서 거처하니 과인은 늘 민망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어제 들으니 ‘남원으로 가서 곡성(谷城)에 있는 적을 한창 도모한다.’고 하였는데, 확실한 소식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세자 광해군이 마땅히 즉시 와서 대인을 뵈어야 하는데 병이 낫지 않아서 아직 그러지 못하니, 황공한 마음 그지 없습니다."
하니, 경리가 말하기를,
"회복된 뒤에 만나도 무방하니 염려할 것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어 물러가기를 고하고, 서로 읍하고 나왔다.
- 【태백산사고본】 60책 93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31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사(宗社) / 외교-명(明) / 인물(人物) / 인사-관리(管理) / 군사(軍事)
○丁丑/接見楊經理。 上與經理相揖訖, 上曰: "近日天氣向寒, 館宇涼薄, 不審大人氣體何如?" 經理曰: "賴國王賜, 平安矣。" 上曰: "大人前患手指, 今則何如?" 經理曰: "似得差歇, 而尙未全瘳矣。" 仍揖讓就座。 上曰: "頃者賊逼畿輔, 都城幾不守, 人民散亡, 無以爲計, 不得已奉宗社, 遷于外, 姑避寇虐矣, 今則天兵大至, 兇鋒少退, 故奉還宗社, 再安京城。 此莫非皇靈之遠暢, 又實由大人威德之致, 不勝感激皇恩, 仰拜大人之賜也。" 經理曰: "此都由國王之洪福, 何功可與於俺哉? 感激皇恩之言, 正是正是。 微皇上, 則安得保有今日哉? 國王之言, 誠善誠善。" 上曰: "兇賊少却, 廟社重還, 實是大人之功, 無以爲謝。 請作拜以謝。" 經理曰: "惡, 是何言也? 俺何功哉? 不敢當此禮。" 上强請, 不從。 上曰: "統制使李舜臣捕捉些少賊, 是乃渠職分內事也。 非有大功伐, 大人賞以銀段, 褒以美之, 寡人未安于中。" 經理曰: "李舜臣, 好漢子也。 收拾戰船於散亡之餘, 能立大功於摧敗之後, 極可嘉奬, 故略施銀段, 以示俺嘉悅之意耳。" 上曰: "在大人則然矣, 於寡人, 實有所未安也。" 上曰: "麻提督大人南下之後, 小邦之報不來, 未知於大人處, 有報來歟? 今駐何地耶? 天朝大人, 如此寒冱, 暴露于外, 寡人恒切悶慮之懷。" 經理曰: "日昨聞得往南原, 方圖谷城之賊云云, 而未得的報矣。" 上曰: "世子光海君, 所當卽令來拜於大人, 而前病未蘇, 尙爾未果, 不勝惶恐之至。" 經理曰: "等待平復後, 相見無妨, 不須慮也。" 上仍告辭, 遂相揖而出。
- 【태백산사고본】 60책 93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31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사(宗社) / 외교-명(明) / 인물(人物) / 인사-관리(管理)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