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 수축, 중국군 순시, 군량 보관 등의 문제에 대해 비망기로 전교하다
비망기로 정원에 전교하기를,
"도성을 수축하는 일에 대하여 아래에서는 모두 믿고서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내가 어찌 도독의 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도독이 좌상(左相)에게 한 말을 들으니 ‘도성은 넓고 커서 결코 지킬 수가 없으니, 내가 외진(外陣)이 되어야 하겠다.’ 하였다 한다. 그렇다면 백성을 동원하여 괴롭히면서 이처럼 급하게 성을 수축하고 참호를 파게 하여 사람들의 원망을 사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그러고 보면 도독도 믿을 만한 사람이 못 된다. 내 생각에는 이 성을 수축하는 데 드는 힘을 한강 유역으로 이동시켜서 파수하는 계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성을 순시할 필요도 없다. 군량을 성중으로 운반해 들이는 것도 온당하지 않으니 우선 배에 실어 두고 진퇴(進退)를 따져보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서울은 결단코 보전하지 않을 수 없으니 한강 유역 등처에 군사를 엄히 단속하여 파수하면서 중국군과 협력해나가면 대적(大敵)이 쉽게 강을 건너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대신들이 반드시 도독과 상의하여 약속해서 시행해야 할 듯하니 이를 비변사에 말하라."
하니, 회계하기를,
"지금 도성을 수축하는 일은 처음부터 도독의 뜻이 아니었고 단지 경리와 안찰의 지시에 따라 부득이하여 하는 일입니다. 이는 그의 말을 들어 보아도 그의 뜻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왕 상사(上司)의 명령으로 이런 역사를 시작하였는데 지금 민폐가 있다 하여 갑자기 중지하면 사세가 매우 미안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상께서 성을 순시하고 호군(犒軍)하겠다는 하교가 필시 중국 장수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니 또한 중지할 수 없습니다. 내일 그대로 시행한다 해도 안 될 것이 없습니다. 군량을 배에 실어 두라는 분부는 과연 지당한 말씀이니 아직은 성 안으로 운반하여 들이지 말아야겠습니다. 한강 유역을 파수하는 일에 대해서는 신들이 다시 도독과 상의한 뒤에 아뢰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8책 91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83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 군사-병참(兵站) / 재정-역(役)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사법-치안(治安)
○備忘記, 傳于政院曰:
都城修築事, 在下皆信之, 以爲必守, 予豈不疑都督之心乎? 今見都督言于左相之辭, 則以爲都城闊大, 決不可守, 俺當爲外陣云。 若然則勞民動衆, 修城鑿壕, 若是其嚴急, 致令怨讟者, 何耶? 然則都督, 亦非可恃之人也。 予意以此修城之役, 移於江灘, 以爲把截之計, 而自上巡城, 亦不須爲也。 軍糧移入城中, 亦爲未穩, 姑載于船, 以爲進退如何? 然京城決不可不保, 江灘等處, 嚴兵把截, 與天兵協力, 則大賊難可易渡。 此等曲折, 大臣必與都督商議, 約束施行似當。 言于備邊司。
回啓曰: "今此都城修築之事, 初非都督之意, 只爲經理、按察所迫, 不得不爲。 觀其辭氣, 亦可知非其實情。 然旣以上司之令, 擧此大役, 今因民弊, 遽爾停止, 事甚未安。 且自上巡城犒軍之敎, 必落於天將之耳, 亦不可中止。 明日仍行, 未爲不可。 軍糧載船之敎, 果爲允當, 姑勿移入。 江灘把截之事, 臣等當更見都督, 相議以啓。"
- 【태백산사고본】 58책 91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283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 군사-병참(兵站) / 재정-역(役)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