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의정 김응남이 내성 수축 반대의 뜻을 도독 마귀에게 전하자고 건의하다
좌의정 김응남(金應南)이 아뢰기를,
"도독이 신과 노직(盧稷)을 불러 이르기를 ‘양 도어사(楊都御史)가 몇 가지 지시한 일이 있어 말해주려고 오라고 한 것이다. 내가 오늘 남산에 올라가 도성의 형세를 살펴보았는데 지킬 만한 곳이니, 서둘러 내성을 수축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명일은 길일(吉日)이니 즉시 국왕께 인부를 징발하여 역사를 시작하도록 하라.’ 하기에, 신들이 답하기를, ‘우리 나라는 노야(老爺)가 오신 뒤로 인심이 안정되었고, 또 모든 일을 시행함에 있어 노야의 지시를 받는 것이 당연하니 어찌 감히 따르지 않겠는가. 다만 내성(內城)은 협소한데다가 배후에 높은 산이 있으니 적이 먼저 점거하고서 대포를 쏘아대면 형세상 지탱하지 못할 것이고, 또 성중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데 만약 외방에서 징집된 병사들이 모두 모이게 된다면 더욱 수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경리와 노야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그에 따르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의아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의지하고 믿는 바는 오직 경리와 노야뿐이니 명령을 따르겠다. 그렇다면 이 성을 개축(改築)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두고 수리만 할 것인가?’ 했더니, 도독이 말하기를, ‘내일 살펴본 뒤에 지시하겠다.’ 하고, 이어 말하기를 ‘성모퉁이 네 곳에 모두 포루(砲樓)를 짓고 밖에 해자(垓子)를 파서 수비해야 할 것이다. 그대나라 사람들은 성 안에 들어가 있고 우리 나라 군마가 성 밖에서 방어하되 해자 안은 우리 군사가 지킬 것이니, 이 뜻을 국왕께 알려서 조처하게 하라.’ 하였습니다. 대체로 성을 수축하는 일에 대하여 도독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아마도 소 안찰(蕭按察)이 경리를 통하여 수축하게 하는 것인 듯합니다. 내성을 수축하는 것이 형편상 불편하다는 뜻을 전일 계하(啓下)한 대로 하여 요청해서 관철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아뢴 대로 하라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8책 91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74면
- 【분류】군사(軍事) / 외교-명(明)
○乙丑/左議政金應南啓曰: "都督招臣及盧稷, 謂曰: ‘楊都御史有數件分付, 欲說與請來。 俺今日上南山, 觀都城形勢, 則可守之地也, 內城不可不急急修築。 明是吉日, 卽啓知 國王, 斯速發衆起役。’ 臣等答曰: ‘小邦, 自老爺來住之後, 人心鎭安, 凡事, 當一聽老爺分付, 何敢違拒? 但此內城, 非但狹小, 後有高山, 賊若先據, 亂放大砲, 則勢不能支吾。 且城中士衆, 亦難盡容, 若外方徵兵畢集, 則入接尤難。 雖有經理及老爺分付, 猶不敢遽承嚴命者, 以其有此疑畏之心故也。 然今所倚以爲恃者, 唯是經理與老爺, 當唯命是從。 然則改築乎, 仍舊修之乎?’ 都督曰: ‘明日當往見後分付。’ 仍曰: ‘城隅四處, 當作砲樓, 外鑿垓子以守之。 爾國之人, 入處其內, 俺之軍馬, 在外捍禦, 而垓子內則當令我軍防守。 此意啓知國王, 處之’ 云。 大槪築城一事, 都督則以爲不關, 而想蕭按察通于經理, 使之修築也。 以內城形勢不便之意, 依前啓下, 期於得請何如?" 上曰: "依啓。"
- 【태백산사고본】 58책 91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7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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