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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90권, 선조 30년 7월 28일 정사 2번째기사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유천질을 접견하고 그의 형세 판단을 듣다

상이 유 중군(劉中軍) 【이름은 유천질(劉天秩)인데 소 안찰(蕭按察)의 중군(中軍)이다. 】 사처에 가서 접견례를 행하였다. 중군이 말하기를,

"저는 본시 관직이 낮은 사람으로서 국왕께서 왕림하실 것을 감히 바라지도 못하였습니다. 저는 아무런 공로가 없는데 국왕께 수고스러움을 끼쳐드리게 되어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자리에 나아가 다례를 행하고 이르기를,

"대인께서 멀리 오시느라 고생하셨는데 우리 나라가 형편없이 잔파되어 대인을 접대하는 모든 절차를 흡족하게 해드리지 못해 매우 부끄럽소."

하니, 중군이 말하기를,

"이곳에 온 후로 융성하신 은혜를 많이 입었으므로 진작에 사례의 말씀을 올리려 하였으나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이와 같이 왕림해주셨으니 비천한 식견이나마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체로 도성은나라의 근본이니 모름지기 궁성을 건축하여 굳게 지킬 계책을 마련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창고도 성밖에 있어 매우 불편하니 성안으로 조속히 옮기도록 하소서. 만약 불의에 변이 일어나면 다급할 때 용도를 어찌하려 하십니까."

하자, 상이 이르기를,

"이처럼 분부해주시니 너무도 감사하오."

하니, 중군이 말하기를,

"이곳에도 반드시 고명한 식견을 가진 사람이 많아 계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제 어리석은 소견이 이와 같아 감히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였다. 주례를 행하면서 상이 배신(陪臣)이 잔을 돌릴 것을 요청하니 중군이 승락하였다. 이에 행 형조 판서 김명원(金命元)이 한 잔을 권한 뒤에 중군이 그치기를 청하니 상이 승락하고 이어 좌상에서 잔을 돌렸다. 상이 이르기를,

"주사가 패몰하여 수로에 대한 일들이 매우 염려되오. 중심부의 여러 곳을 방어하지 않을 수 없으니 대인께서 소 대인(蕭大人)께 품달하여 오고 있는 수병을 독촉하여 방어에 첨병하도록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오."

하니, 중군이 말하기를,

"이미 독촉하였습니다. 그러나 적은 수가 많은 수를 적대할 수 없는 일이니, 긴요한 곳마다 굳게 지키면서 승산없는 싸움은 하지 말도록 하시고 천병이 많이 집합하기를 기다리시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예단을 증정하자, 중군이 말하기를,

"이렇게 찾아주신 것도 감사한데 잔치를 베풀어 주시고 또 예물까지 내리시니 너무도 감사합니다."

하니, 상이 읍하고 파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8책 90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69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군사(軍事)

○上幸劉中軍 【名天秩, 按察中軍。】 下處, 行接見禮。 中軍曰: "本是官卑, 無望臨顧。 不知身有何功, 致勞國王, 不勝未安。" 上就座行茶, 上曰: "大人遠來艱苦, 而小邦殘破無形, 支供諸事, 不能稱情, 惶愧。" 中軍曰: "來此後, 多荷盛情, 久欲陳謝, 而未之果矣。 今蒙委臨, 敢(陣)〔陳〕 卑見。 都城, 乃是根本之地。 須築宮城, 以爲固守之計。 且倉廒在外, 甚不便。 可請速移於內。 脫有不意之變, 以爲緩急之用, 何如?" 上曰: "分付至是, 多謝。" 中軍曰: "此處必多高見, 想有成算, 愚見如此, 不敢不陳。" 行酒禮, 上請以陪臣行酒, 中軍從之。 行刑曹判書金命元行一爵訖, 中軍請止, 上從之, 仍於座上行酒。 上曰: "舟師喪敗, 水路諸事, 極爲悶迫。 腹裏諸處, 不可無防截。 請大人達于大人, 催趲方來水兵, 加調添防, 切祈。" 中軍曰: "已令催督耳。 寡固不可以敵衆, 幸堅守緊要, 勿令浪戰, 以待天兵大集, 可也。" 上呈禮單, 中軍曰: 旣爲來見, 享以盛宴, 又遺以物, 多謝。 上遂揖罷。


  • 【태백산사고본】 58책 90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69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