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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87권, 선조 30년 4월 22일 임오 3번째기사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적의 섬멸 기회를 놓치지 말도록 도체찰사 등에게 하유하다

비변사가 아뢰기를,

"통제사(統制使) 원균(元均)의 장계에, 안골포(安骨浦)·가덕도(加德島) 두 곳은 적세가 고립되어서 육군이 몰아낸다면 수군이 섬멸되기가 쉬울 것이라고 하였고, 또 우리 나라가 30만의 정병(精兵)을 얻을 수 있으니 4∼5월 안에 수륙으로 대거 출동하여 한번 승부를 결단하자고 하였습니다. 그가 적을 치려고 하는 뜻이 매우 결연합니다. 신들도 오늘날의 형세가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을 염려하고 있으나, 적이 험조(險阻)한 곳에 둔거(屯據)하고 있으면서 둔전에서 운량하여 주인으로서 손을 기다리고 편히 쉬면서 우리가 힘들기를 기다리는 형세가 되었으니, 우리 나라 수륙의 군병이 날로 더 피곤하여져서 마침내 저절로 무너지는 형세가 될까 두렵습니다.

진실로 탈 만한 기회가 있으면 더불어 한 번 승부를 결단하는 것은 그만둘 수 없는 일이지만, 저들에게는 탈 만한 기회가 있고 우리에게는 탈 만한 기회가 없다면 그 형세는 저절로 수수방관하고 앉아서 기회를 놓치는 데에 이르고 말 것인데 오늘날의 일이 바로 그렇습니다. 참으로 힘이 적을 제압할 수 있다면 마땅히 기미를 잘 판단하여 이로운 형세를 취하되 마치 빠른 우레에는 미처 귀를 막지 못하듯이 하여야 할 것이지 어찌 천 리 밖에서 싸움을 청할 것이 있겠습니까. 안골포는 지세가 육지와 이어져서 육군이 진격할 수도 있겠지만, 가덕도는 바다에 있어서 수군이 아니고서는 전진할 수가 없으니, 장계의 뜻은 상량(商量)이 부족한 듯합니다. 그리고 30만의 정병은 4∼5월 내에 소집하기가 용이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때 적을 섬멸해야지 지연시켜서는 안된다는 뜻은 참으로 원균이 아뢴 바와 같습니다. 이 일은 도체찰사(都體察使)와 도원수(都元帥)가 형세의 편부를 자세히 참작하고 사기(事機)의 득실을 잘 요리하여 좋을 대로 처치할 일이지, 멀리 조정에서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속히 도체찰사와 도원수에게 밀유(密諭)하여 다시 사세를 살펴 치계(馳啓)하는 한편 가능함을 보아서 진격하여 사기(事機)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나의 뜻은 안된다고 여긴다. 그러나 시험하여 보라고 하유하는 것도 괜찮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5책 87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07면
  • 【분류】
    군사(軍事) / 외교-왜(倭) / 농업-전제(田制) / 과학-지학(地學)

○備邊司啓曰: "統制使元均狀啓, 以安骨加德兩處, 賊勢孤單, 若以陸兵驅出, 則舟師易於殲賊, 又云, 我國可得三十萬精兵, 四五月之內, 水陸大擧, 一決勝負云。 其欲討賊之意, 甚決矣。 臣等亦慮今日之勢, 難以持久, 蓋賊屯據險阻, 屯田運糧, 以主待客, 以逸待勞, 我國水陸之兵, 日益疲困, 終有自潰之勢。 苟有可乘之機, 與之一決, 所不可已, 但彼或可乘, 而在我無以乘之, 則其勢自至於拱手傍觀, 坐失機會, 今日之事是也。 苟其力可以制敵, 則當決機趨利, 如疾雷不及掩耳, 何必千里而請戰乎? 安骨則地勢連陸, 陸兵或可進戰, 加德則在海中, 非舟師不可前進, 狀啓之意, 似欠商量。 且三十萬精兵, 亦非四五月內容易辦出。 但其時勦賊, 不可遲延之意, 則誠有如元均所陳者。 此事, 都體察使、都元帥, 當參詳形勢, 便否料理, 事機得失, 從長處置, 朝廷不可遙制。 此意急速密諭於都體察使、 都元帥, 更察事勢, 一面馳啓, 見可而進, 毋失事機何如?" 傳曰: "予意以爲不可, 然試爲下諭不妨。"


  • 【태백산사고본】 55책 87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207면
  • 【분류】
    군사(軍事) / 외교-왜(倭) / 농업-전제(田制) / 과학-지학(地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