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 삼도 도체찰사 좌의정 윤두수가 올린 왜적 공격 방안을 논의하다
겸 삼도 도체찰사(兼三道都體察使) 좌의정(左議政) 윤두수(尹斗壽)가 치계하기를,
"지금 도원수 권율(權慄)의 치보(馳報)를 보니, 삼평(三平) 적추(賊酋)가 장차 귀순하려 한다고 한 말은 단지 아병(牙兵) 이종길(李宗吉)의 입에서 나왔을 뿐이고 달리 정확한 보고는 없었습니다. 비록 평의지(平義智)의 서계(書啓)가 있기는 하지만 왜(倭)의 성질이 본래 간교하고 사특하여 애걸하며 항복하겠다고 청하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대개 용병(用兵)한 지 3년에 재력(財力)이 고갈되어 보존하고 지키는 어려움이 하루하루 심해가니, 이런 형세를 가지고 오래 버티기는 결코 곤란합니다. 구구하게 험한 곳에다 관방(關防)을 설치하여 파수하면서 민력을 다 소비해도 끝내 효과가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중외(中外)의 세력을 합하여 힘을 모아 한번 싸우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이기면 하늘이 도와준 것이고 이기지 못해도 종묘 사직에 오히려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하염없는 생각이 항상 여기에 있었는데 전날 도원수와 비밀히 의논하였더니, 원수의 의향도 역시 신과 같았습니다. 지금은 명나라 장수가 철수하여 돌아가자 사람들은 굳은 의지가 없으니 우리 스스로 진취(進取)하는 계책을 써야 하는데 형세상 늦출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도(右道)의 적들에게 또한 틈탈만한 기회가 있는데, 만약 시일을 조금이라도 늦춘다면 군량을 마련할 방도가 없습니다. 지금 추성(秋成)이 임박하여 곡식 저축이 조금 넉넉하고 각처 둔병(屯兵)의 곡식도 역시 1개월은 지탱할 만합니다. 양호(兩湖)의 정병(精兵) 3천은 도원수가 이미 전주(全州)에 집결시켰고 출신(出身)들도 각도로 하여금 모두 뽑아 보내게 하였으며, 주사(舟師)는 동쪽으로 내려가고 육군(陸軍)은 남쪽으로 향하게 하였고, 이일(李鎰)이 거느린 군사 역시 진주(進駐)하여 합세하여 원수의 절제(節制)를 듣게 하였습니다."
하였는데, 비변사에 계하하였다. 비변사가 회계하기를,
"병가(兵家)의 기회는 호흡하는 사이에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으로 틈탈 만한 기회가 있다면 어찌 천리 밖에서 싸움을 청하겠는가.’ 하였습니다. 지금 이 장계의 내용은, 흉적이 아직 섬멸되지 않은 것을 분개하고 오래 버티기 어려운 것을 염려하여 남은 무리들을 다 합해서 한번 결전(決戰)할 계책을 꾸미고 그 성패(成敗)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자 하는 것이니, 그 뜻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들이 염려하는 것은 아군(我軍)은 외롭고 약함이 날로 심해가고, 적세(賊勢)는 굴혈(窟穴)에 웅거했으니, 대병(大兵)과 정예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탕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지금 제장(諸將)들이 거느린 것은 모두 쓸모없는 오합지졸(烏合之卒)이요, 가지고 있는 병기(兵器)는 견고한 것을 치고 험준한 것을 깨뜨릴 만한 기구가 하나도 없으며 단지 궁시(弓矢)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으로 견고한 진영 아래로 내보내 적과 서로 싸우게 하면, 비록 승패(勝敗)와 이둔(利鈍)은 미리 알지 못하겠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의 도(道)를 가지고 말한다면 필승의 형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번 패전한 후에는 적세가 더욱 치성해질 것이요, 우리의 군사는 흩어져 수습할 수 없을 것이니, 비록 지혜있는 자가 있다 해도 그와 같은 데는 또한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저 오늘날의 형세는 지킬 수도 없고 싸울 수도 없으므로 윤두수의 계책은 죽음 속에서 삶을 구하는 데 불과한 것일 뿐입니다. 지금 이미 도원수와 의논하여 진취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하니, 그 형세가 어려운 일이라고 핑계하여 중지시킬 수도 없는 형세입니다.
신들이 전에 계청한 것은, 주사(舟師)로 하여금 거제(巨濟) 해중의 적을 공격하여 적들로 하여금 오로지 바다를 막는 데에 마음을 쓰게 한 뒤에 육지의 병사는 갑자기 적의 진영에 가까이 가지 말고 산꼭대기와 숲속에다 의병(疑兵)을 많이 설치해서 적으로 하여금 놀라고 당황하여 수미(首尾)가 서로 돌아보지 못하게 한 다음 아군(我軍)의 정예병을 뽑아 좌우에서 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약간의 달아날 가망이 있을 듯합니다. 이것이 병법에 이른바 ‘견고한 곳을 공격하면 허술한 곳이 견고해지고 허술한 곳을 공격하면 견고한 곳이 허술해 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城)에는 공격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고 지형에는 반드시 웅거해야 할 곳이 있는 것입니다. 또 먼저 성세(聲勢)를 떨치고 후에 실제가 따르게 한다는 것도 모두 이런 종류를 이르는 것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들은 또 염려하는 것이 있습니다. 유 총병이 대병(大兵)을 거느리고 돌아오면 양식을 내주어야 하는데 이를 모두 양호(兩湖)에서 판출해야 합니다. 지금 군읍(郡邑)의 사소한 양식을 적도 섬멸하지 못하는 군사에게 다 내어 주는데 중국군이 일단 나온다면 다시는 양식이 나올 곳이 없으니, 이 또한 도적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망할 것임을 기필할 수 있습니다. 신들이 주야로 몹시 걱정하는 것은 적과 교전(交戰)한 지가 벌써 3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양장(良將)이 나와서 세상에 쓰임이 됨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 각진(各陣)의 제장(諸將)과 다른 형세를 가지고 헤아려 보아도 모두 적을 도모할 자가 없으니, 장식(張栻)이 이른바 ‘금인(金人)의 일은 신이 알 수 없으나 중국의 일을 잘 안다.’고 한 것은 바로 오늘날을 위하여 한 말입니다. 이런 사세(事勢)의 곡절은 복잡해서 이루 다 걱정할 수도 없습니다. 체찰사는 다시 도원수와 상의하여 처치함으로써 느슨한 데 실수가 없고 급한 데 어그러짐이 없게 하여 어렵고 위태로운 것을 구제하라는 뜻으로 급히 선전관을 보내어 하유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55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55면
- 【분류】군사-통신(通信)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
○兼三道都體察使左議政尹斗壽馳啓曰: "今見都元帥權慄馳報, 三平賊酋, 將爲納款之言, 只出於牙兵李宗吉之口, 他無的報。 雖有義智書啓, 倭性本巧詐, 請降乞哀, 未可信也。 大槪用兵三年, 財力殫竭, 保守之難, 日甚一日, 以此形勢, 決難持久。 與其區區於設險把守, 費盡民力, 而終無所效, 曷若合中外之勢, 倂力一戰? 勝則天之靈也, 不勝猶可有辭於廟社。 耿耿一念, 常在於此, 前日已與都元帥密議, 則元帥之意, 亦與臣同。 今則天將撤回, 人無固志, 自我進取之策, 勢不可緩。 右道之賊, 亦有可乘之機, 若稍遲時月, 則軍餉無策。 趁今秋成, 糧儲稍優, 各處屯兵之穀, 亦可支一月之食。 兩湖精兵三千, 都元帥已爲招集全州; 出身之人, 亦令各道, 皆爲抄送; 舟師東下, 陸軍南向; 李鎰所率之軍, 亦使之進駐合勢, 以聽元帥節制矣。" 啓下備邊司。 備邊司回啓曰: "兵家機會, 決於呼吸。 故曰: ‘苟有可乘之機, 豈必千里而請戰乎?’ 今此狀啓之事, 出於憤兇賊之未殲, 慮持久之難支, 欲悉合餘燼, 爲一決之計, 而聽其成敗之命于天, 意非不美。 但臣等之所慮者, 我軍孤弱日甚, 賊勢雄據窟穴, 非用大兵及精利器械, 難以掃蕩。 今諸將所率, 皆烏合無用之兵, 所持器械, 無一攻堅破險之具, 只有弓矢。 以此猝然頓兵於堅壘之下, 與賊相搏, 雖其勝敗利鈍, 不可前知, 而若以知己知彼之道言之, 則未見必勝之勢。 一蹉之後, 賊勢愈熾, 軍兵渙散, 不可收拾, 雖有智者, 亦無如之何矣。 大抵今日之勢, 守亦不可, 戰亦不可。 尹斗壽之計, 不過爲死中求生而已。 今旣與都元帥, 議定進取, 其勢不可諉諸事難而中止也。 臣等頃日啓請, 使舟師, 侵撓巨濟洋中之賊, 使賊專意備海, 然後陸地之兵, 勿爲遽薄賊營, 多爲形勢於山頭、林藪(去)〔之〕 處, 盛陣疑兵, 使賊遑駭蒼皇, 首尾不得相顧, 然後我軍抄擇精銳, 左右勦擊, 則萬有一二遁走之理。 兵法所謂, ‘攻堅者瑕者堅, 攻瑕者堅者瑕。’ 故城有所不攻, 地有所必據。 且云先聲而後實者, 皆此類之謂, 不可不察也。 臣等又慮劉揔兵率大兵回來, 則糧餉之出, 皆當倚辦於兩湖。 今以群邑些少之糧, 竭盡於不能殲賊之軍, 而天兵一出, 糧餉更無出處, 則此亦不待寇至而亡, 可必矣。 臣等晝夜痛念者, 與賊交戰, 今已三年, 未見有一良將, 出爲世用。 今以各陣諸將及他形勢料之, 則皆無可以圖敵者。 (張拭)〔張栻〕 所謂 ‘金人之事, 臣不得知; 中國之事, 固已知之’ 云者, 正爲今日道也。 此等事勢, 曲折多端, 有不可勝其可憂者。 體察使更與都元帥, 參商處置, 毋失於緩, 毋過於速, 大濟艱危之意, 急遣宣傳官下諭。"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32책 55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355면
- 【분류】군사-통신(通信) / 군사-전쟁(戰爭)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