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가 내선의 명을 거두기를 청하다
세자(世子)가 내선(內禪)441) 의 명이 내렸다는 것을 듣고 즉시 예궐(詣闕)하여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아뢰기를,
"신은 본래 용렬하고 어리석어 어려서부터 학식(學識)이 없었으므로 비록 장성하긴 했으나 덕업(德業)이 전혀 없습니다. 분수 넘게 세자가 된 뒤로 능력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밤낮으로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몸둘 곳이 없었습니다. 난리를 만날 즈음에 질병이 생겨 반년 동안을 고생하였으므로 정신이 희미하여 평범한 일을 처리하는 것도 결코 감당하기 어려운데, 어찌 감당할 수 없는 명이 변변치 못한 이 몸에 내릴 것을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명을 들으니 놀랍고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성자(聖慈)께서는 신의 심정을 통찰(洞察)하시고 속히 성지(聖旨)를 거두시어 신으로 하여금 어리석은 분수를 보존할 수 있게 하여 주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미신(微臣)의 민박(悶迫)한 심정을 천지 신명이 굽어 살피고 계시니 간절히 기원합니다."
하니, 사양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41권 59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85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註 441]내선(內禪) : 세자(世子)에게 왕위(王位)를 물려 주었으나, 아직 즉위(卽位)의 예(禮)를 행하지 않은 것.
○世子聞內禪命下, 卽詣闕伏地涕泣而啓曰: "臣本庸愚, 少無學識, 年雖長成, 德業蔑如。 忝居元良, 自知不堪, 日夜憂懼, 措身無地。 況丁亂離之際, 疾病交作, 沈痼半歲, 精神減耗, 雖尋常處事, 決難堪任, 豈意不敢當之命, 遽及於無狀之身? 聞命驚慄, 罔知攸出。 伏願聖慈, 洞察微情, 亟寢聖旨, 俾臣得保愚分, 無任幸甚。 微臣悶迫下情, 天地神明, 莫不昭臨, 不勝懇祈切祝之至。" 答曰: "毋辭。"
- 【태백산사고본】 23책 41권 59장 B면【국편영인본】 22책 85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