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남이순 등이 동궁에게 선위할 것을 청하자 적을 섬멸하고 하겠다고 답하다
유학(幼學) 남이순(南以順)·송희록(宋希祿)이 상소하여 백성들 뜻에 의해 동궁(東宮)에게 선위(禪位)할 것을 청하니, 비망기(備忘記)로 일렀다.
"전에 동궁으로 하여금 전단(專斷)하게 하도록 전교하였으나 내 뜻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이것이 어떤 일이기에 한갓 말뿐이었겠는가. 그만둘 수가 없다. 나는 평소 고질이 있어 날로 심해지는데 40이 되도록 죽지 않을 줄은 평소 생각조차 못했었다. 근일에는 두눈이 침침하여 곧 장님이 될 상황이니 비록 그대로 왕위에 있고자 해도 그 형세가 어찌할 수 없으니 마땅히 전의 뜻에 따라 근신(近臣)을 보내 내 뜻을 유시(諭示)하여 모든 크고 작은 일을 먼저 결단한 후에 아뢰게 하라. 이곳에서는 다만 사대(事大)와 청병(請兵)하는 일 하나만을 조치할 것이니, 이 역시 적을 토벌하는 일이다. 내선(內禪)하는 일 또한 나의 평소 뜻으로서 즉시 행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곳이 중국과의 경계여서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까 염려되어서이지 감히 욕심을 내어 무릅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일은 마땅히 적을 섬멸하기를 기다려 시행해야 하니, 이런 뜻을 아울러 알라."
- 【태백산사고본】 16책 32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64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幼學南以順、宋希祿上疏, 請因民情, 禪位東宮, 備忘記曰: "前者, 令東宮專斷事傳敎, 未遂予意, 此何事, 徒言而已乎? 不容但已。 予素有痼疾, 日深一日, 至於四十而不死, 平生所未料也。 近日兩目昏翳, 已將成盲, 雖欲仍據, 其勢末由, 宜遵前旨, 可遣近臣, 諭以予意, 凡大小之事, 先斷後聞。 在此則只措事大請兵一事, 此亦討賊之事也。 至於內禪事, 亦予素志, 非不欲卽行。 但在此上國地界, 恐有難處事, 非敢貪冒也。 此則當待賊滅, 卽可行之, 此意竝如悉。"
- 【태백산사고본】 16책 32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56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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