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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15권, 선조 14년 5월 24일 병술 4번째기사 1581년 명 만력(萬曆) 9년

가뭄이 심하자 상이 박순·이이 등과 대책을 세울 것을 의논하다

이때 가뭄이 대단히 심하여 농사가 또 장차 흉년이 들게 되었는데 평안·황해 두 도는 더욱 심하였다. 상이 경연에 나아가 시신들에게 이르기를,

"흉황(凶荒)이 이러한데 서도(西道)는 더욱 심하다. 기근이 계속된 데다가 병난마저 일어난다면 계책을 어떻게 세워야 하겠는가?"

하니, 박순이 아뢰기를,

"모름지기 미리 재력을 축적하여 구제해야 합니다."

하고, 이이가 아뢰기를,

"만약 폐단이 되는 법을 변통하여 어려움을 구제하지 않고 다만 곡식을 옮겨 백성을 살리려고 한다면 곡식 또한 이미 절핍되어 옮길 것이 없을 것입니다. 나라의 형세가 이와 같이 위급하니 상께서도 마땅히 변통할 대책을 생각하셔야 하고 모든 경비도 또한 마땅히 재감(裁減)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쓰임새는 별로 늘린 것이 없이 단지 옛 규례만 따르는데도 오히려 부족하니 어찌해야 하겠는가."

하였다. 이이가 아뢰기를,

"조종조에서는 세금의 수입이 매우 많았으나 지금은 해마다 흉년이 들어 세금의 수입이 매우 적습니다. 그런데 경비는 그대로 구례를 따르고 있으니 어찌 절핍되지 않겠습니까. 세금의 수입을 적절히 늘려 정해서 나라의 경비를 넉넉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지만 백성의 생계가 매우 곤궁하여 형편상 더 거둘 수 없으니, 반드시 먼저 누적된 고통을 풀어 민심을 기쁘게 한 다음에 세금을 거두는 것이 적절한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공안(貢案)은 민가(民家)의 빈부(貧富)와 전결(田結)의 다소(多少)를 헤아리지 않은 채 무원칙하게 나누어 배정하고 또 토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방납(防納)하는 무리가 모리(牟利)를 할 수 있어 평민이 곤궁과 고통을 겪습니다. 이제 공안을 개정하되 민가와 전결을 헤아려 균등한 수량을 공평하게 배정하고 반드시 토산물로 바치게 한다면 백성의 쌓인 고통이 풀어질 것입니다."

하고, 유성룡(柳成龍)이 아뢰기를,

"이 일은 서둘러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 이이가 아뢰기를,

"반드시 적합한 사람을 얻은 다음에 비로소 폐단을 바로잡을 수 있으니 적합한 사람을 얻지 못한다면 형세로 보아 필시 이루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백성의 휴척(休戚)은 수령에게 달렸고 수령의 근면과 태만은 감사에게 달렸는데, 감사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누구나 구차하게 세월만 보내면서 정사에는 마음을 두려하지 않고 관례에 따라 오가고 있으며, 그 중에 직책을 다하는 자가 있더라도 또한 미쳐 시행하지 못하고 맙니다. 그러니 모름지기 큰 고을로 감영을 만들어 감사가 그 고을에 머물러 가족을 데리고 가서 다스리게 하여 책임을 맡겨 공효를 독책(督責)하면서 그 직에 오랫동안 있게 하고는 조정의 신하 가운데 법도를 제정해서 다스릴 만한 재간이 있는 자를 특별히 가려서 제수한다면 반드시 그 공효가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오랫동안 맡기면 권세를 잡고 제멋대로 독단할 우려가 없겠는가."

하자, 이이가 아뢰기를,

"이는 사람을 가리기에 달렸습니다. 이와 같은 사람이 어찌 가려 보내는 데 합당하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우리 나라는 주현(州縣)이 매우 많이 수령을 정선할 수가 없다. 나는 병합하여 줄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니, 여러 신하가 다 대답하기를,

"상의 분부가 매우 지당합니다. 만약 극히 쇠잔한 고을을 병합하여 다른 고을에 붙인다면 백성의 부역이 매우 수월하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변혁하는 일은 경솔히 시행하기 어렵다. 나는 고을의 이름은 없애지 않고 한 고을 수령이 두세 고을을 겸임해 다스리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니, 박순이 아뢰기를,

"조종조에서도 자주 변혁한 일이 있었으니 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였다. 이 때 국고가 이미 바닥이 나서 이듬해에는 구황할 대책이 없었다. 이이가 그것을 깊이 염려한 나머지 동료와 상의하고 차자를 올려, 나쁜 법을 변통하고 공안을 개정하며 주현을 병합하여 줄이고 감사를 오랫동안 맡길 것을 청하고, 또 어진이를 써서 인재를 진작하게 하고 몸을 닦아 다스리는 근본을 맑게 하며 붕당을 없애 조정을 화목하게 할 것을 청하니, 상이 답하기를,

"차자를 살펴보니 참으로 좋은 말이다. 옛법을 변경하는 일은 경솔히 하기 어려울 듯하다. 마땅히 대신과 의논하여 조치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1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376면
  • 【분류】
    구휼(救恤) / 정론-정론(政論) / 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인사-관리(管理)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是時, 旱勢甚熾, 歲又將凶歉, 而平安黃海二道尤甚。 上御經席, 謂侍臣曰: "凶歉如此, 西道尤甚。 因之以飢饉, 加之以師旅, 則計將安出?" 朴淳曰: "須預蓄財力以救之。" 李珥曰: "若不變通弊法, 以濟艱難, 而只欲移粟活民, 則粟亦已乏, 無可移者矣。 國勢如此岌岌, 自上須思變通之策, 凡經費之需, 亦當裁減。" 上曰: "用度別無增加, 只遵舊規, 而猶不足奈何?" 曰: "祖宗朝稅入甚多, 今則連歲不登, 稅入甚少, 而經費猶遵舊規, 安得不乏? 稅入, 似當酌宜加定, 以裕國用, 而民生甚困, 勢不可加。 必須先解積苦, 以悅民心, 然後收稅始可得中矣。 我國貢案, 不度民戶殘盛、田結多少, 而胡亂分定, 且非土産, 故防納之徒, 得以牟利, 而劑民困苦。 今須改定貢案, 量其民戶、田結, 均敷平定, 而使之必貢土産, 則民解積苦矣。" 柳成龍曰: "此事汲汲可爲也。" 曰: "必須得人, 然後乃可救弊;不得其人, 則勢必無成矣。 且生民休戚, 係於守令, 守令勤怠, 係於監司。 監司數易, 故皆苟經歲月, 莫肯留心於政事, 循例往來。 間有盡職者, 亦未及施爲。 須以大邑爲營, 使監司留宰其邑, 率眷往釐, 委任責成, 使之久居其職, 而別擇廷臣有制治之才, 可堪公輔者授之, 則必有其效矣。" 上曰: "無乃久任有專擅招權之失乎?" 曰: "此則在擇人, 如此之人, 豈合擇遣乎?" 上曰: "我國州縣甚多, 守令不能精擇, 予欲倂省之, 未知何如?" 群臣皆對曰: "上敎甚當矣。 若倂省極殘之邑, 附于他邑, 則民役甚寬矣。" 上曰: "沿革之事, 勢難輕擧。 予欲不去其名。 而只以一邑之宰, 兼治數三邑, 未知如何?" 曰: "祖宗朝頻有沿革, 此非重難之事也。" 是時國儲已罄, 明年則無救荒之策。 李珥深悶之, 乃與同僚商議上箚, 請變通弊法, 改定貢案, 倂省州縣, 久任監司。 且請用賢以作人才, 修己以淸治本, 去私朋以和朝廷。 上答曰: "省箚良用嘉焉。 舊法之變, 似難輕爲。 當議大臣處之。"


  • 【태백산사고본】 8책 1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376면
  • 【분류】
    구휼(救恤) / 정론-정론(政論) / 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인사-관리(管理)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