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당과 양사에서 남곤의 진학한 죄상을 논계하다
옥당이 아뢰기를,
"남곤은 본시 음흉하고 사독스러운 성품에다 문묵(文墨)의 재주를 지녀 온갖 재간을 부렸습니다. 전에 승지로서 상중(喪中)에 있을 적에 어떤 사람이 대신(大臣)을 비난하자 큰 변고라고 하여 최복(衰服)을 벗고서 입고(入告)하였는데 그의 무상한 마음씨가 이미 여기에서 드러났습니다. 재상의 반열에 오른 뒤에는 중종의 은총이 조광조에게로 기우는 것을 알고 경연석상에서 자주 크게 쓸 만한 인물이라고 말하였고 얼마 후에는 감언이설로 아양을 떨다가 청론(淸論)에 용납되지 못했으며 일을 논의할 때에도 자주 저지를 받게 되자, 음해하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이리하여 심정(沈貞)·이항(李沆)과 함께 모의하고서 홍경주(洪景舟)를 인연하여 궁액(宮掖)과 몰래 통하여 온갖 참소를 끊임없이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밤에 천인(賤人)의 복색 차림으로 수상 정광필(鄭光弼)의 집을 엿보다가 잠입하여 유혹도 하고 위협까지 하면서 대신의 의중을 시험하려 하였으나 정광필은 오히려 못하게 말렸습니다.
남곤과 심정·홍경주는 밤에 신무문(神武門)으로 들어가서 불측한 말로 중종을 놀라게 하고, 또 미리 무사를 준비하여 그날 밤에 조광조 등을 박살하려 하였으나 정광필이 탑전에 나아가 울면서 간하였기 때문에 가까스로 유배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남곤 등은 계속 죄망에 얽어넣어 조광조·김정(金淨)·기준(奇遵) 등이 차례로 살해되고 일시의 명사들이 횡액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없어 혹은 쫓겨나고 혹은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그 화가 50년간 계속되어 약간이나마 학문을 지향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즉시 기묘(己卯)의 폐습이라고 지목하여 사림을 해치고 국맥을 손상시켰습니다. 이리하여 어진이를 사랑하고 선을 좋아하시는 중종으로 하여금 과오가 있게 하였고 끝내는 사기(士氣)가 꺾이고 사라져 나라꼴이 될 수 없게 하였으니 이것이 남곤의 죄악이 하늘까지 닿았다는 것입니다."
하고, 사헌부·사간원도 역시 남곤의 잔학하고 흉사스러운 죄상을 진계하였는데, 상이 답하기를,
"남곤의 일에 대해서 옥당만이 상소한 것이 아니고 근일에 경연에서도 누차 말이 있었기 때문에 하문하였다. 그런데 지금 조정의 논의를 보니 위로 대신으로부터 아래로 양사와 옥당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남곤의 죄상을 진계하였고 논의도 또한 모두 같으니 이는 의논하지 않고서도 의견이 서로 같다고 할 수 있다. 조정의 논의가 이와 같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남곤의 관작을 모두 삭탈하여 사림의 분개하는 마음을 시원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198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변란-정변(政變)
○己巳/玉堂啓曰: "南袞本以兇邪陰毒之資, 濟以文墨之技。 嘗以前承旨在喪, 聞有人非議大臣, 以爲大變, 卽釋衰服入告, 其用心無狀, 已見於此。 及升宰列, 知中廟眷注趙光祖, 屢於經席, 言可大用。 旣而甘言媚態, 不爲淸議所容, 議事之際, 屢被沮抑, 遂生陰賊之心。 乃與沈貞、李沆合謀, 因緣洪景舟, 潛通宮掖, 浸潤萋斐, 無所不至。 又於昏夜着賤人之衣服, 潛伺首相鄭光弼家, 肆其誘脅, 以試大臣之意。 光弼止之, 袞與沈貞、洪景舟夜入神武門, 以不測之說, 震動中廟。 又豫勒武士, 欲於其夜撲殺光祖等。 幸賴光弼泣諫於榻前, 遂從流竄之科, 袞等猶羅織不已。 光祖、金凈、奇遵等, 以次殺戮, 一時名士, 無不橫罹。 或竄或死, 其禍連於五十年之間。 少有稍和向方之人, 輒指爲己卯餘習, 其戕殺士林, 斲喪國脈, 使好賢樂善之中廟, 陷於有過之地, 終至於士氣斬伐銷鑠, 無以爲國。 此袞之罪所以上通於天者也。" 司憲府、司諫院, 亦陳袞賊虐兇邪之罪。 上答曰: "南袞之事, 非但玉堂上疏, 近日經席, 亦屢言之, 故下問。 而今見朝議, 則上自大臣, 下至兩司、玉堂, 一一陳列袞罪, 而論議亦皆僉同, 此可謂不謀而同矣。 朝議如此, 不可不從。 盡奪南袞官爵, 以快士林之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21책 19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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