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간 이윤경이 닮지 않은 영정을 봉안할 수 없다고 아뢰다
대사간 이윤경(李潤慶)이 아뢰기를,
"어정(御幀)이 조금만 닮지 않아도 이를 봉안하는 것은 매우 미안한데 더구나 용모가 매우 닮지 않은데이겠습니까. 수염 하나 머리털 하나만 닮지 않은 것을 선왕의 유상(遺像)이라 하여도 오히려 옛사람은 그르게 여겼는데, 후세의 사왕(嗣王)이 굳이 추모하여 효사(孝思)의 뜻을 붙여서 우리 어버이요 우리 임금이라고 여긴다면 이미 충효의 도리에 어긋남은 물론 하늘에 계신 선왕의 영령께서도 즐기지 않으실 듯합니다. 또 선왕께서 40년 동안 임어(臨御)하셨는데 어찌 어진(御眞)을 그리는 관례가 있는 것을 모르셨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리지 않은 것은 반드시 뜻이 없다고 할 수 없는데, 이제 어찌 기억을 되살려 그린 닮지 않은 그림을 유상이라 하여 봉안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봉안을 멈추고 다시 조정과 널리 의논하여 조처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신들은 벼슬이 언관(言官)의 자리에 있으므로 그것이 그른 줄 알고서는 아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생존시에 그려도 다를 수가 있는데 더구나 추후에 상상하여 그린 것이겠는가. 그러나 말을 타신 영정이 비슷하고 전좌(殿坐)하신 영정도 대개는 닮았으므로 봉안하기로 이미 정하였으니 번복할 수 없다. 또 높은 곳에 걸어두어서 조용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소견이 각각 다른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75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216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政論) / 예술-미술(美術)
○戊(戌)〔子〕 /大司諫李潤慶啓曰: "御幀稍不相似, 以此奉安, 至爲未安, 況容貌甚不相似乎? 雖一髭髮不相似, 而謂之先王遺像, 猶爲古人所非, 而强爲後世嗣王之追慕, 以寓孝思之意, 而謂吾親吾君, 已非忠孝之道, 亦恐先王在天之靈, 有所不肯也。 且先王臨御四十年, 豈不知畫眞之有例乎? 然而不爲者, 未必無意, 今豈可以不似之追畫, 爲遺像而奉安乎? 姑停奉安, 更與朝廷, 廣議處之爲當。 臣等職在言地, 審知其非, 不可不啓。" 答曰: "平時畫出, 猶或有異, 況隨後想畫乎? 然馬上幀彷彿, 殿坐幀亦大槪相似, 故奉安已定, 不可動搖。 且掛在高處, 見且不能從容, 所見各異故也。"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75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216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政論) / 예술-미술(美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