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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104권, 중종 39년 9월 8일 갑진 5번째기사 1544년 명 가정(嘉靖) 23년

중국과 일본을 경계하도록 청하는 판중추부사 송흠의 상소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송흠(宋欽)의 상소(上疏)를 정원에 내리고 이르기를,

"이 소를 보니, 그 멀리 염려한 것이 지극히 마땅하다. 우리 나라 사람은 늘 적을 깔보는 마음이 있다. 서북이나 남방에 변방의 말썽이 있으면 아랫사람의 생각이 다들 반드시 이기리라 여기고, 비변사와 변장(邊將)이 된 자의 경우도 다들 말을 쉽게 하여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뜻이 없다. 갑작스런 기미를 살피고 늘 용병(用兵)의 어려움을 생각하는 자가 있는지 내가 모르겠다. 바야흐로 왜노를 거절하는 때이고 서방에도 성식(聲息)이 있으니, 멀리 염려하는 자가 있으면 미리 조치해야 할 때이다. 당선(唐船)·왜(倭)선(船)이 와서 변경을 침범하는 일이 있거든 바다 가운데에서 만나더라도 도적의 배로 여겨 잡으라고 각도에 하유하라."

하였다. 그 소는 다음과 같다.

"신은 나이가 86세이므로 정신과 기력이 날로 쇄약해져서 세상에 뜻이 없어진 지 오래 되었습다. 그러나 오히려 해바라기의 정성이 남아있으므로, 차마 잠자코 있을 수 없습니다. 생각하옵건대,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는 본디 한 가지뿐이 아니라 그 큰 요체는 안으로 다스리고 밖으로는 적을 물리치는 것에 지나지 않을 따름입니다. 안으로 다스리는 도리는 조정에서 본디 이미 행하였으나, 밖으로 물리치는 계책에는 혹 죄다 거행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신이 어리석은 생각을 아뢰겠습니다. 국가가 태평한 세월이 오래이므로 군정(軍政)이 해이하여, 변장이 된 자는 안일에 젖어 헛된 이름만이 있을 뿐, 멀리 생각하는 것이 없고 방어하는 일에 대하여 태연하게 뜻을 기울이지 않으니, 혹 뜻밖의 경보가 있으면 어떻게 막겠습니까. 신은 생각이 여기에 미칠 때마다 크게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듣건대, 변장이 여러번 중국 배한테 욕보았다 하니, 과연 신이 생각하던 바와 같습니다. 신이 들은 바와 평소에 생각한 바를 아뢰겠습니다.

저 중국 배라는 것은 표류하여 길을 잃었다고는 하나, 반드시 다들 도적질에 마음이 있는 자일 것입니다. 도적질에 마음이 없다면 어찌하여 화포(火砲)를 많이 갖추어 걸핏하면 사람을 상해하겠으며, 참으로 표류한 사람이라면 어찌하여 불쌍히 여겨주기를 바라는 뜻이 없고 두렵게 하여 요동하는 말을 하겠습니다까. 또 듣건대 그 배는 단단하기가 여느 것과 달라서 사면에 다 널빤지로 집을 만들고 또 가운데가 넓어서 1백여 인을 포용할 만하며 그 밖의 기계(器械)394) 도 정비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가는 데마다 대적할 자가 없고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합니다. 우리 나라는 이것과 달라서, 연변(沿邊)의 요해지(要害地)에 전함을 갖춘 것이 별로 없고, 공사(公私)의 배가 많이 있기는 하나 거의 다 좁고 사면이 다 허술하여 가려 막은 것이 없으며, 또 화포는 오래되고 화약의 힘은 효력이 없으므로, 저 중국 사람의 화포에 비하면 참으로 아이들 장난입니다. 그 밖의 기계도 다 잔폐(殘弊)하여 연마되지 않았으니, 적을 만나 반드시 지는 것은 형세가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기계가 엄밀하게 정비되면 사기(士氣)가 정명(精明)하다.’ 하였거니와, 우리 나라의 기계가 이러하다면, 어떻게 사기를 떨칠 수 있겠습니까. 기계 가운데에서도 전함은 더욱이 중요한데, 탈 만한 전함이 없다면 양장(良將)·정졸(精卒)이 있더라도 어떻게 적을 막겠습니까. 지금의 계책으로는, 바닷가의 여러 고을에 그 조잔(凋殘)·풍성(豐盛)을 짐작하여 전함의 수를 나누어 정하여 감독해서 만들게 하되, 배를 만들 때에는 반드시 널빤지로 장벽을 만들어 모두 당인의 배와 같이 해야 합니다. 전함이 갖추어지고 나면, 군졸이 다 믿는 것이 있어서 편안하게 여길 것입니다. 또 화포·궁전(弓箭)·창검(槍劍) 따위 물건도 해마다 단련하고 달마다 단련한다면, 적선(敵船)을 만나더라도 우리가 어찌하여 저들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이른바 유비 무환(有備無患)이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그러나 기계만 있고 장수는 마땅한 사람을 얻지 못한다면, 또한 어떻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사람을 얻는 것이 첫째이고 기계는 다음이니, 사람을 얻으면 기계는 절로 정비될 것이나, 사람을 얻지 못한다면 기계가 있더라도 쓸 데 없는 물건이 될 것입니다. 신은 이제부터 병사(兵使)·수사(水使)와 연변의 수령(守令)·만호(萬戶) 등을 다 그 재덕(才德)이 장수가 될 만한 자를 가려서 맡기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은혜와 위엄이 아울러 행해지므로 군졸이 명을 따라서 모두가 한 사람이 백 사람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을 가리는 방도를 신이 또한 생각하였습니다. 대신과 여러 대부(大夫)가 각각 아는 사람을 천거하게 하여, 마땅한 사람을 천거하면 상주고, 마땅한 사람이 못되면 벌주되, 이를 법령으로 만들어 이 법령을 사시의 질서가 틀림없이 시행한다면, 잘못 천거하는 폐단이 없을 것입니다. 신이 사람을 얻는 것이 첫째라 한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진(各鎭)·각포(各浦)의 군졸이 정예하지 않은 것은 그 유래가 오래되었습니다. 배를 타면 두려워서 활을 잡지 못하는 자가 10명 중에 8∼9명이고, 이따금 잘 쏘는 자가 있어도 가난하여 궁시(弓矢)를 갖추지 못하여 빈손으로 번(番)을 서는 자가 있고, 진장(鎭將)의 뜻을 맞추어 짐짓 번들지 않고서 그 값을 바치는 자도 있습니다. 군졸이 정예하지 않은 것이 온통 이렇게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요즈음에 변장이 된 자는 적선(敵船)이 왔다는 말을 갑자기 들으면 계책이 나올 수 없고, 한량(閑良)의 무리를 죄다 찾아내어 조방(助防)하게 하면 그 무리도 군려(軍旅)에 익숙하지 않고 배를 부리는 데에도 익숙하지 않아, 변장이 적을 만났을 때에도 다 두려워하여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 쏘는 자가 없으니, 군졸이 정예하지 않은 것을 여기에서 알 만합니다. 그러므로 장수를 가리는 것이 첫째이고 군졸을 뽑는 것은 또 그 다음인데 군졸을 뽑으려면 장수된 자가 마땅히 군사들이 몸이 씩씩한지 활을 잘 쏘는지를 보아 선택하여 서로 혼동되게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잘 쏘는 자는 군사와 한량뿐이 아니라 공천(公賤)·사천(私賤)과 한잡(閑雜)한 사람 가운데에도 많이 있으니, 지방의 수령이 사정을 쓰지 않고 정밀하게 가려서 치부하여 잡역(雜役)을 면하게 하면, 갑작스러운 때의 쓰임에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신이 아뢴 것은 오로지 당선을 대비하기 위한 것 때문에 발론한 것이 아니라, 변방의 일에 대비하는 것을 널리 논한 것인데, 변방의 일에 대비하는 계책은 표류한 배에 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라를 위하여 멀리 생각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신에게는 또 한 가지 염려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변장은 적선 하나를 만나도 낭패하여 감히 대항하지 못하니, 만일 왜적이 자기 나라의 배를 몽땅 거느리고 길을 나누어 침략해 온다면 또한 장차 어떻게 감당해 내겠습니까. 신이 듣건대, 나라에서 대마도(對馬島)의 왜인을 접대하지 않고 화친을 아주 끊었다 하니, 저 왜인에게 원망이 없지 않을 것이므로 이런 염려를 합니다. 행여 신의 어리석은 생각을 늙은 자의 말이라 여기지 않고 시험하신다면, 밖으로 적을 물리치는 방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104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132면
  • 【분류】
    군사-전쟁(戰爭) / 정론-정론(政論)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교통-수운(水運) / 군사(軍事)

○以判中樞府事宋欽上疏, 下于政院曰: "見此疏, 則其爲遠慮至當。 我國之人, 常有輕敵之心矣。 西北南方, 如有邊釁, 則下人之意, 皆以爲必克, 而如備邊司, 及爲邊將者, 亦皆易言, 而無戒懼之意。 審其倉卒之幾, 而恒慮用兵之難者, 予未知也。 今方拒絶倭奴, 西方亦有聲息, 有遠慮者, 所當預先措置之時也。 如有唐船、船來犯邊境, 則雖於海中相遇, 而亦以賊船捕捉事, 下諭各道。" 其疏曰:

臣年八十有六, 精神氣力, 日就衰耗, 無意於人世, 久矣。 然尙有葵藿之忱, 故不忍默默。 竊謂爲國之道, 固非一端, 其大要, 則不過曰內修、外攘而已。 內修之道, 朝廷固已行之; 若外攘之策, 則或有未盡修擧焉, 臣請陳一得之慮。 國家昇平日久, 軍政解弛, 爲邊將者, 狃於尋常, 徒有虛名, 而無遠慮, 其於防禦之事, 恬不致意, 脫有不虞之警, 將何以禦之? 臣每念及此, 未嘗不太息。 今聞邊將, 屢見挫於唐船, 果如臣之所料。 請以臣之所聞及平日所料者, 獻焉。 彼稱唐船者, 雖曰漂流失路, 而要皆有心於寇刼者也。 若無心於寇刼, 則何以多備火砲, 而動輒傷人乎? 若眞漂流之人, 則何以無乞憐之意, 而有恐動之言乎? 且聞其船堅緻異常, 四面皆以板爲屋, 又其中寬闊, 可容百餘人, 其他器械, 無一不整, 故所向無敵, 戰則必勝。 我國則異於是, 沿邊要害之地, 別無戰艦之備, 雖多有公私船隻, 而率皆狹隘, 四面皆虛, 無有蔽障。 且火砲年久, 藥力無效, 視彼唐人之砲, 眞兒戲耳。 其他器械, 亦皆殘弊而不鍊, 其遇敵必敗, 勢之使然也。 古人云: "器械嚴整, 則士氣精明。" 我國之器械如此, 則何以能振士氣乎? 器械之中, 戰艦爲尤重, 若無戰艦之可乘, 則雖有良將精卒, 將何以禦敵乎? 爲今之計, 沿海列邑, 酌其殘盛, 分定戰艦之數, 使之督造, 造船之時, 必須用板爲障, 一如唐人之船可矣。 戰艦已備, 則軍卒皆有所恃以爲安。 又多備火砲、弓箭、槍劍等物, 歲鍛而月鍊之, 則雖遇賊船, 吾何畏彼哉? 所謂有備無患者此也。 然徒有器械, 而將帥未得其人, 則亦何以能禦乎? 故得人爲上, 器械次之, 得人則器械自爾整矣。 若未得人, 則雖有器械, 亦爲無用之物矣。 臣請繼自今兵ㆍ水使、沿邊守令ㆍ萬戶等, 皆擇其才德堪爲軍帥者而任之, 則恩威竝行, 士卒用命, 無不一當百矣。 其擇人之方, 臣亦料之矣。 使大臣及諸大夫各擧所知, 若所擧得人則賞之, 不得其人則罰之, 著爲法令, 行此之令, 信如四時, 則必無謬擧之弊矣。 臣之所謂得人爲上者此也。 然各鎭各浦軍卒不精, 其來已久。 乘船則畏刼, 而不能執弓者, 十居八九, 間或有能射者, 而貧不能備弓矢, 空手立番者有之, 逢迎鎭將之意, 而故不入番, 以納其直者亦有之。 軍卒之不精, 一至於此, 故近日爲邊將者, 驟聞敵船之至, 計無所出, 盡搜閑良之類, 使之助防, 則其類亦不閑軍旅, 不慣舟楫, 當邊將遇敵之時, 亦皆畏刼, 無有攘臂而助射, 軍卒之不精, 於此可驗矣。 故擇將爲上, 而選卒又次之。 欲選其卒, 爲將者, 當以身之壯弱、射之能否爲取捨, 使不至於相混則可矣。 但能射者, 非獨軍士及閑良而已, 公、私賤及閑雜人中, 亦多有之, 若所在守令, 不用私情, 精擇置簿, 俾免雜役, 則可備倉卒之用矣。 臣之所陳, 非專爲稱唐船者發也, 泛論備邊之事耳。 若曰備邊之策, 非所用於漂流之船, 則非爲國遠慮者也。 臣又有一慮焉。 我國之邊將, 遇一敵船, 猶狼狽而不敢抗, 萬一島, 掃境內之船, 分道入寇, 則又將何以能支乎? 臣竊聞國朝不接對馬, 永絶和親, 彼不無怨望, 故爲此慮焉。 幸以臣之一得之慮, 不以爲老耄而試之, 則於外攘之方, 不爲無少補焉。


  • 【태백산사고본】 53책 104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132면
  • 【분류】
    군사-전쟁(戰爭) / 정론-정론(政論) / 외교-명(明) / 외교-왜(倭) / 교통-수운(水運) / 군사(軍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