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가 《후속록》 문제와 대역 죄인의 읍호 처리 문제를 아뢰다
정부가 의논하여 아뢰기를,
"근래 여러 관사(官司)가 스스로 수교(受敎)하여 법조(法條)가 어지러우므로, 중외(中外)에서 법을 쓰는 것이 서로 달라서 폐단이 매우 큽니다. 그러므로, 각 관사에 있는 승전(承傳)과 수교(受敎)를 빠짐없이 찾아 모아, 피차로 참고하고 반복하여 헤아리고 짐작하여 증감해서, 거행할 만한 것은 두고 없애야 할 것은 삭제하여, 모아서 책을 만들고 아뢰어 성유(聖兪)를 받아, 양사(兩司)로 보내어 사감(査勘)하고 서경(署經)하고, 청하여 이름지어 《후속록(後續錄)》이라 하여, 권편(卷編)을 정하고 바야흐로 박아 내어 널리 배포하기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속록이라는 이름을 고쳐서 수교라고 부르면, 이는 법조를 처음 반포하면서 오래 갈 수 없다는 뜻을 미리 보이는 것이니, 중외(中外)의 관원들이 조석간에 변경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믿지 않을 것입니다. 《대전(大典)》은 곧 조종(祖宗)의 성헌(成憲)이므로 영세토록 지켜야 할 것이기는 하지만 옛날과 지금은 마땅한 것을 달리하므로 오히려 거행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이번 이 법조를 속록이라 부르더라도 뒤에 정사에 방해되는 조목이 있으면 저절로 폐지되어 거행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드시 수교라 부르지 않아도 뒤에 변경할 수 있으니, 《후속록》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합니다. 【이것은 대사헌 임백령이 경연에서 진언하기를, 《후속록》이라 이름짓지 말고 수교라고 하라고 하였으므로 의논한 것이다. 17일 조에 보인다.】
대역(大逆)249) 을 저지른 자가 살던 곳의 읍호(邑號)를 낮추는 것은 근년부터 비롯한 것이지 고례(古例)가 아닙니다. 요즈음 악역(惡逆)250) 을 저지른 자가 많기 때문에 읍호를 모두 낮출 수 없는 노릇이라 드디어 이미 낮춘 곳을 복구하자는 의논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농사가 한창이었으므로, 읍호를 낮춘 각 고을의 수령을 일체 체차하면, 이민(吏民)들이 새 수령과 옛 수령을 맞이하고 보내느라 지쳐서 농사에 크게 방해될 것이기에 우선 멈추었던 것입니다. 수원(水原)은 땅이 크고 백성이 많아서 직무가 다른 고을보다 훨씬 많으므로 한 명의 관원이 혼자 다스릴 수 없는 곳입니다. 일이 잘못되는 것이 많아서 백성이 적잖이 폐해를 받는 것은 과연 말한 자 【최보한(崔輔漢).】 가 아뢴 것과 같으니, 이제 갈아서 옛 읍호를 회복하게 하고 부사(府使)와 판관(判官)을 아울러 차출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나머지 읍호를 낮춘 각 고을도 위의 예에 따라 각각 그 수령을 체차(遞差)할 때에 폐단이 없도록 읍호를 높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가덕도(加德島)에 진(鎭)을 두는 일은 서로 의견이 다르므로 전에 조윤손(曺閏孫)을 보내어 본도의 관찰사·병사·수사와 함께 살펴서 아뢰게 하였고, 조정(朝廷)의 의논도 그 아뢴 바에 따르려 한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다만 이제까지 미루어 온 것은 대개 어렵게 여기기 때문이었으니, 병사(兵事)를 잘 알고 남방의 벼슬을 오래 지낸 자와 다시 상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릇 재상(災傷)을 답험(踏驗)할 때에 위관(委官)이나 서원(書員) 등이 흔히 간사한 술책을 써서 재상이 사실에 어그러지게 하여 세입(稅入)이 부족하게 만드니, 정옥형(丁玉亨)과 정사룡(鄭士龍)이 아뢴 ‘상세히 적간(摘奸)하여 재상 도목안(災傷都目案)251) 과 전세안(田稅案)을 빙고(憑考)하여 맞추라.’고 한 말은 시행할 수 있을 듯도 합니다. 다만, 재상이 사실에 어그러지게 한 자를 치죄하는 법이 《대전》과 답험 사목(踏驗事目)에 빠짐없이 상세하게 적혀 있으니, 이제 새 법조(法條)를 별도로 만들 것은 없습니다."
하고, 정부와 해조(該曹)가 같이 의논하여 아뢰기를,
"말이 잘 길들었더라도 시끄러운 가운데에 있으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가 오례의주(五禮儀註)252) 를 살피건대, 세자는 현무대(玄武隊) 뒤에서 시위(侍衛)하는데, 현무대라는 것은 곧 백관(百官) 앞에 가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예문대로 수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대신이 아뢰기를,
"재상을 착오나게 한 수령 등을 치죄하는 법이 국법에 실려 있는데 이렇게 아뢰는 것은 지극히 미안합니다마는, 수원의 백성들이 길을 막거나 본부(本府)의 뜰을 메우고는 머무르기를 바라서 진소(陳訴)하기를 ‘우리 태수(太守)가 다스린 업적은 근고에 없던 것인데 이제 파직당하게 되었으니 마음이 답답하기가 한이 없다.’ 합니다. 이것은 신들이 듣고 본 일이므로 감히 아룁니다."
하니, 답하였다.
"재상을 착오나게 한 다른 수령들은 이미 파직시켰는데, 이 사람만을 그대로 맡겨둔다면, 죄는 같은데 벌이 달라서 뒤폐단이 있을 듯하다. 그러므로 다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겠거니와, 요즈음에 죄는 같은데 벌이 다른 폐단이 있으니, 또한 온편하지 못하다. 그 밖의 의논한 일은 다 윤허한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101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14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행정(行政) / 인사(人事)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군사-중앙군(中央軍) / 군사-관방(關防) / 재정-전세(田稅) / 농업-농작(農作) / 출판-서책(書冊)
- [註 249]대역(大逆) : 십악(十惡:가장 큰 열 가지 죄악)의 하나. 종묘(宗廟)·산릉(山陵)·궁궐(宮闕)의 훼망(毁亡)을 꾀하거나 훼망한 죄. 《대명률(大明律)》 명예율(名例律) 십악(十惡).
- [註 250]
악역(惡逆) : 십악의 하나. 조부모·부모 또는 지아비의 조부모·부모를 때리거나 죽이려고 꾀하거나 죽인 죄와 백부모·숙부모·고모·형·자(娣)·외조부모·지아비를 죽인 죄. 《대명률(大明律)》 명예율(名例律) 십악(十惡).- [註 251]
재상 도목안(災傷都目案) : 농사에 재해 사항을 살펴서 모아 적은 문서.- [註 252]
오례의주(五禮儀註) : 오례(五禮)의 절차를 적은 글.○甲子/政府議啓曰: "近來諸司各自受敎, 法條紛擾, 中外用法各異, 弊甚不貲。 故各司所在承傳受敎, 無遺搜聚, 彼此參考, 反覆商確, 斟酌損益, 可行者存之, 可祛者刪之, 裒集成書, 啓奉聖兪, 遂移兩司, 査勘署經, 請名之曰《後續錄》, 至序卷編。 今方(卩)〔印〕 出, 期在廣布, 而遽改《續錄》之號, 稱爲受敎, 則是法條始頒, 而先示以不可久之意, 中外官員, 擬爲更變, 只在朝夕, 莫之信也。 如《大典》乃祖宗成憲所在, 永世遵守, 而古今異宜, 猶有不可行者多矣。 (金)〔今〕 此法條, 雖稱《續錄》, 後若有妨政之條, 則自可廢不擧行, 不必稱爲受敎, 而後有所更, 爲《後續錄》稱號, 恐爲無妨。 【此大司憲林百齡於經筵進言曰: ‘不以《後續〈錄〉》爲名, 而稱爲受敎。’ 故議之。 見十七日。】 大逆所居, 降其邑號, 始自近年, 非古也。 比因惡逆多出, 所在邑號, 勢不可盡降, 遂有竝其已降處復舊之議。 第以其時民事方殷, 降號各邑守令, 一切遞差, 則吏民等疲於新舊迎送, 大妨農務, 故姑停之。 水原地大民衆, 職務浩繁, 倍萬他官, 固非一員所能獨理。 事多闕遺, 民多受弊, 果如言者 【崔輔漢。】 所啓, 今當遞易, 陞復舊號, 府使、判官, 幷令差出爲當。 他餘降號各邑, 亦依右例, 各其守宰遞差時無弊, 陞號何如? 加德島設鎭之事, 互有異同, 曾遣曺閏孫, 與本道觀察使、兵、水使, 同審以啓, 朝議亦欲依其所啓久矣。 但遷延至今, 蓋爲重難也, 請與諳解兵事, 熟履南方者, 更商議處之何如? 凡災傷踏驗時, 委官書員等, 多用奸術, 以致災傷失實, 稅入不敷。 丁玉亨、鄭士龍等所啓, 詳悉摘奸, 災傷都目與田稅案憑準之語, 似或可行。 但災傷失實者治罪之法, 《大典》及踏驗事目, 詳盡無餘, 今不須別立新條。" 政府與該曹同議啓曰: "馬雖馴熟, 如在喧擾之中, 鮮不驚駭。 謹按《五禮儀》註, 世子侍衛在玄武隊之後, 所謂玄武隊, 卽百官前行也。 自今, 依禮文隨駕何如?" 大臣啓曰: "災傷差錯守令等治罪之法, 載在國典, 而如是啓達, 至爲未安。 但水原人民等, 或於街路, 或於本府, 遮道滿庭, 陳訴願留云: ‘吾太守政跡, 近古所無, 今當見罷, 私悶何限?’ 此臣等聞見之事, 故敢啓。" 答曰: "他犯災傷守令已罷, 此獨因任, 則罪同罰異, 恐有後弊, 故皆不取實。 近有罪同罰異之弊, 亦爲未便。 其他議事, 皆允。"
- 【태백산사고본】 51책 101권 28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14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행정(行政) / 인사(人事)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군사-중앙군(中央軍) / 군사-관방(關防) / 재정-전세(田稅) / 농업-농작(農作) / 출판-서책(書冊)
- [註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