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동궁에서 불이 나니 끄게 하고 세자의 안부를 묻다
밤. 삼경(三更). 동궁(東宮)에 불이 났다. 정원에 전교하기를,
"동궁에 불이 났으니 급히 사소(四所)의 입번 군사(入番軍士)를 출동시켜 불을 끄게 하라."
하니, 정원이 회계(回啓)하기를,
"대궐 안에 불을 끄는 기구가 없으니 건춘문(建春門)을 열고 금화사(禁火司)를 시켜 들어와 불을 끄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였는데, 아뢴 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
이날 밤의 화재는 뜻밖에 발생하였다. 승지와 사관(史官) 등이 정신없이 동궁에 달려가 보니 화세(火勢)가 치성하여 자선당(資善堂)까지 불탔다. 그러나 입직 군사는 게을러 모이지 않았으며 또한 기율도 없어 소란스럽기만 할 뿐 불을 끌 계책을 세우지 못했다. 승화당(承華堂)은 대내(大內)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먼저 그 집을 철거하여 불길이 번지지 못하게 하니 화세가 차츰 꺾였다. 궁중의 사람들이 갑작스런 일에 차서를 잃어 미처 다 피하지 못하고, 혹은 빙 둘러서서 우는 자도 있었으며, 협사(篋笥)와 병장(屛障)이 어지러이 버려져 쌓여 있었다. 또한 한잡(閑雜)한 무리들이 그 틈을 타서 몰려들었으나 막을 수가 없었으니, 인심과 법령이 태만한 것이 이와 같았다.
영의정 윤은보 등이 정원에 묻기를,
"세자(世子)가 어느 곳에 피했는지 정원은 살펴보았는가?"
하니, 승지 조사수(趙士秀)가 말하기를,
"창졸간이라서 미처 자세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아마 피하여 대내로 들어갔을 것입니다."
하였다. 은보 등이 말하기를,
"이게 무슨 말인가. 피하신 곳을 마땅히 먼저 살펴야 할 것이지, 어찌 억측으로만 헤아릴 수 있는가."
하고, 인하여 승전색(承傳色) 박한종(朴漢宗)에게 묻게 하니, 한종이 말하기를,
"대내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하였다. 은보 등이 대전(大殿) 및 동궁(東宮)에게 문안하니, 전교하였다.
"알았다. 나와 세자는 대내에 함께 있어 편안히 보존할 수 있었다. 다만 생각지 않은 변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해괴한 일이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100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648면
- 【분류】군사-금화(禁火) / 왕실-종사(宗社)
○壬子/夜三更, 東宮火。 傳于政院曰: "東宮火起, 急出四所入番兵士撲滅。" 政院回啓曰: "闕內無救火器具, 請開建春門, 令禁火司入救何如?" 傳曰: "如啓。" 是夜火災, 出於不意。 承旨、史官等, 倉皇顚倒, 奔往東宮, 火勢熾盛, 延爇于資善堂。 入直軍士, 慢不聚會, 亦無統紀, 徒爲紛擾, 無以爲撲滅之計。 承華堂連構大內, 故先撤棟宇, 使烈焰不及, 大勢稍息。 宮中之人, 忙遽失次, 未及盡避, 或有環立掩泣者。 篋笥屛障, 亂置委積, 閑雜之類, 因而闌入, 不能禁抑。 人心法令之怠緩類此。 領議政尹殷輔等, 問于政院曰: "世子移避于何所? 政院已審之乎?" 承旨趙士秀曰: "忽卒之間, 未及詳察, 意必避入大內也。" 殷輔等曰: "是何言也? 移避之所, 所當先審, 豈可以意度爲哉?" 因請問承傳色朴漢宗問之, 漢宗曰: "移入內" 云。 殷輔等(勿)〔問〕 安于大殿及東宮, 傳曰: "知道。 予與世子, 共處于大內, 得安保耳。 但不意之變至此, 可爲駭怪。"
- 【태백산사고본】 51책 100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648면
- 【분류】군사-금화(禁火)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