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적에서 제외된 이미를 불쌍히 여겨 달라는 동궁의 상소
동궁(東宮)이 이미(李嵋) 등의 일을 위하여 상소하기를,
"천총(天聰)353) 을 범함이 황공하오나 정(情)이 격발하여 아룁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천현 지친(天顯之親)354) 은 같은 기(氣)를 나누어 받아서 태어나기에 숨쉬는 것도 서로 통하여 우애로운 정을 자연 어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쩌다 비상(非常)한 변(變)이 있었더라도 본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므로, 옛사람 중엔 오히려 은혜로 감추어 준 자도 있었습니다. 지난번 이미의 일을, 신은 어려서 그 일의 전말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화의 참혹함은 차마 말할 수도 없습니다. 요망한 일을 비록 박씨(朴氏)가 했다고는 하지만 미야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먼 지방으로 귀양보낸 것도 지나친 일인데, 그 뒤에 또 다시 큰 옥사가 일어나 모자가 연이어 죽고, 홍여(洪礪)도 형장 아래서 죽었으니 이토록 극심한 변고는 전고에 드문 일입니다. 형제간이 된 사람의 정리로서 어떠하겠습니까. 죽은 자는 이미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미의 딸 하나가 민간에 버려져 서인과 다름 없이 되었으니, 어린아이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이는 더욱 가슴 아픈 일입니다. 두 옹주(翁主)도 나이 어린 딸로 그 일에 참여하지 않았음이 분명한데도 속적(屬籍)에서 제적되었으니,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신(臣) 하나로 인하여 형제간의 변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는 신이 항상 애통해 하는 것입니다. 맹자(孟子)는 말하기를 ‘자신은 천자가 되었는데 아우는 필부(匹夫)로 있는 것이 옳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신은 세자로서 모시고 있어 천총(天寵)이 지극한데, 두 누이와 조카딸 하나가 아직도 천민에 버려져 있으니, 자신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사람이란 형제간에는 원망도 노염도 간직하지 않고 서로 친애할 뿐인 것인데, 신은 형제간에 무슨 원망과 노염이 있어 친애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잔치를 베풀고 술을 마실 때에도 같이 화락하게 즐기지 못하여 슬프고 불쌍한 생각이 가슴에 더욱 간절합니다. 그러므로 저번에 말씀을 드렸으나 윤허를 받지 못하여 다시 충정(衷情)을 아뢰어 천총을 욕되게 하오니 삼가 바라건대 불쌍히 여겨주소서."
하니, 전 광천위(光川尉) 김인경의 처 이씨가 올린 상언(上言)을 정원에 내리면서 일렀다.
"그의 속적을 회복시켜 직첩을 돌려 주고, 김인경도 직첩을 주어 서용(敍用)하라."
그 상언(上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사년 5월에 폐해져서 서인(庶人)이 되고 그 해 8월에 밖으로 쫓겨났다가 정유년 10월 홍여(洪礪)의 일에 연좌되어 속적(屬籍)에서 삭제되었으니, 이는 법률 밖의 일로서 여러 간흉들이 혹독한 법으로 얽어맨 것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분통해 합니다. 근년 이래로 국가에 경사가 있어 여러 번 사면의 은혜를 내렸는데, 애매하게 폐서인이 된 이 딸만은 천은(天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제 흉년이 들어 살아가기가 어려우니 애절하기 한이 없습니다. 선원(璿源)의 후예로 평민들과 같이 지낸 지가 이제 9년입니다. 특별히 은명(恩命)을 내리어 원통함을 풀어 주소서."
- 【태백산사고본】 49책 96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51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인사-관리(管理)
○東宮嘗爲嵋等事, 自內上疏曰:
惶冒天聰, 情激以達。 伏以天顯之親, 一氣所分, 喘息呼吸, 相爲流通。 友于之情, 自不容已。 雖或有非常之變, 出於慮外, 而古之人, 猶有以恩掩之者。 往者嵋之事, 臣年幼, 雖不能詳知其首末, 然其禍之慘, 所不忍言。 妖孽之作, 雖曰朴氏, 嵋也焉得而知之? 竄在遐裔, 亦已過矣, 厥後又興大獄, 母子相踵而死, 洪礪亦隕杖下。 變故之極, 古所罕聞。 其於兄弟之情, 爲何如耶? 死者旣已矣, 而嵋之一女子, 棄在民間, 與庶人無異。 孩提之童, 亦何罪也? 此尤痛心者也。 二翁主年少女子, 不預其事明矣, 而屬籍亦絶。 思念至此, 不覺流涕。 由臣一身, 而兄弟之變, 至於如此, 此臣常懷痛悼者也。 孟軻氏有言曰: "身爲天子, 弟爲匹夫, 可乎?" 今臣侍居東宮, 天寵極矣, 而使二姊一姪女, 尙班下賤。 反躬思之, 顔厚有忸怩。 人於兄弟之間, 不藏怨焉, 不宿怨焉, 親愛之而已。 如臣者, 有何怨怒於兄弟, 而不得親愛之乎? 至於籩豆之儐, 飮酒之飫, 亦不得和樂而且湛焉, 則惻然之念, 益切于中, 故前此微達, 未蒙允兪, 更達微衷, 以瀆天聰。 伏願垂憐。
下前光川尉 金仁慶妻李氏上言 【其上言曰: "癸巳年五月廢爲庶人, 同年八月黜外, 丁酉年十月, 以洪礪緣坐, 至絶屬籍。 是律外之事, 諸兇之羅織酷法, 衆所共憤。 近年來, 以國家大慶, 屢濡鴻恩, 女之被廢, 至爲曖昧, 而獨未蒙天恩。 如今凶歲, 資生爲難, 哀悶無際。 以璿源支孽, 下同編氓, 今至九年。 伏望特許恩命, 以解冤廢。"】 于政院曰: "復其屬籍, 還給職牒, 金仁慶亦給職牒敍用。"
- 【태백산사고본】 49책 96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51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