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대왕·정안 왕후·공민왕의 영정이라는 것들을 비교하여 진품을 가리라고 이르다
종부시 제조(宗簿寺提調) 이성군(利城君) 이관(李慣)과 해안군(海安君) 이희(李㟓)가 선원전(璿源殿)을 봉심한 뒤에 아뢰기를,
"지난날 공정 대왕(恭靖大王)과 정안 왕후(定安王后)의 영정(影幀)을 화장사(華藏寺)에서 들여올 때 【절은 개성부(關城府)에 있는데 이 절의 중들이 공정 대왕 즉위(卽位) 때의 영정을 전하여 왔다고 한다. 보관한 지 오래되었으므로 조정의 의논이, 선왕(先王)과 선후(先后)의 어용(御容)을 함부로 사관(寺觀)에 둘 수 없다고 하여 의식을 갖추어 받들어 왔다.】 신들이 봉심한 다음 선원전에 봉안하였는데, 오늘 다시 봉심하니 대왕의 어용(御容)이 전에 있던 영정과 비슷하지 않습니다. 이는 신들이 지난날 자세히 살피지 못한 탓이니 대죄합니다."
하니, 대죄하지 말라고 전교하였다. 성세창(成世昌) 【또한 종부시 제조로서 봉심하였다.】 이 아뢰기를,
"신이 화장사에서 모셔 온 공정 대왕의 영정을 봉심하여 보니 진품이 아닌 듯합니다. 복두(幞頭)와 포홀(袍笏)218) 의 관복(冠服) 차림이었는데, 이것은 송(宋)나라 군왕의 장복(章服)으로 고려의 군왕들도 이런 장복을 했습니다. 이 영정을 보니 필시 고려 군왕의 화상 같습니다. 그때 다녀왔던 서리(書吏)에게 물어보니 익선관(翼善冠)을 착용한 영정도 있다고 했습니다. 공정 대왕의 화상과 바꾸어 잘못 모셔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살펴보도록 하여 그것이 공정 대왕의 어용이라면 모셔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이번 이 영정은 신이 보기에는 진품이 아닌 것 같지만 신이 혼자만 보아서 정할 수도 없으니, 다시 대신으로 하여금 봉심하게 하여 조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왕후의 영정은 내제조(內提調)가 【이성군(利城君)과 해안군(海安君)임.】 봉심하고 진품인 것 같다고 하므로 따로 새로운 궤(櫃)에 넣어 내전에 봉안하였습니다. 비슷하지 않은 영정은 따로 앞 전(殿)에 모셔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그때 영정은 종부시(宗簿寺) 관원으로 하여금 모셔오게 하였는데 그 관원이 지금은 외임(外任)에 나가 있다. 그때 같이 다녀왔던 내관(內官) 최침(崔忱)에게 물어보니 화장사에는 단지 그 영정만 있고 또 조그마한 화상이 있었는데 모두 찢어져서 버렸다고 했다. 서리의 말은 믿을 수 없고 나 또한 옛글을 상고해 보지 않았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아조(我朝)의 태종(太宗) 이전에는 익선관이 없었고 세종조로부터 비로소 이 관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공정 대왕 때에는 이 관이 없어서 부득이 복건과 포홀 차림으로 그렸을 것이다. 수염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그림에도 노소(老少)가 있어 수염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참찬 【성세창이 그때 참찬이었다.】 이 잘못 헤아려 아뢴 것은 아닌가? 그러나 대신들과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성세창이 또 아뢰기를,
"익선관이 세종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신이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이 영정은 결단코 공정 대왕의 상이 아닙니다. 이 화상은 수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성글게 있는데 공정 대왕이 즉위한 다음의 어용을 그렸다면 젊어서 수염이 없던 때가 아닙니다. 신 또한 참작해서 살핀 것입니다. 대저 아조의 태조나 태종은 모두 익선관을 착용하셨고 복두가 없는데도 이 화상만은 복두를 착용하였으니, 고려 군왕의 화상이라 생각됩니다. 또 공정 대왕이 즉위하기 전에 사모(紗帽)를 쓰신 화상이 여기에 있는데 수염이 많습니다. 이 화상은 어탑(御榻)에 앉아 있으니 즉위한 이후의 화상이 틀림없는데도 수염이 도리어 성기니, 필시 공정 대왕의 어용은 아닐 것입니다. 다시 대신들로 하여금 봉심해서 처리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화장사에 있을 때 공정 대왕과 왕후의 두 영정을 모두 함에 보관하여 매우 존중하고 범상히 여기지 않았다니, 이로써 본다면 잘못 바뀌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당초 모셔올 때 내가 친히 살피려 하였다가 마침 일이 있어 하지 못하였는데,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화장사에 있는 공민왕 영정이라는 것을 가져와서 삼공(三公)과 종부시 제조가 같이 이번에 가져온 영정과 옛것을 비교해 살펴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다만 거기에 있는 영정이 공정 대왕의 화상이라면 위의(威儀)를 갖추지 않고 모셔와서는 안 되며, 만약 공민왕 영정이라면 잘못 위의를 갖추어 가져오는 것도 또한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에 대해 종부시에서 마련하여 계품하라."
"대왕의 영정은 결단코 진품이 아니라고 한다. 왕후의 영정은, 외제조(外提調)는 볼 수가 없으니 왕자군(王子君)으로 하여금 봉심하게 하라. 그 영정의 뒤에 정안 왕후(定安王后)라 쓰여 있는 것은 아마도 후세 사람이 공정 대왕의 후(后)라 여기고 추서(追書)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 수도 있으니, 그림이 왕후로 계셨을 때의 용모와 같은지 자세히 살피라."
하였다. 이성군 등이 회계(回啓)219) 하기를,
"대왕의 영정이 진품이 아니라 하여 이번에 가져온 영정을 전에 있던 왕후의 영정과 나란히 걸어놓고 봉심하여 보니, 화장사에서 모셔온 영정은 그 화상이 늙은 것 같았지만 체용(體容)은 같았습니다."
하니, 전교하였다.
"아뢴 뜻은 알았다. 그렇다면 내일 삼공을 불러 종부시 제조와 모여 의논한 다음 화장사에 있는 공민왕의 영정이라는 것을 모셔오라."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415면
- 【분류】왕실(王室) / 예술-미술(美術) / 의생활(衣生活)
○宗簿寺提調利城君 慣、海安君 㟓等, 奉審璿源殿後, 啓曰: "前日恭靖大王及定安王后影幀, 自華藏寺 【寺在開城府。 寺僧相傳恭靖大王兩位影幀云。 藏之已久, 朝議以謂, 先王先后御容, 不可褻置寺觀, 具儀奉迎。】 入來時, 臣等奉審奉安于璿源殿。 今日更審, 則大王御容, 與前在影幀, 不相似。 臣等前日未及詳察, 待罪。" 傳曰: "勿待罪。" 成世昌 【亦以宗簿寺提調奉審。】 啓曰: "臣本奉審華藏寺, 陪來恭靖大王影幀, 則似非其眞也。 以幞頭袍笏爲冠服, 此乃宋君王之章服, 而前朝君, 亦用此章服。 見此影幀, 則必是前朝君像也。 問於其時往還書吏, 則又有着翼善冠影幀云。 彼無乃恭靖大王之像, 而誤換持來乎? 更使看審, 彼若恭靖大王御容, 則陪來何如? 且今此影幀, 臣見之, 則似非眞, 而不可以臣之獨見, 乃定也。 更使大臣, 奉審而處之何如? 王后影幀, 則內提調 【利城君、海安君。】 奉審, 以爲相似云, 故別入新樻, 奉安于內, 而其不相似影幀, 則別置前殿, 何以爲之?" 答曰: "其時影幀, 令宗簿寺官員陪來, 而其官員, 今爲外任也。 問於同時往還內官崔忱, 則華藏寺只有其幀也。 又有一小幀, 畫畫盡破而棄之云。 書吏之言, 亦不可信也。 予不考古文矣, 傳聞我朝太宗以上, 無翼善冠, 而自世宗朝, 始有此冠云。 恭靖大王之時, 無此冠, 則不得已畫以幞巾袍笏也。 無鬚云者, 畫有老少, 故鬚或有無。 參賛 【成世昌時爲參贊。】 無乃誤計而啓之乎? 雖然亦與大臣議之可乎!" 世昌又啓曰, "翼善冠, 自世宗朝爲始之事, 臣不得知之, 但今此影幀, 決然非恭靖大王之像也。 此畫像, 非無鬚也, 而稀踈。 若畫恭靖大王卽位後御容, 則非少而無髯之時也。 臣亦斟酌而見之。 大抵我朝太祖、太宗, 皆着翼善冠, 而無幞頭。 此像獨着幞頭, 意謂前朝之君像也。 且恭靖大王未卽位前, 着紗帽之像在此, 而鬚髯多。 此像, 則坐御榻, 必卽位後之像, 而鬚反稀踈, 必非恭靖大王御容也。 更使大臣, 奉審處之何如?" 傳曰: "在華藏寺時, 恭靖大王及王后兩幀, 皆入函藏而尊之, 非偶然云。 以此見之, 似不誤換也。 當初入來時, 予意欲親審, 適有事故未果也。 此非小事, 在華藏稱恭愍王影幀, 亦當持來, 三公與宗簿寺提調, 一同憑審新舊之幀, 而處之可也。 但在彼之幀, 疑若恭靖大王之像, 則不具威儀而陪來, 不可也。 若恭愍王幀, 則誤具威儀而持來, 亦不可也, 何如而可乎? 此則宗簿寺自當磨鍊啓稟也。" 傳于利城君、海安君曰: "大王幀, 則決然非眞云。 王后御容, 則外提調, 不可見也, 故令王子君奉審也。 其幀背, 雖書定安王后, 後人無乃以爲恭靖大王后而追書之乎? 不無是理也。 容貌筆畫, 與前在王后御容有同乎? 仔細見之乎?" 利城君等回啓曰: "大王幀, 非眞云, 故今來影幀, 與前在王后幀, 雙掛奉審, 則華藏寺來幀, 其像似老, 然體容則同也。" 傳曰: "啓意知道。 若然則明日, 命招三公, 與宗簿寺提調會議後, 在華藏寺所謂恭愍王之幀, 陪來可也。"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415면
- 【분류】왕실(王室) / 예술-미술(美術) / 의생활(衣生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