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로의 방해를 우려하여 최억령·김식의 상소에 대해 징죄하지 않도록 하다
정원에 전교하기를,
"복성군(福城君) 이미(李嵋) 등의 일은 조정에서 이미 대의(大義)로 보전할 방법을 헤아렸으니, 전리(田里)에 방면한 것은 진실로 의논할 것이 없다. 그러나 전번 구언(求言)한 다음에 최억령(崔億齡)의 상소에 저같이 부당한 논의가 있으므로 나는 죄주려 하였고, 대간과 시종(侍從) 역시 죄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었다. 그러나 구언한 뒤에 말 때문에 죄받으면 언로(言路)에 방해가 되겠기에 죄주지 않은 것은 상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근자에 또 김식(金軾)이라는 자의 상소가 저와 같았는데, 이는 무뢰하고 망령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전일 양사(兩司)의 차자와 최억령의 상소를 모두 보고서 조정에서 죄주지 않을 것을 안 다음에 사태를 엿보다가 상소한 것이다. 이 일은 조정 상하가 모두 마음을 쓸 것은 없으나, 말한 것이 저러한데도 대간은 언로를 부식해야 하므로 죄주자고 아뢸 수가 없기에 저번 경연에서도 온당치 못하다는 뜻만을 아뢴 것이다. 조정에서는 애당초 왕자를 보전하고자 국론(國論)을 이미 정했는데도, 저들은 구언한 뒤에는 반드시 죄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그런 상소를 올린 것이니, 매우 그른 일이다.
이제 그 죄를 불문에 붙인다면 뒷날 반드시 방해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 죄줄 수는 없지만, 그 말의 근원을 추고하여 본도에게 공사(公事)로 만들어 먼 지방에 방축하게 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쾌하게 되고, 조금도 동요됨이 없는 나의 뜻도 모두 알게 될 것이다. 최억령과 김식이 죄받더라도 이 일은 다른 일과는 같지 않다. 따라서 사람들이 감히 ‘구언한 뒤에 말을 했다가 죄받았다.’고 하면서 당연히 해야 할 말들을 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지금 구언한 뒤에 일어난 일이라 하여 죄주지 않는다면 이 뒤부터 무지한 사람들이 또 어떤 소를 진달(陳達)할는지 모른다. 이들을 본도로 하여금 추고하게 해서 멀리 유배하여 뒷사람을 징계시킴이 어떻겠는가? 즉시 주서(注書)를 삼공에게 보내 의논하라."
하니, 영의정 정광필(鄭光弼)과 좌의정 심정(沈貞)이 의논드리기를,
"이번의 몇 가지 일은 초야(草野)에 있는 자가 가볍게 할 말이 아닌데도 두 서생(書生)이 망령되게 국가의 대사를 논한 것이니, 마땅히 법에 따라 징계하여 뒷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구언한 뒤이니, 말 때문에 죄받는다면 폐단이 따를까 두렵습니다. 오직 대의(大義)를 굳게 지켜 동요되지 말아야 합니다."
하고, 우의정 이행(李荇)은 의논드리기를,
"구언하는 하교가 내렸을 때 말한 자에게 죄주는 것은 국가의 아름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억령과 김식이 진달한 상소는 해서는 안되는 말인데도 한 것입니다. 만약 죄주지 않고 놓아준다면 또 다시 국시(國是)를 흔드는 자가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추국(推鞫)한 뒤에 죄줄 것인지의 여부는 상의 결단에 달렸습니다."
하니, 상이 영상과 좌상의 의논에 낙점(落點)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66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155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戊午/傳于政院曰: "福城君 嵋等事, 朝廷旣以大義, 計其保全之道, 而放歸田里, 固無可議之事。 而頃者求言之後, 崔億齡上疏內, 有如彼不當之論。 予旣欲罪之, 而臺諫、侍從, 亦非不知加罪。 但於求言之後, 以言獲罪, 則有妨言路, 故不罪之也。 此事上下皆知之, 近又有金軾者, 上疏如彼。 此非無知妄作而然也。 前日兩司箚子及崔億齡上疏, 必皆聞見, 知朝廷不卽加罪, 然後窺伺而上疏。 此事朝廷上下, 全不動念之事, 而所言如彼。 臺諫則所當扶植言路, 故不啓以加罪, 而頃於經筵, 只陳其未便之意而已。 朝廷初欲保全王子, 而國議已定。 彼人等意以爲求言之後, 必不加罪, 憑藉而爲之。 至爲過甚。 今若專釋其罪, 則後必有妨。 今雖不可捉囚, 而推其言根, 令本道爲公事, 竄逐遐裔, 則人心快矣, 而皆知予不搖動之意也。 崔億齡、金軾, 今雖被罪, 此非如他事。 他人其敢曰求言後受罪, 而不言其所當言之事乎? 今若以爲在求言之後, 而不加以罪, 則此後無知之人, 亦不知又陳何等疏乎! 此人等令本道推之, 竄逐懲後何如? 其卽遣注書, 議于三公。" 領議政鄭光弼、左議政沈貞議: "今此數事, 非草野之人所宜輕言。 兩生, 妄論國家大事, 宜抵法示後。 但今求言之後, 言而得罪, 恐有後弊。 惟堅定大義, 勿搖而已。" 右議政李荇議: "下敎求言, 而罪其言者, 甚非國家美事。 但崔億齡、金軾疏陳, 非所宜言。 若置而勿問, 則恐又有因而搖動國是者。 推鞫之後, 罪之與否, 在上裁斷爾。" 上落點于領、左相之議。
- 【태백산사고본】 33책 66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155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정론-정론(政論) / 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