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기우별제의 제문
정원에 전교하기를,
"오늘 종묘(宗廟)의 기우 별제(祈雨別祭) 제문(祭文)을 보니 탕(湯)임금의 육책(六責)의 뜻이 있다. 나도 자신을 책망하는 일이 무방할 것 같아 이미 재가(裁可)하였다. 다시 생각건대 태묘(太廟) 제문에 이 말을 넣어도 괜찮겠는가? 승지 등은 의논하여 아뢰라."
하니, 승지 등이 아뢰었다.
"성탕(成湯)의 육책(六責)도 하늘에 고하는 말입니다. 자신을 책망하는 말로 선왕(先王)께 고하는 것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제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소자(小子)가 큰 기업(基業)을 이어받아 덕(德)을 밝히지 못한 탓으로 천지 신명에게 죄를 얻었습니다. 밤낮으로 근심하여 온 지 20여 년이었지만, 꾸짖음이 더욱 심하여 재해가 계속 일어납니다. 백성들은 저축해 둔 자산(資産)이 없고 나라는 장차 쓰러지게 되었는데, 오늘날의 한재가 어쩌면 이렇게도 극도에 달하였단 말입니까? 봄부터 가물더니 가을이 되어서는 더욱 심하여 초목이 타들어가고 쇠가 녹아 내리게 되었습니다. 시가(市街)에는 먼지가 날고 전지(田地)는 씻은 듯이 깨끗하여, 모든 신(神)에 제사를 지내었건마는 아득히 들어주지 않습니다. 허둥지둥 허물을 몰라서 깊은 골짜기에 선 듯 두렵습니다. 정령(政令)이 한결같지 못하여 백성들이 실직(失職)한 탓인가? 현명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뒤섞여 나왔는데도 사악한 자를 물리치지 못한 탓인가? 여알(女謁)이 성행(盛行)하고 뇌물[苞苴]이 공행(公行)하고 참언하는 자가 번창하는데도 내가 살피지 못한 탓인가? 토목 공사가 많고 죄없는 사람이 억울함을 당하여 원통하고 괴로와 부르짖어도 관리들이 이를 살피지 않은 탓인가? 내게 실로 잘못이 있으니 정녕하게 나무라소서. 아, 이 백성들이 함께 멸망하게 되었는데도 하늘에 계신 상제(上帝)께서는 나를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밝으신 우리 조상이여! 어찌 차마 이럴 수가 있습니까? 상제의 좌우에 계시면서 오르내리시니, 후손의 이 어려움을 살피시어 좍좍 비를 내리게 하여 만물을 소생하게 하소서."―이 글은 직제학(直提學) 원계채(元繼蔡)가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65권 70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134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과학-천기(天氣)
○傳于政院曰: "今日見宗廟祈雨別祭祭文, 亦有六責之意。 予意以爲責已之事, 亦似無妨, 故已啓下矣。 更思之, 大廟祭文, 幷入此言, 亦無妨乎? 承旨等其議啓。" 承旨等啓曰: "成湯六責, 亦是告天之言。 以責己之言, 告于先王, 亦似無妨也。" 【其祭文曰: "閔予小子, 紹休丕基。 不克明德, 獲戾神祗。 夙夜憂勞, 廾餘年紀。 譴告猶甚, 災害駢至。 民無宿資, 國將靡底。 而今之旱, 胡玆其極。 自春愆澤, 迄秋愈酷。 草木焦爛, 金玉流爍。 九陌飛塵, 田疇濯濯。 靡神不擧, 聽予邈邈。 遑遑味咎, 懦懦臨谷。 政令不一, 民失職歟? 賢愚雜進, 邪未斥歟? 女謁盛行, 苞苴是讟, 讒夫其昌, 予未察歟? 土木方興, 無辜鬱抑, 冤苦群叫, 吏不格歟? 予實有過, 寧丁其謫。 哀此下民, 淪胥以滅。 昊天上帝, 則我不庇。 明明我祖, 胡寧忍此。 在帝左右, 陟降庭只。 眷予後嗣, 監此悃愊。 沛然下雨, 蘇我萬物。" 直提學元繼蔡之製。】
- 【태백산사고본】 33책 65권 70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134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