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와 강혼을 접견하여 조계상의 일을 의논하고, 조광조가 공물의 감손을 청하다
전교하기를,
"요즈음 재변을 만나 재상과 시종들을 다 만나보았으나, 부제학 조광조(趙光祖)는 지방에 갔다가 지금 돌아왔고, 진천군(晉川君) 강혼(姜渾) 역시 먼 시골에서 돌아왔으니, 아울러 만나보고자 한다."
하고, 얼마 있다가 상이 사정전(思政殿) 처마 밑으로 나아가니, 강혼(姜渾) 등이 입시(入侍)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지진이 나흘씩이나 계속하였으니, 옛날에도 이런 변이 있었느냐?"
하매, 강혼(姜渾)이 아뢰기를,
"한쪽의 말만을 듣거나 믿거나 할 것 같으면 광명 정대한 도(道)에 해로우니, 청컨대 직언(直言)을 용납하여 사기(士氣)를 드높이고, 노성(老成)한 인사에게 일을 맡기어 국사를 도모하소서. 그리고 정신(精神)과 심술(心術)의 기미를 신중히 하며, 혼자 있을 때에 방자하게 되는 것을 잘 살피시어, 그 마음의 잘못을 예방함으로써 천심(天心)에 당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고, 조광조는 아뢰기를,
"지금 조정이 청명(淸明)하고 밖으로는 수령(守令)들도 스스로 신칙할 줄을 아니 ‘양기(陽氣)가 굴복하고 음기(陰氣)가 성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반드시 먼저 나타나는 것이니, 10년 후에 있을 일의 기미가 이미 조짐이 있는 까닭에 또한 이와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강혼이 아뢴 ‘노성한 인사에게 맡기는 것’ 또한 마땅합니다만, 노성한 신하라 해서 어찌 잘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도 없겠습니까? 혹 습속(習俗)에 빠지는 수도 있고, 혹은 생각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 수도 있는 것이니, 대개 두 번 생각을 하는 것은 그래도 가하나, 세 번까지 생각을 한다면 불가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다만 노성하다는 이유만으로 편청(偏聽)161) 을 하여서는 안 됩니다. 대저 소인이 나라에 재변이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 임금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면, 임금은 갈피를 잡지 못하여 그 재변이 이 때문에 생겼는지 저 때문에 생겼는지를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 까닭에 비록 훌륭한 선비라 해도 쾌연히 행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개 소인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니, 조정이 불안하게 된 뒤라야 그의 술책을 부려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재변에 대해서 식자(識者)들은 반드시 생각하기를, 조만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니, 아래 위가 진실로 서로 수성(修省)한다면 재변은 소멸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강혼이 또 아뢰기를,
"조종(祖宗)의 열성(列聖)162) 께서 서로 이어 법장(法章)을 만든 금과옥조(金科玉條)는 마땅히 굳게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부득이 변통할 필요가 있는 것은 마치 막힌 물을 터 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 변통할 것도 있기는 합니다만 대개는 그대로 잘 지켜야 합니다."
하니, 조광조가 아뢰기를,
"이는 곧 노성(老成)한 사람의 말입니다. 그런데 ‘변통을 한다는 것’은 마땅한 말입니다마는 조종의 법을 아랫사람이 모두 다 변통하려 하는 것은 참으로 옳지 않은 일입니다. 문왕(文王)·주공(周公)의 법도 나중에는 폐가 있었는데 하물며 후세의 법이겠습니까? 그대로 두어도 될 것을 변통하려 하는 것도 불가하며, 변통해야 할 것을 그대로 두고자 하는 것도 불가한 일입니다. 다만 원하옵건대 성학(聖學)이 고명(高明)하시어서, 사물(事物)을 응접(應接)하시는 동안에 자연히 터득하신다면 좋겠습니다. 어제 서울에 올 때에 길에서 사인(舍人) 유옥(柳沃)을 만난 뒤에 신은 비로소 조계상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말하기를 ‘신이 내려간 지 불과 며칠 사이에 큰 재변이 있고 또 이러한 말이 있다니!’ 하였습니다. 대저 임금이 옛것을 사모하면 군자는 단번에 변화하고 소인도 얼굴을 고쳐 순종하는 것인데, 조계상의 말은 재변(災變)이 있음을 기화로 해서 사류(士類)를 배척하여 모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가 이 말을 듣고 옛일을 사모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나도 또한 그 말이 그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곧 따지고 분석해서 그로 하여금 스스로 그 잘못을 알게 하였거니와, 그 마음은 모르겠으나 그 말은 과연 잘못이다."
하였다. 조광조가 아뢰기를,
"자고로 소인이 군자를 공격함에 있어서는 ‘탐(貪)163) ’이니 ‘음(淫)164) ’이니 ‘독화(黷貨)165) ’니 하는 말들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주로 ‘방산(謗訕)166) ’ ‘붕당(朋黨)’ 혹은 ‘가작(假作)167) ’ ‘허위(虛僞)168) ’ 등의 문자를 가지고 모략하는 것입니다. 조계상은 일을 꾸민 지가 이미 오래되었으니, 어떤 기회에 일을 벌인다면, 군자가 어찌 능히 화가 없으리라고 보증하겠습니까. 둥근 해가 환히 비춰보시는데 신이 어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신이 솔직히 말씀드리건대 계상은 참으로 더할 수 없는 소인입니다. 또 민간에서 보건대 한 가지 폐가 있으니, 백성들이 바치는 앵두·자두·황도·능금과 같은 것이 곧 그것입니다. 백성들이 매우 괴롭게 여기고 있으니 감할 만한 것은 감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외방(外方)에서 바치는 과물(果物)은 다만 천신(薦新)에만 쓰는 것뿐이니, 이는 반드시 민간에다 많이 배정할 것은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39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재정-진상(進上) / 농업-과수원예(果樹園藝) / 구휼(救恤)
- [註 161]편청(偏聽) : 한쪽의 말만 들음.
- [註 162]
열성(列聖) : 역대의 임금.- [註 163]
탐(貪) : 탐욕이 있음.- [註 164]
음(淫) : 방탕함.- [註 165]
독화(黷貨) : 금전 재화를 탐함.- [註 166]
○傳曰: "近遇災變, 盡訪宰相、侍從矣。 副提學趙光祖在外而今始還, 晋川君 姜渾亦歸遠鄕。 將欲竝訪之。" 未久上出御思政殿簷下, 渾等入侍。 上曰: "地震, 至連四日。 古豈有若是之變乎?" 渾曰: "若偏聽、偏信, 則有害於光明正大之道。 請容受直言, 以增士氣, 圖任老成之人, 以謀國事。 謹之於精神心術之微, 察之於幽獨得肆之地, 預防其非心, 以當天心可也。" 光祖曰: "今者朝廷淸明, 外至守令, 亦知自飭, 不可謂之陽氣屈伏, 而陰氣盛也。 然天意必先見十年後之事。 幾微已有兆朕, 故亦如此也。 且姜渾所啓, 圖任老成者亦當矣。 然老成之臣, 亦豈盡無不善之事乎? 或有溺於習俗, 過於思慮。 夫再思之, 則猶可也, 三思之, 則不可。 如此則不可徒以老成而偏聽之也。 大抵小人, 幸國之有災, 搖撼君心, 則人君莫適所從。 不知變之生, 由於此乎? 由於彼乎? 以此雖善士, 不爲快然而行。 蓋小人喜生事, 朝廷不安, 然後可試其術。 今者災變, 有識者必以爲, 亡在朝夕, 上下苟能交修, 則災可弭也。" 渾曰: "祖宗列聖相承, 制爲法章, 金科玉條, 所當堅守, 若其中不得已當通者, 則如水之壅塞, 不可不開通其波流也。 故有不得已變而通之者, 大槪當堅守也。" 光祖曰: "此老成人之言也。 所謂變而通之者亦當矣, 但祖宗朝之法, 下人欲盡變更, 固非也。 夫文王、周公之法, 終亦有弊。 況後世之法乎? 可行而必欲變之者, 不可; 可通而必欲不通者, 亦不可也。 但願聖學高明, 應事接物之際, 自然理會, 則可矣。 昨日來時, 路見舍人柳沃, 臣始聞曺繼商所言, 乃大驚曰: ‘臣之下來, 僅數日之間, 旣有大災, 又有如此之言乎?’ 夫人主慕古, 則君子當豹變, 小人當革面。 繼商之言, 欲因災變而排陷士類也。" 上曰: "予聞此言, 以爲慕古, 未必非也。 予亦知其言之誤, 故卽辨析之, 使自知其非。 其心則未可知也, 其言則果誤矣。" 光祖曰: "自古小人之攻君子, 不曰貪, 不曰淫, 不曰黷貨, 而或以謗訕, 或以朋黨, 或以假作, 或以虛僞, 類以此等言中之矣。 夫繼商設計已久, 乘機而發, 君子豈能保其無禍乎? 白日照臨, 豈爲誣哉? 臣且直言之, 則繼商眞無狀小人也。 又見民間有一弊焉, 如櫻桃、紫桃、黃桃、林檎等物, 乃其弊也。 民甚苦之, 可減則減之何如?" 上曰: "外方所進果物, 止以薦新而已, 此未必多定於民間也。"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39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재정-진상(進上) / 농업-과수원예(果樹園藝) / 구휼(救恤)
- [註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