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시에 또 지진이 있었고, 조강에 나아가니 장순손·조계상을 탄핵하다
묘시(卯時)에 또 지진이 있었다. 조강(朝講)에 나아갔다. 신광한(申光漢)이 아뢰기를,
"장순손(張順孫)은 성명(聖明)께서 위에 계시므로 그의 흉모(兇謀)를 써보지 못하였으나 조계상(曺繼商)은 불러 연방(延訪)할 때의 말이 지극히 놀라운 일입니다. 임금이 평시에는 고명(高明)한 듯하지만 일단 재변을 만나면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참언(讒言)156) 이 움직이기 쉬운 까닭입니다. 당 명황(唐明皇)157) 개원(開元)158) 초기에 송경(宋璟)을 기용해서 재상을 삼으니 그가 기강(紀綱)을 세우고 법도(法度)를 정비하므로 소인들이 자못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한재(旱災)를 만나자 그 소인들이 광대[優人]를 시켜서 송경을 원망하는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어 아뢰게 하니, 명황이 의심하여 경(璟)을 파직하였다가 결국은 파촉(巴蜀)으로 몽진하는 화(禍)159) 를 당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기미(幾微)가 나타날 때에는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조계상은 본시 간사한 자입니다. 전에 대사헌으로 있을 때에 대간(臺諫)이 이극돈(李克墩)160) 의 관작을 추탈(追奪)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그 때 대신(大臣)들이 ‘추탈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하자 집의 김관(金寬)과 장령 안처성(安處誠) 등이 이 의견에 좇아 추탈하자는 논의를 막았습니다. 그런데 오직 지평 송호의(宋好義)만이 분연히 일어나서 계상(繼商) 등 3인을 논핵하여 그들은 모두 파직이 되었었습니다. 그후에 혹 육경(六卿)의 다음 자리에 있기도 하였으니, 어찌 이런 독심(毒心)이 있을 줄이야 알았겠습니까? 부득이 찬축해야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구언(求言)할 때에 또 말하는 자를 죄준다면 언로(言路)에 방해되지 않겠느냐?"
하였다. 영사 정광필이 아뢰기를,
"신은 장순손의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만, 그가 모함하였다는 사실이 과연 적실한 것이라면 그를 중죄에 처한들 무엇이 아까울 것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단지 말만 가지고 본다면, 그것이 또한 적실한지 어떤지 모르는 일입니다. 체직(遞職)하소서. 임금이 대신(大臣)을 대우하는 일이 이 정도면 이미 지극한 것이니, 기어이 그를 찬축한다면 벌이 너무 과합니다. 무릇 반역(叛逆)과 모란죄(謀亂罪)를 논할 때와 난언죄(亂言罪)와는 율(律)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두려워하며 재변에 응답하는 때이니, 오직 인심(人心)을 진정하는 것이 매우 옳습니다."
하고, 시독관 윤자임(尹自任)은 아뢰기를,
"조계상은 본래가 간사한 자이지만, 신광한이 아뢴 일, 즉 그가 이극돈(李克墩)의 관작을 추탈하자는 논의를 막아 버린 것은 더욱 사특한 일입니다. 그때 물론(物論)이 비등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심술(心術)을 알아차린 것을 분히 여겨, 그는 매양 원망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의 뜻이 확고 부동하시고 공론(公論)이 또 소명(昭明)하므로 그는 무슨 일을 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지금 비상한 변고를 당하여, 아래 위가 다 두려워하며 불측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정인군자(正人君子)는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상심(喪心)하는데, 사류(邪類)들은 신바람이 나서 서로 경하하며 이르기를 ‘이때야말로 우리의 술책을 써볼 만한 때이다.’ 합니다. 그리고 여타의 음당(陰黨)들도 모두 서로 일어나 그들의 술책을 시험해보려 하는데, 계상이 마침 재상의 반열에 있는지라, 상께서 불러서 물어보실 때에 참예하게 되었으므로 나라를 망하게 할 말을 하였던 것이니, 그 말은 결코 우연히 튀어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는 장순손(張順孫)과 똑같은 자입니다. 이는 군자·소인의 소장(消長)이 달려 있고 종묘 사직의 존망(存亡)이 달려 있는 것이니 부득불 그는 찬축하여야 합니다."
하고, 신광한과 지평 임권이 전의 일을 아뢰었으나 모두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39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왕실-경연(經筵)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정론-간쟁(諫諍)
- [註 156]참언(讒言) : 참소하는 말.
- [註 157]
당 명황(唐明皇) : 당 현종(唐玄宗).- [註 158]
개원(開元) : 현종의 연호.- [註 159]
파촉(巴蜀)으로 몽진하는 화(禍) : 곧 안록산(安祿山)의 난이 일어나 사천으로 피난했던 일을 말함.- [註 160]
이극돈(李克墩) : 무오 사화(戊午士禍)를 일으킨 장본인.○丙辰/卯時, 地又震。 御朝講。 司諫申光漢曰: "張順孫以聖明在上, 故不得試其兇謀, 如曺繼商, 迎訪時所啓之言, 至爲駭愕。 人主平時, 雖若高明, 一遇災變, 便生疑懼之心, 此讒言所以易動也。 唐 明皇 開元初, 用宋璟爲相, 立紀綱修法度, 小人頗厭之。 適値旱災, 令優人戲陳怨苦宋璟之事。 明皇疑之, 乃罷璟, 終致幸蜀之禍。 幾微之際, 不可不謹。 繼商, 本憸邪之人也。 前爲大司憲時, 臺諫議欲追奪李克墩官爵。 其時大臣議, 以爲不可奪, 執義金寬、掌令安處誠等附會其議而止之, 持平宋好義獨奮然不顧, 乃論繼商等三人, 皆罷去。 其後或處之六卿之亞, 那知其中有如此毒心乎? 不得已竄逐可也。" 上曰: "求言之際, 又罪言者, 則無奈有妨於言路乎?" 領事鄭光弼曰: "順孫之言, 臣未之聞也。 若其謀陷之事果的實, 則雖置重典, 何惜? 徒以言語間事, 亦未知其的實而已。 令遞職, 人君之待大臣, 至此已極矣, 苟至於竄逐, 則過重矣。 凡論叛逆謀亂, 與亂言異律。 今方恐懼, 以應災變之時, 唯務鎭靜人心, 甚可也。" 侍讀官尹自任曰: "繼商, 本一狎邪小人, 如光漢所啓。 止其追奪克墩官職之事, 尤甚邪慝。 其時物論騰播, 恨人之知己心術, 每懷憤怨, 但以上志堅定, 公論昭明, 故不能發之。 今値非常之變, 上下憂懼, 恐有不測之禍, 正人君子皆扼腕喪心, 而邪類則彈冠相慶, 以謂如此之時, 可得行其術也。 其他陰黨, 亦皆相煽而起, 欲試其術。 繼商適在宰相之列, 入參迎訪, 故乃進喪邦之言。 其言亦非偶發於言端也, 與張順孫一體之人也。 此乃君子小人消長之機, 宗廟社稷存亡之會也。 不得已當竄逐也。" 光漢與持平任權論前事, 皆不允。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39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왕실-경연(經筵)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정론-간쟁(諫諍)
- [註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