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가 박상 등의 처리와 관련하여 사직을 청하다
정언(正言) 조광조(趙光祖)가 아뢰기를,
"언로(言路)가 통하고 막히는 것은 국가에 가장 관계되어, 통하면 다스려지고 평안하며 막히면 어지러워지고 망하므로, 임금이 언로를 넓히기에 힘써서 위로 공경(公卿)·백집사(百執事)로부터 아래로 여항(閭巷)·시정(市井)의 백성에 이르기까지 다 말할 수 있게 하나, 언책(言責)이 없으면 스스로 말은 극진하게 할 수 없으므로 간관(諫官)을 두어 그 일을 맡게 하는 것이니, 그 말이 혹 지나치더라도 다 마음을 비워 놓고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것은 언로가 혹 막힐까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근자에 박상(朴祥)·김정(金淨) 등이 구언(求言)에 따라 진언(進言)하였는데, 그 말이 지나친 듯하더라도 쓰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어찌하여 다시 죄줍니까? 대간이 그것을 그르다 하여 죄주기를 청하여 금부(禁府)의 낭관(郞官)을 보내어 잡아오기까지 하였습니다. 대간이 된 자로서는 언로를 잘 열어 놓은 뒤에야 그 직분을 다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 등에 대하여 재상(宰相)이 혹 죄주기를 청하더라도 대간은 구제하여 풀어 주어서 언로를 넓혀야 할 터인데, 도리어 스스로 언로를 훼손하여 먼저 그 직분을 잃었으니, 신(臣)이 이제 정언(正言)이 되어 어찌 구태여 직분을 잃은 대간과 일을 같이하겠습니까? 서로 용납할 수 없으니 양사(兩司)를 파직하여 다시 언로를 여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언로가 통하여 막히는 데에 대한 말은 마땅하다. 그러나 김정·박상 등은 아랫사람으로서 말할 수 없는 일을 문득 논하였으므로 대간이 죄주기를 청한 것이다. 이제 만약에 죄다 간다면 지나칠 듯하거니와, 어찌 이 때문에 서로 용납하지 못하겠는가?"
하매, 다시 아뢰기를,
"김정·박상 등이 말한 일이 마땅하지는 않으나, 그 상소(上疏)는 버려두고 따지지 않아야 납언(納言)하는 덕이 드러나거니와, 재상도 상께서 그 말을 쓰지 않으시는 줄 알고서 시비를 논하지 않았는데, 대간이 굳이 죄주기를 청하여, 임금을 불의에 빠뜨리어 간쟁(諫諍)을 거절하는 조짐을 만들어서 만세에 성덕의 누가 되게 하였으니, 이렇게 한 뒤에는 국가에 큰일이 있더라도 어찌 감히 구언할 수 있겠으며, 구언하더라도 누가 감히 말하겠습니까? 외방(外方)의 초야에 있는 사람으로서 일을 말하고자 하는 자가 김정·박상 등의 일을 길에서 듣고서 그만두니, 치세(治世)834) 에 어찌 이런 일이 있겠으며, 그때의 대간이 아직도 다 관직에 있는데 어찌 신과 서로 용납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그때의 대간 중에는 외방으로부터 올라온 자 【장령(掌令) 유옥(柳沃)과 정언(正言) 박명손(朴命孫)이다.】 가 있으나 역시 그르다 하지 않고서 서로 용납하였는데, 어찌 정언만이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가?"
하매, 세 번째 아뢰기를,
"신의 말에는 다른 뜻이 없습니다. 당시 외방에 있던 대간이 혹 서로 용납하였을지라도 사람의 소견은 같지 않으니, 신은 서로 용납하지 못합니다. 신이 아뢴 것은 언로를 위하여 그러는 것인데, 어찌 구차하게 그들과 함께 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대신(大臣)에게 의논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23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12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註 834]치세(治世) : 잘 다스려진 세상.
○甲辰/正言趙光祖啓曰: "言路之通塞, 最關於國家, 通則治安, 塞則亂亡。 故人君務廣言路, 上自公卿、百執事, 下至閭巷、市井之民, 俾皆得言。 然無言責, 則不自得盡, 故爰設諫官以主之, 其所言雖或過當, 而皆虛懷優容者, 恐言路之或塞也。 近者朴祥、金淨等, 當求言而進言, 其言雖若過當, 不用而已, 何復罪之? 臺諫乃以爲非, 而請罪, 至發禁府郞官而拿致。 爲臺諫者, 能開言路然後, 可謂能盡其職也。 金淨等事, 宰相雖或請罪, 臺諫則當救解, 以廣言路, 而反自毁言路, 先失其職。 臣今爲正言, 豈敢與失職臺諫同事乎? 不可相容矣, 請罷兩司, 復開言路。" 傳曰: "言路通塞, 言之當矣。 然金淨、朴祥等遽論下人所不得言之事, 故臺諫請罪也。 今若盡遞, 則似過當矣。 豈以此, 不相容乎?" 更啓曰: "金淨、朴祥等所言之事, 雖不當矣, 然其上疏, 置而不問, 納言之德, 彰著矣。 宰相亦知上不用其言, 而不論是非, 臺諫强請罪之, 陷君於不義, 以成拒諫之漸, 累聖德於萬世。 如此之後, 國家雖有大事, 豈敢求言乎? 雖求之, 誰敢言乎? 外方草萊之人, 欲言事者, 路聞金淨、朴祥等事而止, 治世安有此事? 其時臺諫, 尙皆在職, 臣豈與相容乎?" 傳曰: "其時臺諫, 有自外上來者, 【掌令柳沃、正言朴命孫。】 亦不以爲非而相容, 則正言豈獨不相容乎?" 三啓曰: "臣言, 無他意也。 當時在外臺諫, 雖或相容, 人之所見不同, 臣則不相容矣。 臣之所啓, 爲言路而然也, 豈可苟與之同乎?" 傳曰: "當議于大臣。"
- 【태백산사고본】 12책 23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122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