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의 일과 도적을 잡을 방책에 대해 의논하다
조참(朝參)을 받았다. 조강(朝講)에 나아갔다. 지평(持平) 허지(許遲)가 아뢰기를,
"심의(沈義)가 윤대(輪對)에서 ‘임금은 약하고 신하는 강하다.’[君弱臣强]는 말을 아뢰었기 때문에 아랫사람들이 매우 의구(疑懼)하게 되었습니다. 심의는 심술(心術)이 본래 비뚤어지고 험악하여 취할 것이 없는 사람이지만 육조(六曹)의 낭관(郞官)으로 있었으니, 어찌 사리를 알지 못하고 아뢰었겠습니까? 추고하시기 바랍니다."
하고, 헌납(獻納) 조방언(趙邦彦)은 아뢰기를,
"심의가 윤대에서 한 말은 과연 큰 잘못입니다. 그러나 이미 사람들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였으니, 비록 광패(狂悖)하다 해도 또한 마땅히 우악(優渥)하게 용서하셔야지 죄를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 지금 만약 죄를 다스린다면 사체(事體)에 해로울까 싶습니다."
하고, 영사(領事) 유순정(柳順汀)은 아뢰기를,
"듣건대, 도적(盜賊)이 날로 심해져 황해도·개성부(開城府) 등지에는 이미 장수를 보내어 잡도록 했습니다. 전에 전임(田霖)이 포도 대장(捕盜大將)이 되어 철저하게 잡아들였으나 그 여당(餘黨)이 아직도 남아 있어 거개 모두 보복(報復)하고 있습니다. 듣건대, 장단(長湍) 사람으로 지휘(指揮)하여 도적을 잡게 한 자가 있었는데 적들이 곧 살해하였고, 또 인천(仁川) 수군(水軍)으로서 전임의 부하가 되어 도적 잡는 일을 지휘하던 자를 도적들이 보복하여 죽이며 말하기를, ‘전임이 이미 죽었는데 네가 인제 누구를 믿으랴?’ 하는 등 참혹함이 이와 같으므로, 비록 민가에 지접(止接)하더라도 감히 발설(發說)하지 못하게 된다 합니다.
인천(仁川)의 재인(才人)과 백정(白丁)들이 있는 소굴(巢窟)에 장수를 보내되, 사냥한다고 핑계하여 사졸들도 알지 못하게 하고 느닷없이 야간(夜間)에 덮친다면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듣건대, 도적들이 승정원(承政院)이나 병조(兵曹) 등의 곳을 날마다 엿보다가 그의 도당에게 급히 보고한다는데 조금이라도 지연되게 되면 비록 장수를 보낸다 하더라도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니, 모름지기 따로 계책을 마련함이 좋겠습니다."
하고, 지사(知事) 권군(權鈞)은 아뢰기를,
"인천만이 아니라 김포(金浦)·통진(通津) 등 지방에도 많이 있어 이리저리 서로 왔다갔다 하니, 만일 동시에 덮친다면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에 전임이 나가 돌아다니며 잡은 뒤에 거의 잠잠했었는데 지금 도로 번성함이 이러하니, 마땅히 신속하게 폐해를 제거해야 하겠습니다."
하고, 조방언은 아뢰기를,
"도적을 잡아 백성들의 피해를 제거해야 됩니다. 그러나 도적이란 빈궁한 데서 일어나게 되는 것인데, 듣건대 민간(民間)이 지극히 빈곤하여 꾸어서 창곡(倉穀)을 상환(償還)한다 합니다.
도적을 없애는 계책은 마땅히 먼저 백성을 구제하는 것에서부터 해야 할 것이니, 포흠(逋欠)한 것을 감해 주는 방도라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37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정론-정론(政論)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재정-전세(田稅)
○癸巳/受朝參。 御朝講。 持平許遲曰: "沈義於輪對, 以 ‘君弱臣强’ 之語啓之, 下人甚疑懼。 義心術本乖險, 無可取, 在六曹郞官, 豈不知事理而啓之? 請推之。" 獻納趙邦彦曰: "沈義輪對之言, 果大失矣。 然旣使人言之, 雖或狂悖, 亦當優容, 而不可治罪。 今若治罪, 恐妨事體也。" 領事柳順汀曰: "聞盜賊日甚, 黃海道 開城府等處, 已遣將捕之。 前日田霖爲捕盜將, 窮極捕之, 其餘黨猶存, 率皆報復。 聞長湍人, 有指揮捕捉者, 卽殺之, 又仁川水軍, 爲田霖伴黨, 而指揮捕捉者, 賊報復而殺之曰: ‘田霖旣死, 爾今何恃乎?’ 其慘酷如是。 故雖止接民家, 莫敢發言。 仁川, 才人、白丁所居賊藪。 若遣將以田獵爲名, 雖士卒, 使不得知之, 出其不意, 掩襲夜間, 則可以捕捉矣。 又聞盜賊於承政院、兵曹等處, 日日伺候, 飛報其黨, 小有遲緩, 則雖遣將, 不能捕之, 須別設謀策, 乃可也。" 知事權鈞曰: "非徒仁川, 於金浦、通津等地方, 亦多有之, 轉相來往。 若同時掩襲, 則可以竝擧而捕之。 前者田霖出歸捕捉後, 庶幾寢息, 今復熾盛如此, 宜速除害。" 邦彦曰: "搜捕盜賊, 以除民害可矣。 然盜賊起於貧窮間。 民閒至貧, 稱貸以償倉穀, 弭盜之策, 當先恤民, 蠲減逋欠之方, 不可不講究也。"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14책 377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정론-정론(政論) /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재정-전세(田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