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홍문관 수찬 박은의 졸기
유순 등이, 밤까지 사냥함은 온편치 못하다는 일을 계달(啓達)한 사람인 유순정(柳順汀)을 국문하니, 공초하기를,
"남세주(南世周)가 앞장서 주장하였으며, 신은 논계에 참여하였습니다."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세주는 이미 죽고 순정만이 있으니 다시 물을 수 없으나, 순정의 말이 이러하니 반드시 세주가 앞장서 주장하였을 것이니, 직첩(職牒)을 거두라. 표연말(表沿沫)이 정원(政院)을 거치지 않음을 논계한 죄는 비록 죽었어도 버려둘 수 없는데, 이미 직첩을 거두었으니 아울러 죄줌이 어떠한가?"
하고, 또 전교하기를,
"박은(朴誾)은 곧 실어가서 군기시(軍器寺) 앞 거리에서 참(斬)하되, 백관(百官)이 서립(序立)하고 효수(梟首)하고, 적몰(籍沒)하며 그 자식을 아울러 죄주며, 찌를 달아 죄명을 쓰되 ‘거짓 충성으로 스스로 편안하고 신진(新進)으로서 장관(長官)을 업신여겼다.’ 하라."
하고, 이어 전교하기를,
"전후(前後)에 죄를 입어 배소(配所)를 분정(分定)한 홍문관(弘文館) 관원을 써서 아뢰라. 이 사람들은 죄 때문에 배소를 분정하였으나 도리어 스스로 몸 편히 여기며 수령(守令)도 접대하는 수가 있으니, 난역(亂逆)에 연좌되었거나 자신이 중죄를 범한 자 및 이와 같이 앞장서서 주장한 자라면 경중(京中)으로 돌아오게 하여서는 안 되겠으나, 그 나머지 배소를 분정한 자는 다 올라와서 천한 일을 하게 하면 몸이 절로 편안하지 못하여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로워지려니와, 만약 그 허물을 고치지 않으면 엄중히 논죄하여 마땅하리라. 나무나 돌을 나르는 따위 일에 관원을 시켜 검찰하게 하여 거부하는 자는 죄를 다스리고, 제술(製述)할 일이 있으면 또 짓도록 명함이 어떠한가?"
하매, 순 등이 아뢰기를,
"옛적에도 귀신(鬼薪)·성조(城朝)·용(舂)307) 의 벌이 있었으니, 이제 경중에서 부려서 노고(勞苦)하여 스스로 새로워지게 함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은(誾)은 본관(本貫)이 고령(高靈)인데, 어려서부터 총명이 뛰어나 글을 잘 지으며 기억을 잘하고 힘써 배워서 나이 18살에 급제하였다. 홍문관(弘文館)에 뽑혀 들어가 늘 경연(經筵)을 모시매, 반드시 치란(治亂)과 득실(得失)을 지적하여 진술하되 말이 매우 적절하여 경계되는 바가 많았다. 마음을 정하고 행위를 바로하여 늘 옛사람과 같기로 스스로 목적하였으며, 문장(文章)에 있어서는 타고난 것이 매우 높고 생각이 샘솟듯 하여 한때의 글 잘하는 선비가 다 스스로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다. 왕이 그 정직함을 미워하여 내치려고 생각하게 되매, 마침 홍문관이 상소하여 일을 논하였는데 그를 미워하던 대신(大臣)이 이 기회를 따라서 꾸며 헐뜯으니, 왕이 노하여 그의 관직을 파면한 뒤에 또 외방으로 귀양보냈으나, 은은 슬픈 모습이 없이 말하는 빛이 태연하였다. 이에 이르러 그를 죽이니, 이때 나이 26살이었다. 은은 이행(李荇)·홍언충(洪彦忠)과 서로 벗하여 친하니 다 한때의 이름 있는 선비인데, 또한 결장(決杖)하여 귀양보냈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54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38 면
- 【분류】재정-역(役) / 인물(人物) / 정론(政論) / 왕실-행행(行幸) / 사법-재판(裁判) / 행정(行政) / 인사-관리(管理) / 가족(家族)
- [註 307]귀신(鬼薪)·성조(城朝)·용(舂) : 셋은 다 형벌의 이름으로 노역(勞役)에 종사하게 하는 것인데, 귀신은 진·한대(秦漢代)의 것으로 종묘(宗廟)에서 땔 나무를 하는 것이며 형기는 3년이고, 성조는 곧 성단(城旦)이라 하여 한대의 것으로 아침 일찍부터 성을 쌓는 것이며 형기는 4년인데, 위 두 가지는 남자의 형이다. 용은 한대의 것으로 쌀을 찧는 것이며 여자에게 과하는 4년의 형이다. 《사기(史記)》 회남왕전(淮南厲王傳)·《한서(漢書)》 혜제기(惠帝紀)·《사기(史記)》 진시황기(秦始皇紀).
○洵等鞫犯夜打圍未便事啓達人, 柳順汀供云: "南世周首唱, 而臣則參啓。" 傳曰: "世周已死, 順汀獨在, 無可更問。 然順汀之言如此, 必世周首唱也, 其收職牒。 表沿沫論啓不由政院之罪, 雖死不可棄也。 旣收職牒, 幷罪何如?" 又傳曰: "朴誾卽載去, 斬于軍器寺前街。 百官序立, 梟首、籍沒, 幷罪其子, 其懸栍書罪名曰: ‘詐忠自安, 新進侮長官。’" 仍傳曰: "前後被罪分配弘文館員書啓。 此人等以罪分配, 而反自安身, 守令亦或接對。 若亂逆緣坐, 身犯重罪者及如此首唱者, 則不可使之還京, 其餘分配者, 皆令上來, 爲賤役則身不自安, 而改過自新。 若不悛其過, 則當宜重論。 如輸木石等事, 令官員撿察, 否者治罪, 有製述事, 又令命製何如?" 洵等啓: "古亦有鬼薪、城朝、舂之罰, 今可役使京中, 使其勞苦以自新。" 誾 高靈人。 聰穎特達, 善屬文。 强志力學, 年十八登第, 選入弘文館, 常侍經幄, 必指陳治亂得失, 言甚剴切, 多所規警。 立心制行, 常以古人自期。 爲文章, 天分甚高, 思如泉湧, 一時能文之士, 咸自以爲不可及。 及王惡其正直, 思欲黜之, 適弘文館上疏論事, 大臣惡之者因搆毁之, 王怒罷其職, 後又竄于外, 誾殊無戚容, 辭氣坦然。 至是殺之, 時年二十六。 誾與李荇、洪彦忠相友善, 皆一時名士, 亦杖而竄之。
- 【태백산사고본】 15책 54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38 면
- 【분류】재정-역(役) / 인물(人物) / 정론(政論) / 왕실-행행(行幸) / 사법-재판(裁判) / 행정(行政) / 인사-관리(管理) / 가족(家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