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연을 정지하다
전교하기를,
"근자에 몸이 불편한 데다가 또 큰일을 만나서 마음을 썼더니 기운이 안정되지 않는 것 같다. 경연(經筵)을 정지하려 하는데, 어떤가?"
하니, 유순(柳洵) 등이 아뢰기를,
"근자에 큰일이 있고 또 국상[國恤]을 만나니, 신 등이 항상 성체(聖體)가 어떠하신가 염려하고 있습니다. 근일 경연은 정지함이 가할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주색에 빠져, 학문을 강할 생각이 없는데, 순 등이 견책당할 것을 두려워, 역시 권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경연이 영영 폐지되어 왕의 위엄과 포학이 날로 심하여 한 마디의 말이 왕의 뜻을 거슬러도 문득 죄주고 베므로 조정의 사람마다 위태롭게 여겼다. 순(洵) 및 허침(許琛)·박숭질(朴崇質)이 정승이 되어서도 그저 자리나 채울 뿐 감히 바로 잡는 일이 없었고, 오직 명을 받들어 순종할 뿐이었다.
이때 김수동(金壽童)·정미수(鄭眉壽)·김감(金勘)·이계남(李季男)이 의금부(義禁府) 관원이 되고, 강귀손(姜龜孫)·김수동(金壽童)·송질(宋軼)·허집(許輯)이 춘추관(春秋館) 관원이 되고, 박열(朴說)·이계맹(李繼孟) 등이 승지가 되었는데, 모두 해치려는 마음이 없어, 무릇 역사를 상고하여 죄를 의논하는데 힘써 구원하였으며, 순(洵) 등이 또 많이 미봉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혹 그 힘으로 살아나기도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53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16 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
○傳曰: "近因不平, 又値大事, 不無用慮, 氣似不定, 欲停經筵何如?" 洵等啓曰: "近有大故, 又値國恤, 臣等常慮聖體何如。 近日經筵可停。" 王荒於酒色, 無意講學。 洵等畏譴, 亦不能勸經筵, 自是永廢。 王威虐日甚, 片言忤旨, 輒加罪戮, 朝廷人人自危。 洵及許琛、朴崇質爲相, 但備位, 不敢有所匡正, 唯承順而已。 時, 金壽童、鄭眉壽、金勘、李季男爲義禁府, 姜龜孫、金壽童、宋軼、許輯爲春秋館, 朴說、李繼孟等爲承旨, 皆無險害之心, 凡考史議罪, 務爲營救。 洵等又多彌縫, 故人或賴以全活。
- 【태백산사고본】 14책 53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16 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경연(經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