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좌의정 이극균의 졸기
다시 전에 의논한 재상과 홍문관(弘文館) 등을 불러 전교하기를,
"이극균이 속으로 이세좌를 비호하면서, 전일 경연(經筵)에 모시고 일을 말할 때에는 법에 불궤(不軌)한 말을 하였으니, 발호(跋扈)할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간사한 자를 높여 믿고 스승을 내쫓으며, 아침 물 건너는 다리를 찍고, 어진 사람의 심장을 쪼갰다.137) ’고 하여, 고금이 학정(虐政)이라고 한다. 지금 풍속이 아름답지 못하여 내가 다 개혁하려 하기 때문에, 재상이나 조정 관원들이 죄입은 자가 많은데, 아랫사람들은 반드시 나를 걸(桀)·주(紂)라 할 것이다. 또 일을 의논할 때에 놀라고 두려워하여 설레는 마음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니, 유순(柳洵) 등이 아뢰기를,
"신하가 지성으로 인군을 섬긴다 하면서 안팎이 다르다면 천지간에 용납되지 못할 일입니다. 또 죄 있는 자를 죄주는데 신 등이 어찌 놀라고 두려워하며 마음 설레는 일이 있겠습니까? 지금 위의 분부를 듣사오니,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데, 이것은 신 등이 용렬하여 전하께 충성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또 전교하기를,
"경들이, 지성으로 인군을 섬긴다 하지만, 일을 의논한 후에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인데, 여러 의논에 핍박당한 것이다.’ 하니, 어찌 옳은 일이겠는가? 또 삼공이 된 자는 의당 인군을 보필하는 것을 생각하여야 할 것인데, 극균이 전일 삼공이 되었을 때는 무릇 다른 사람의 노비 등의 일을 반드시 먼저 건의하여 말하니, 이것은 인심을 얻고 덕을 돌리려는 것이다. 또 전일, 한치형(韓致亨)은 내수사 서제(內需司書題) 등이 뇌물받은 일을, 사사 간청으로 죄줄 것을 청하여 온 집을 변방으로 옮겼는데, 이 역시 반드시 그럴 것이 아니다. 나는 삼공으로 대접하는데, 삼공 된 자는 마음속으로, 내가 이 나라의 늙은 신하이니 죄과가 있다 하더라도 죄를 더할 수는 없을 것이라 하여, 이것으로 위를 업신여기는 마음이 생긴다면 어찌 옳은 일이겠는가?
극균은 평시에도 세좌를 비호하려 하였다. 이것이 괴이한 말 같지만, 지금 세좌와 저 구천(九泉)에 가서 상종하면 알게 될 것이다."
하였다. 순(洵) 등이 아뢰기를,
"극균은 재간이 있어 소년에 과거 급제하고, 변방에서 복무하다가 일찍 당상에 승진되었는데, 신 등은 일찍이 함께 교제하지 않아서 그의 심술을 다 알지를 못합니다만 대체로 공손한 마음이 없고, 큰소리로 과시하며 사랑하는 자는 등급을 뛰어 승진시키고, 미워하는 자는 배척하며 내려 깎으니, 반복 억양(抑揚)하는 것이 단정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모든 일은 통쾌하게 하여야 한다. 극균의 죄명을 말하는 전지(傳旨)를 지어서, 사사(賜死)할 때에 보게 하라."
하였다. 승지 박열(朴說)·권균(權鈞)이 죄명 전지를 지으니, 이르기를,
"이세좌(李世佐)는 간흉(奸兇)하고 위를 업신여겨 불경의 죄를 범하였으니, 부형된 자로서 문을 닫고 죄를 기다리기에 겨를이 없을 것인데, 이극균(李克均)이, 율문의 대불경과 불경의 말을 인용, 은밀하게 그 조카를 비호하여 사정을 따르고 위를 업신여겼으니, 죄가 용서할 수 없다. 재상·대간(臺諫)·시종(侍從)들에게 하문하였는데, 모두들 ‘극균은 과시만 하고 실지가 없으며, 억양(抑揚)이 너무 지나쳐 제가 좋아하는 자는 추천하고 칭찬함이 하늘 위에 올라가고, 제가 미워하는 자는 밀어 넣어서 땅 속으로 빠뜨리며 은혜와 위엄을 보이려 애쓰고 세력과 기염(氣焰)을 고취하여, 겸손한 마음이 없고 발호(跋扈)하는 마음이 있으니, 신하로서 죄가 이 이상 더 클 수 없습니다. 중한 법으로 다스려서 불손한 사람을 징계하여야 하겠습니다.’ 하므로, 여기서 사사(賜死)하고 가산을 몰수하여, 그 아들·사위는 먼 변방으로 분배하노라."
하였다. 전교하기를,
"극균은 대신이라, 사사(賜死)하는 뜻으로 중외에 효유하라."
하고, 명하여, 의금부 경력(義禁府經歷) 김영순(金永純)을 보내서 인동(仁同)으로 가서 사사(賜死)하게 하였다.
극균은 너그럽고 넓은 기품과 도량이 있었다. 젊어서 문과 출신하고, 겸하여 활쏘고 말달리는 일도 연습하여 세조(世祖)의 알아줌을 받아 뽑혀서 선전관(宣傳官)이 되어 병법을 지도하였다. 후에 여러 번 변방지키는 장수가 되어서, 변방 일을 잘 알고 또 항상 그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하여 내외 관직을 역임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일을 보았다. 연산조(燕山朝)에 좌의정(左議政)이 되었는데, 왕의 행하는 일이 많이 착하지 못함을 보고 말로 글로 구원하려고 하니, 왕이 깊이 꺼려하였다. 끝내 무고히 죽으니, 나라 사람들이 슬퍼하고 애석해 하였다. 다만 성질이 허탄 부화(浮華)하고, 일처리하는 것이 소활하며, 남의 말을 잘 믿고, 자기 주장을 앞세우는 일이 많았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53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11 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가족-친족(親族) / 가족-가산(家産) / 정론-정론(政論)
- [註 137]아침 물 건너는 다리를 찍고, 어진 사람의 심장을 쪼갰다. :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치러 나가면서, 은나라 임금 주(紂)의 난폭한 행을 들어서 장병들에게 고하는 말로 ‘겨울에 찬물을 건너는 사람을 보고는 다리가 어떻게 생겨서 찬물을 건널 수 있는가 본다.’ 하고 그 사람을 잡아다 다리를 찍었으며, 충신 비간(比干)이 간하니, ‘성인의 심장은 구멍이 일곱이라는데 과연 그런가 보자.’고 하고 비간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 보았다고 함. 《서경(書經)》 태서(泰誓).
○復召前議宰相、弘文館等, 傳曰: "克均陰庇世佐, 前日侍經筵言事之時, 亦發不軌之言, 是有跋扈之心而然也。 《書》云: ‘崇信奸回, 放黜師傅, 斮朝涉之脛, 剖賢人之心。’ 古今以爲虐政。 方今風俗不美, 予欲盡革, 故宰相、朝士被罪者多, 下之人必以予爲桀 紂也。 且於議事之時, 不無駭懼洶洶之心矣。" 柳洵等啓: "人臣以爲至誠事君, 而內外異心, 則天地所不容。 且有罪者罪之, 臣等安有駭懼洶洶之心哉? 今聞上敎, 寒栗遍體, 此臣等庸劣, 不忠於殿下耳。" 傳曰: "卿等雖云: ‘至誠事君。’ 每議事後, 語於人曰: ‘吾心不然, 爲衆議所迫。’ 云耳豈可乎? 且爲三公者, 當以輔君爲心, 而克均前日爲三公時, 凡人奴婢等事, 必先建白而言之者, 以取人歸德耳。 且前日韓致亨以內需司書題等, 受賂用私, 懇請其罪, 全家徙邊, 此亦不必如是也。 予則待以三公, 而爲三公者, 其心以爲, 我爲國之老臣, 雖有罪過, 不能加罪。 以此有慢上之心, 是豈可乎? 克均平時, 欲庇世佐, 此雖怪辭, 今與世佐相從於九泉之下, 則可知矣。" 洵等啓: "克均有才幹, 少年登第, 服事邊方, 早陞堂上。 臣等未嘗與交, 其心術未盡知也。 大抵無恭遜之心, 大言浮誇, 所愛者則跳而上之, 所憎者則排而下之, 反覆抑楊, 非端正人也。" 傳曰: "凡事當痛快爲之。 其製克均罪名傳旨, 賜死時使之見之。" 承旨朴說、權鈞, 製罪名傳旨, 曰: "李世佐奸兇慢上, 上犯不敬之罪, 爲父兄者, 當闔門待罪之不暇, 而克均乃引律文大不敬、不敬之語, 陰庇其姪, 徇私慢上, 罪在罔赦。 下問宰相、臺諫、侍從, 皆以爲克均浮誇無實, 抑揚太過, 己之所好者, 推譽上天; 己之所惡者, 排陷入地, 務示恩威, 皷煽勢焰, 無謙遜之心, 有跋扈之志, 人臣之罪, 莫大於此。 請置重典, 以懲不恪。 玆用賜死, 籍沒家産, 其子壻分配遐裔。" 傳曰: "克均大臣。 以賜死之旨, 曉諭中外。" 命遣義禁府經歷金永純, 往仁同賜死。 克均寬弘有氣度, 少出身文科, 兼事弓馬。 知遇世祖, 選爲宣傳官, 指敎兵法後, 屢爲邊將, 備諳邊事, 常以此爲己任。 歷官中外, 盡心經理。 燕山朝爲左議政, 見王所行多不善, 以言以書, 期於匡救, 王深忌之。 卒死非辜, 國人皆痛惜之。 但性虛浮, 處事踈闊。 輕信人言, 多以先入爲主。
- 【태백산사고본】 14책 53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611 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가족-친족(親族) / 가족-가산(家産)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