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금부 도사 안처직이 이세좌가 목매 죽었음을 아뢰다
의금부 도사(義禁府都事) 안처직(安處直)이 와서 복명(復命)하여 아뢰기를,
"신이 이달 4일 밝을 무렵에 곤양군(昆陽郡) 양포역(良浦驛)에 가서, 이세좌(李世佐)가 남해(南海)까지 가지 못하고 겨우 이 역에 온 것을 만났습니다. 신이 역 한쪽 나무 아래 앉아 세좌를 불러 말하기를 ‘위에서 너에게 죽음을 내렸으니 속히 죽도록 하라.’ 하니, 세좌가 손을 모아 잡고 땅에 엎드려 말하기를 ‘신이 중죄를 범하였는데 몸과 머리가 나누어짐을 면하게 되었으니, 성상의 은혜가 지극히 중한데 감히 조금인들 지체하겠습니까?’ 하고 또 혼잣말로 ‘자진하기란 정말 어렵다.’ 하더니, 정자나무를 쳐다보며 말하기를 ‘이 나무에 목맬 수 있다. 그러나 가리운 것이 없어 안 되겠다.’ 하면서, 그 곁 민가로 가서 종에게 말하기를 ‘내 행장 속에 명주 홑이불이 있으니, 한 폭을 찢어 오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내가 죽은 뒤에 개가 찢어먹지 못하게 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고 그만 조용히 상 위로 올라가 명주 폭으로 두 번 그 목을 매어 대들보 위에 달고, 발을 상 아래로 떨어뜨렸는데, 좀 있다가 기운이 끊어졌습니다. 신이 한참 앉아 있다가 군수(郡守)를 불러 함께 맨 것을 풀고 생기(生氣)가 없음을 살핀 뒤에 돌아왔습니다."
하였다. 왕이 묻기를,
"세좌가 무슨 옷을 입었더냐?"
하매, 처직이 아뢰기를,
"세좌가 한삼 과두(汗衫裹肚)와 감다색(紺茶色) 찢어진 철릭에다 위에 흰 베옷을 입었으며, 초립을 쓰고 녹비화(鹿皮靴)를 신고 검고 가는 띠를 띠었는데, 목을 맬 때 흰 옷과 한삼을 풀고 갓과 띠를 끄르고 죽었습니다."
하였다. 또 묻기를,
"세좌가 죽을 때에 안색이 어떠하더냐?"
하니, 처직이 아뢰기를,
"안색은 변하지 않고, 평상시와 같았습니다."
하였다. 승정원에 묻기를,
"세좌가 울지 않고 안색이 전과 같았으니, 죽게 되어서도 그 기염(氣焰)을 꺾지 않으려 한 것이 아닌가? 또 옛날에도 이 같은 자가 있었는데, 어질다고 보느냐?"
하니, 승지 박열(朴說)·권균(權鈞)이 아뢰기를,
"무릇 사람은 기국과 도량이 다르므로, 죽을 때에 놀라서 전도(顚倒)하는 자가 있고, 조용히 죽음에 나가는 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절개에 죽고 의에 죽는 것이라면 가하지만, 세좌로 말하면 진실로 조용히 죽음에 나갈 때가 아닙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52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603 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義禁府都事安處直來復命啓: "臣今月初四日黎明, 至昆陽郡 良浦驛遇世佐, 未至南海, 纔到是驛。 臣坐於驛邊樹下, 招世佐語曰: ‘上賜汝死, 其速就死。’ 世佐攅手伏地曰: ‘臣犯重罪, 得免身首分離, 上恩至重, 其敢少延?’ 又私語曰: ‘自盡誠難。’ 仰視亭樹曰: ‘此樹可縊, 然無遮蔽不可。’ 抵其傍民家, 語奴曰: ‘吾篋中有單紬衾, 其裂一幅以來。’ 仍謂曰: ‘吾死後, 勿使狗兒磔食而已。’ 遂從容登床, 以幅再結其項, 懸於樑上, 墜足床下, 俄頃氣絶。 臣坐移時, 招郡守同審解結, 無生氣後乃還。" 王問: "世佐着何衣乎?" 處直啓: "世佐穿汗衫裏肚〔汗衫裹肚〕 、紺茶割帖裏, 上着白布衣, 戴草笠, 穿鹿皮靴, 帶黑細縧。 臨縊, 解白衣汗衫, 脫笠帶就死。" 又問: "世佐就死, 顔色何如?" 處直啓: "色不變, 如平常。" 問于承政院曰: "世佐不哭泣, 而顔色自如, 無乃至死不欲絶其氣焰耶? 且古有如此者, 以爲賢乎?" 承旨朴說、權鈞啓: "凡人器度有異, 臨死之時有驚駭顚倒者, 有從容就死者。 然伏節死義則可也, 如世佐則固不可從容就死之時也。"
- 【태백산사고본】 14책 52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603 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