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금부의 종 팽손이 임금을 비난하였다고 김수명을 고발하다
의금부(義禁府)의 종 팽손(彭孫)이 고하기를,
"전라도 부안현(扶安縣) 기병(騎兵) 최중손(崔仲孫)의 이웃집 사람 김수명(金守明)이 나에게 말하기를 ‘내가 전번 번(番)들러 올라왔을 때 인정전(仁政殿)에서 시위(侍衛)하며, 위에서 명(明)나라 사신 접견하는 예절을 보니, 명나라 사신은 우뚝 서서 잠시 읍만 하고 주상께서는 몸을 굽혀 예하는데, 허리와 몸이 매우 가늘어 그다지 웅장하고 위대하지 못하더라.’고 하였습니다. 중손의 사촌 형 전주(全州)사는 자가 역시 일이 있어 중손의 집에 왔다가 수명의 말을 듣고서 말하기를, ‘왕은 바로 전주 이씨이다. 이 발도(李拔都)025) 를 하늘이 세워 왕을 삼은 것이니, 너 그런 말하지 말라.’ 하였는데, 수명이 말하기를, ‘지금 임금이 즉위한 이래로 해마다 흉년이 들고, 〈조세(租稅)를〉 조운(漕運)하다 파선한 것이 해마다 40여 척이나 되는데, 그 건진 쌀을 백성들에게 주고, 새 곡식을 가져다 바치게 하며, 또 베를 제주(濟州)에서 사들여 백성에게 주고 곡식으로 바꾸므로 백성의 곤난과 고생이 너무도 심한데, 이는 모두 신하들의 말만 따르고 정사에 부지런하지 않은 때문이다.’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의금부에서 김수명 등을 잡아다 국문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52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591 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국왕(國王)
- [註 025]이 발도(李拔都) : 태조를 가리키는 듯.
○義禁府奴彭孫告: "全羅 扶安縣騎兵崔仲孫隣家人金守明謂余曰: ‘吾曩於番上時, 侍衛仁政殿, 觀上接天使之禮, 天使挺立暫揖, 主上則曲身行禮, 腰體甚細, 不甚雄偉。’ 仲孫四寸兄居全州者, 亦以事到仲孫家, 聞守明言乃曰: ‘王乃全州 李姓也。 李拔都 天立爲主, 汝勿爲此言。’ 守明曰: ‘今王卽位以來, 連年凶歉, 漕運敗沒, 歲至四十餘船。 其拯米給民, 令擔納新穀。 又貿布於濟州, 給民換穀, 民之困苦太甚, 此皆從臣下之言, 不勤政事故也。" 傳曰: "令義禁府拿鞫金守明等。"
- 【태백산사고본】 14책 52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591 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