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 한치형이 내수사의 서리 최자호 등을 중벌할 것을 아뢰다
영의정 한치형(韓致亨), 좌의정 성준(成俊), 우의정 이극균(李克均)이 아뢰기를,
"지금 듣건대, 의금부에서 추국(推鞫)을 마친 내수사의 서리[書題] 최자호(崔自湖)와 박중간(朴仲幹)에게는 율(律)에 의거하여 곤장 90을 때리고 도형(徒刑) 2년 반에 처하기로 하고, 김석정(金碩楨)은 비록 국문을 마치지 않았지마는 또한 반드시 그 다음의 율에 따를 것이라 합니다. 신 등은 생각하기를, 이 무리들은 오랫동안 그 임무를 전단(專斷)하여 하고 싶은 대로 함부로 행했으며, 모든 노비(奴婢)에 관한 일을 장례원(掌隷院)에 보고하지 않고 다만 소속된 이조(吏曹)에만 보고했습니다.
이조에서는 참과 거짓을 알지 못하고서 바로 각도(各道)에 이송(移送)하니 용렬한 수령(守令)들은 내수사를 겁내어, 비록 정안(正案)425) 의 공천(公賤)에 소속되었더라도 진고(陳告)한 것으로 판결하여 함부로 내수사에 소속시켰으며, 다만 공천만이 아니라, 비록 대대로 전해 오는 사천이라도 모두 진고한 것으로 판결하여 또한 내수사에 소속시켰으니, 원통함과 억울함이 매우 심합니다. 이와 같이 하는 까닭은 공가(公家)426) 를 위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자기를 위해 이익을 탐내어 취하는 바탕으로 삼을 뿐입니다.
사천은 혹시 〈누구의 소유인가를〉 다투는 사람이 있지마는 공천은 다투는 사람이 없는 까닭으로 모두 내수사에 소속시켰습니다. 내수사의 종 흥수(興守)가 진고한 것이 몇 차례인지 모르는데, 최자호(崔自湖) 등이 서로 결탁해서 5백여 명까지 숨겨서 몰래 자기의 사유로 삼고 있으니, 임금의 총명을 속인 것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습니다. 최자호·박중간(朴仲幹)·김석정(金碩楨)·흥수(興守) 등은 온 가족을 모두 변방으로 유형시키기를[全家徙邊] 청합니다.
또 전수(典需) 이평보(李平甫)와 별제(別提) 정포(鄭浦)에게 속전(贖錢)을 내고 복직(復職)하기를 명했는데, 이평보와 정포가 범한 것이 비록 최자호 등과 같지는 않지마는 어찌 그전대로 임용할 수가 있겠습니까? 죄를 과해서 파면시키소서.
왕자(王子)의 여러 군(君)들에게 하사해 줄 때, 만약 내수사의 노비가 다 되었으면 공천으로써 적당한 수효를 헤아려서 주는 것이 곧 공변된 도리인데, 어찌 공·사천을 진고한 것으로 함부로 인정하여 내수사에 소속시킵니까? 사체(事體)에 있어 매우 옳지 못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최자호와 박중간은 아뢴 대로 온 가족을 변방에 유형시키고, 김석정은 국문을 마치기를 기다려 처결하라. 흥수의 일은 들어주지 않겠다. 내수사가 만약 모두 새로 임명된 사람이면 반드시 옛일을 살필 수 없을 것이니, 그런 까닭으로 이평보(李平甫)와 정포(鄭浦)에게는 납속(內贖)하여 장형(杖刑)을 면하고 복직하도록 했을 뿐이다. 공천을 여러 군(君)에게 하사한 일은, 전일에 각사(各司)의 노비를 진성 대군(晉城大君)에게 내려주었을 때에도 정승들이 옳지 못함을 말했는데, 지금 아뢰는 것이 또 이와 같으니, 어느 것을 따라야 적당할는지를 알지 못하겠다."
하였다. 한치형(韓致亨) 등이 다시 아뢰기를,
"흥수는 해마다 진고하여 간사한 꾀가 대단히 심하니, 가벼운 율로써 다스릴 수 없고, 김석정(金碩楨)의 죄는 최자호와 같으니, 온 가족을 변방으로 유형시키기를 청합니다. 이평보 등은 결탁한 일이 없지 않으니, 파면시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일들은 알지 못하면 그만이지만, 지금 이미 알았으니, 법으로써 엄격히 다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 등은 되풀이해서 생각해도 통분함을 견디지 못하여 감히 아룁니다.
진성 대군의 일은 그때에 각사(各司)의 노비의 수효가 적어서 쇠잔하고 폐단이 극도에 달했던 까닭으로 옳지 못함을 아뢰었던 것입니다. 각사를 내수사에 비교하면 경중이 판연하여, 내수사는 〈노비가〉 없어도 되지마는 각사는 〈노비가〉 없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지금 내수사의 노비가 다 없어진 것도 아닌데, 다시 각사의 노비를 빼앗아서 여러 군(君)들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흥수도 아울러 변방으로 유형시키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45권 2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503 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신분-천인(賤人) / 인사-임면(任免) / 왕실-종친(宗親) / 왕실-사급(賜給)
○領議政韓致亨、左議政成俊、右議政李克均啓: "今聞, 義禁府畢推內需司書題崔自湖、朴仲幹, 照律杖九十, 徒二年半, 金碩楨雖未畢鞫, 亦必照以次律。 臣等謂, 此輩久專其任, 恣行所欲, 凡奴婢事, 不報掌隷院, 但報所屬吏曹。 吏曹不知眞僞, 直移各道, 庸劣守令㤼於內需司, 雖付正案公賤, 論以陳告, 冒屬內需司。 非但公賤, 雖世傳私賤, 竝以陳告論決, 亦屬內需司, 冤抑莫甚。 所以如此者, 非爲公家, 特以爲己漁利之資耳, 私賤則或有爭之者, 公賤則無爭之者, 故皆屬內需司。 內需司奴興守所陳告, 不知其幾, 自湖等符同, 至諱五百餘口, 陰爲己私, 欺罔天聰, 莫此爲甚。 自湖、仲幹、碩楨、興守請皆全家徙邊。 且典需李平甫、別提鄭浦命贖還仕。 平甫及浦所犯, 雖不若自湖等, 豈可仍任? 請科罪罷之。 王子諸君賜給時, 若內需司奴婢乏盡, 則以公賤量宜給之, 是乃公道。 豈可以公私賤冒認陳告, 以屬內需司乎? 於事體甚不可。" 傳曰: "自湖、仲幹依所啓, 全家徙邊。 碩楨俟畢鞫處之, 興守事, 不聽。 內需司若皆新人, 必不能察故事, 故平甫及浦, 杖贖還仕耳。 以公賤給諸君事, 前日以各司奴婢賜晋城大君時, 政丞言其不可。 今所啓又如是, 莫知適從。" 致亨等更啓: "興守年年陳告, 奸術莫甚, 不可以輕律罪之。 碩楨之罪, 與自湖同, 請竝全家徙邊。 平甫等不無符同, 不可不罷。 若此等事, 不知則已, 今旣知之, 不可不痛繩以法。 臣等反覆思之, 不勝痛憤, 敢啓。 晋城大君事, 其時各司奴婢數少, 殘弊極矣, 故啓其不可。 以各司比內需司, 則輕重判矣。 內需司可無, 各司不可無也。 況今內需司奴婢不至乏盡, 不可更抄各司奴婢, 以賜諸君。"
傳曰: "興守竝令徙邊。"
- 【태백산사고본】 12책 45권 2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503 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신분-천인(賤人) / 인사-임면(任免) / 왕실-종친(宗親)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