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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33권, 연산 5년 4월 22일 신해 1번째기사 1499년 명 홍치(弘治) 12년

천둥·번개·비·우박이 내리다. 경연에 나아가 《강목》의 한 헌제기에 대하여 논하다

천둥·번개·비·우박이 내렸다. 경연에 납시었다. 강(講)이 《강목(綱目)》의 한 헌제기(漢獻帝紀)에, ‘우(羽)황충(黃忠)의 지위가 자기와 같다는 말을 듣고 노하여 이르기를, 「대장부가 마침내 노병(老兵)으로 더불어 같은 줄에 참여할 수 없다.」 하여 받으려 하지 않았다.’는 대목에 이르러, 왕이 이르기를,

"관우(關羽)의 노한 것이 옳은가."

하매, 참찬관(參贊官) 최진(崔璡)이 아뢰기를,

"잘못이옵니다."

하고, 참찬관 권주(權柱)는 아뢰기를,

"신하의 의리로서는 오직 군명(君命)을 따를 뿐이온데, 어찌 작위의 고하로써 문득 노하여 받기를 즐겨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나 대저 인군이 인재를 부리는 데 있어서 마땅히 그 재주와 역량을 보아 임용해야 하는데, 관우촉(蜀)의 어진 장수이지만 이 처사는 큰 실수인 것입니다."

하였다. 강(講)이, ‘허유(許攸)가 군중을 거느리고 붙이지 않고 무례한 말이 있으므로 조조(曹操)가 이를 토벌하려 하매 뭇 신하들이 많이 간하니 조조가 무릎에 칼을 비껴 놓고 불쾌한 안색으로 듣지 않았다. 장사(長史) 두습(杜襲)이 들어와서 간하려 하니, 조조가 앞질러 이르기를 내 계획이 이미 정해졌으니, 경은 다시 말하지 말라.’라고 한 대목에 이르렀다. 왕이 이르기를,

"누가 옳으냐."

하매, 최진이 아뢰기를,

"조조(曹操)가 잘못입니다."

하고, 권주는,

"인군은 말이 채납할 만한 것은 쓰고 채납할 수 없는 것이면 두며, 비록 채납할 만한 것이 못 될지라도 진실로 들을 것이요 거절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이제 조조두습에게 말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무릎에 칼을 비껴 놓고 앞질러 이르기를, ‘경은 다시 말하지 말라.’고까지 하였으니, 어찌 인군의 도량이겠습니까."

하니, 왕이 이르기를,

"무례한 말이란 어떠한 일을 가리켜서 하는 말인가?"

하매, 최진이 아뢰기를,

"신이 미처 참고하지 못하였습니다."

하고, 전경(典經) 박은(朴誾)이 아뢰기를,

"조조는 간웅(奸雄)이지만 그 재질이 남보다 지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비록 두습의 말을 거절하였으나, 마침내 두습의 계락을 들어 허유가 귀복(歸伏)되었으니, 이는 자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아끼지 않은 것입니다. 대저 인군은 마땅히 납오장질(納汚藏疾)167) 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야 하고, 비록 허물이 있을지라도 개과하기를 인색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허유의 무례한 말을 버려 두어야 옳은가?"

하니, 박은이 아뢰기를,

"여후(呂后)168) 때에, 흉노(匈奴)가 무례한 말이 있으므로 번쾌(樊噲)가 말하기를, ‘신이 5만의 병력으로써 흉노를 정복하겠습니다.’ 하였으나, 뭇 신하들이 간하여 정지하여 마침내 흉노를 정벌하지 않았으니, 그들의 무례한 말은 들어 말할 것이 못됩니다. 이때를 당하여 바야흐로 대사를 도모하는데 하잘 것 없는 허유를 어찌 마음에 두겠습니까. 이것이 두습의 간한 까닭이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33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57 면
  • 【분류】
    과학-천기(天氣) / 왕실-경연(經筵) / 역사-고사(故事)

  • [註 167]
    납오장질(納汚藏疾) : 더러움을 용납하고 미워함을 숨겨 나타내지 않는 관용을 뜻한다.
  • [註 168]
    여후(呂后) : 한 태조의 비.

○辛亥/雷電、雨雹。 御經筵。 講至《綱目》 《獻帝紀》, 黃忠位與己竝, 怒曰: "大丈夫終不與老兵同列。" 不肯受拜, 王曰: "關羽之怒是乎?" 參贊官崔璡曰: "非也。" 參贊官權柱曰: "人臣之義, 惟君命是從。 豈可以爵之高下, 遽怒而不肯受拜乎? 然大抵人君駕馭人才, 當觀其材器而任之。 關羽 良將, 獨此所大失也。" 講至許攸擁衆不附, 而有慢言, 欲伐之, 群臣多諫, 橫刀於膝, 作色不聽。 長史杜襲入欲諫, 逆謂之曰: "吾計已定, 卿勿復言。" 王曰: "孰是?" 曰: "操非。" 曰: "人君言可採則用, 不可採則置之。 雖不可採, 固當聽而勿拒。 今曹操不以杜襲之言爲然, 至橫刀於膝, 逆謂之曰: ‘卿勿復言。’ 豈人君之度乎?" 王曰: "慢言指何事而言乎?" 曰: "臣未及參考爾。" 典經朴誾曰: "曹操奸雄, 然其才質有過人者。 初雖拒之言, 終聽計, 許攸歸伏。 是則知己之非, 而不吝過矣。 大抵人君當包容, 納汚藏疾, 雖有過擧, 改過不吝。" 王曰: "許攸有慢言, 其可置乎?" 曰: "呂后時, 匈奴有慢言。 樊噲云: ‘臣請以五萬兵, 橫行匈奴。’ 群臣諫止之, 終不伐匈奴。 彼之慢言, 不足數也。 當此之時, 方圖大事。 區區許攸, 何足置懷耶? 此所以諫也。"


  • 【태백산사고본】 9책 33권 4장 A면【국편영인본】 13 책 357 면
  • 【분류】
    과학-천기(天氣) / 왕실-경연(經筵)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