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과 대간이 최말동 등을 특명으로 석방시킨 일에 대해 논쟁하다
왕은 내관(內官)과 사관(史官)를 보내어 형옥(刑獄)을 살피고 죄수들을 기록하게 했다. 그리고 최말동(崔末同) 등 13인을 특별히 석방하고, 이어 전교하기를,
"이 사람들을 아무리 국문하여도 끝내 실상이 없을 것이니, 형장(刑杖)에 잘못 걸려든 자가 있을까 염려된다. 석방해 주라. 그리고 또 저자 안[市裏]을 권유하여 거두어 들인 화물의 수효를 물어서 아뢰라."
하였다. 전부터 말동(末同) 등은 경성(京城)의 큰 상인들이었는데, 황선남(黃善男)과 더불어 저자 안[市裏]을 꼬여서 새로 소속된 사람을 침해하여 포물(布物)을 마구 거두어 장차 불사(佛事)를 설비하려 하므로 사헌부(司憲府)에서 가두고 국문하여 그 죄를 다스리고자 하는데 특명으로 석방한 것이었다.
지평(持平) 안팽수(安彭壽)는 아뢰기를,
"이 무리들이 혹은 저자 안[市裏]을 권유하고 혹은 새로 소속된 자들을 침해하였으니, 죄가 진실로 경하지 아니하온데, 그 중 일곱 사람은 옥중에서 제멋대로 칼[枷]033) 을 끌렀으니, 놓아 보내는 것이 미편할 듯하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만약 임금이 있다고 여기면 내 말을 따를 것이요, 만약에 임금이 없다고 여기면 네 생각대로 하라. 군상(君上)이 말한 바를 만약 청종(聽從)하지 않는다면 아비도 없고 임금도 없는 이적(夷狄)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하매, 팽수가 다시 아뢰기를,
"이 무리들이 범한 바가 지극히 중하온데 지금에 특별히 석방을 명하시는 것은 매우 불가하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옛날에 동탁(董卓)이 용사하여 권병(權柄)을 독차지하고 스스로 방자하매, 양표(楊彪)가 말하기를, ‘민심은 요동하기가 쉽고 안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지금 긴하지도 아니한 일로 오래 감옥 속에 가두어 두면 민심이 또한 동요하지 않겠느냐."
하였다. 집의(執義) 이유청(李惟淸) 등이 합사(合司)하여 아뢰기를,
"지평이 아뢴 것은 바로 본부(本府)의 뜻이온데, 전교하시기를 ‘아비도 없고 임금도 없다면 이적(夷狄)과 무엇이 다르랴.’ 하시고, 또 동탁(董卓)의 일을 인용하여 거절을 하셨으니, 신 등이 직(職)에 있기가 미안하여 사피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이는 사직(社稷)에 관계되는 일이 아니니 비록 석방한들 무엇이 일에 손상될 것이겠느냐. 내 말이 옳은데 너희들이 도리어 피혐하기를 청한다면 가하겠느냐."
하매, 유청(惟淸) 등이 다시 아뢰기를,
"이 일은 신 등의 소견으로는 사직과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부상(富商) 대고(大賈)가 큰 죄를 범했는데도 석방하고 다스리지 않으면 형정(刑政)이 문란해지며, 형정이 문란하면 위망(危亡)이 이르러 옵니다. 신 등이 법을 지켜 항상 폐기될까 두려워하는데, 만약 부상과 대고는 능히 다스리지 못하고 단지 조잔하고 용렬한 자에게만 시행한다면 간활한 무리들을 징계할 곳이 없을 뿐더러, 신 등도 또한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아무리 종재(宗宰)라 할지라도 죄가 있으며 또한 마땅히 율(律)에 의해서 처단되어야 하옵거늘, 하물며 이 상고의 무리들에게 어찌 부당한 용서를 할 수가 있으리까."
하니, 전교하기를,
"최말동 등의 일은 내가 명하여 석방하게 하였는데 너희들이 응종하지 아니하니, 다른날 경연(經筵)에서 무슨 면목으로 나를 보려느냐."
하매, 헌납 최형한(崔亨漢)이 아뢰기를,
"비록 훈척(勳戚) 대신의 죄라도 또한 특사하는 것은 불가하온데, 하물며 이런 상고의 무리에게 어찌 법을 굽혀서 사사로 용서해 줄 수 있습니까. 지금 만약 다스리지 아니한다면 무릇 시정(市井)의 무리들이 반드시 말하기를, ‘비록 마을 사람을 속이고 꼬여서 공불(供佛)·반승(飯僧)을 해도 역시 해가 없으며, 비록 옥을 뛰어넘고 칼[枷]을 제 손으로 끌러도 역시 해가 없으며, 비록 사헌부에 구금을 당해도 특은(特恩)을 바랄 수 있다.’ 하여, 장차는 못하는 짓이 없을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나는 사람 목숨이 끊어질까 염려되므로 석방하게 한 것인데, 너희들이 따르지 아니하니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
하였다. 유청(惟淸) 등이 다시 아뢰기를,
"대간의 소임은 임금과 더불어 시비를 다투어 지나친 처사가 없게 하는 것이온데, 주상께서 만약 끝내 윤허하지 않으신다면, 청컨대 신 등의 직을 체(遞)하옵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무릇 죄 있는 자는, 초범은 혹시 놓아주었다가 재범에 이르러서 다스리는 것이다. 지금 이들이 긴하지도 않은 죄로 여름철에 오랫동안 감옥 속에 있기 때문에 내가 명하여 놓아 보낸 것인데, 너희들이 응종하지 아니하니 이는 동탁(董卓)과 같이 될 조짐이다. 동탁은 당시 임금이 어둡고 약하여 사직(社稷)을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와 같이 한 것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감옥이 텅 비었다.’ 했으니, 역시 아름다운 일이 아니냐. 옛말에 어진 임금은 만약 죄인을 보면 수레에서 내려 스스로 책했으니, 이 역시 아름다운 일이다. 내가 명하여 놓아 보내게 한 것이 어찌 다른 뜻이 있겠느냐. 너희들이 이른바, 시비를 다툰다는 것은 무엇을 이른 것이냐? 내가 만약 농사철에 토목(土木)의 역사를 일으킨다면 너희들이 다투는 것이 또한 가하지만, 이 일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하매, 유청(惟淸) 등이 다시 아뢰기를,
"신 등이 죄 있는 사람을 다스리려 하옵는데, 어찌 이것이 동탁(董卓)의 조짐이옵니까. 이른바 감옥이 텅 비었다는 말은 고의로 죄 있는 사람을 석방해서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훈척 대신이라 할지라도 정상이 현저하면 역시 법을 굽혀 은혜를 펴서는 아니되는데, 하물며 시정 상고의 범행을 기필코 놓아 주려 하시니, 외간 사람들이 의심이 없을 수 있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너희들이 아뢴 바 능히 의심을 없을 수 없다는 것은 나더러 청탁을 들었다고 이르는 것 같은데, 임금은 약하고 신하가 강한 것이 위망(危亡)의 조짐이다. 그러나 내가 이미 이기지 못했으니, 석방을 보류하고, 형틀을 풀어버린 죄를 다스리라."
하매, 유청(惟淸) 등이 다시 아뢰기를,
"상의 전교에 ‘임금은 약하고 신하가 강한 것은 위망의 조짐이다’ 하시니, 신 등이 격분함을 견디지 못하옵니다. 근래에는 다만 대간(臺諫)의 말만 좇지 않을 뿐 아니라 실언(失言)이 너무 많습니다. 원컨대 전하는 이제부터 다시 이렇게 마옵소서. 그리고 법에 의하여 구금하고 추국(推鞫)할 것을 청하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너희들이 스스로 옳다고 해서 비록 명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놓아 보내지 아니할 것이니, 명일로 빨리 율(律)에 비추어 아뢰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9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311 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상업-상인(商人)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註 033]칼[枷] : 형구임.
○戊午/王遣內官及史官, 往視刑獄, 錄囚徒, 特放崔末同等十三人, 仍敎曰: "此人等雖極訊鞫, 終必無實, 恐有橫罹刑杖者, 其放之。 且問勸誘市裏所收貨物之數以啓。" 前此, 末同等京城大賈, 與黃善男誑誘市裏, 侵虐新屬人, 濫收布物, 將設佛事, 司憲府囚鞫, 欲治其罪, 而特命放之。 持平安彭壽啓: "此輩或勸誘市裏, 或侵虐新屬, 罪固非輕, 而其中七人則在獄中私自解枷放遣, 恐未便也。" 傳曰: "若以爲有君, 則當從所言, 若以爲無君, 則任意爲之。 君上所言, 若不聽從, 與夷狄無父無君者何異哉?" 彭壽更啓: "此輩所犯至重, 而今特命放, 甚不可。" 傳曰: "昔董卓用事, 專權自恣, 而楊彪云: ‘民心搖動易, 安靜難’ 今以不緊事, 久繫牢獄, 民心不亦搖動乎?" 執義李惟淸等合司啓: "持平所啓, 乃本府意也。 傳敎云: ‘無父無君, 與夷狄何異?’ 又引董卓事以拒之, 臣等在職未安, 請避。" 傳曰: "此非關係社稷事, 雖放之, 何傷於事? 予言是也, 而爾等反請避嫌可乎?" 惟淸等更啓: "此事, 臣等以謂有關社稷也。 富商大賈有犯大罪, 而放遣不治, 則刑政紊亂, 刑政紊亂, 則危亡至矣。 臣等守法, 常恐廢壞, 若於富商大賈, 則不能治之, 只於殘劣者行之, 則奸猾之徒無所懲, 而臣等亦被笑於人矣。 雖宗宰有罪, 亦當依律斷之, 況此商賈之徒, 何可曲貸?" 傳曰: "崔末同等事, 予命放之, 爾等不從, 他日經筵何面目見我乎?" 獻納崔亨漢啓: "雖勳戚大臣之罪, 亦不可特赦, 況此商賈之徒, 豈宜屈法私貰乎? 今若不治, 凡市井之徒必曰: ‘雖誑誘閭閻, 供佛、飯僧, 亦無害也; 雖越獄、解枷, 亦無害也; 雖被憲府囚禁, 特恩可冀。’ 將無所不至矣。" 傳曰: "予恐人殞命, 故放之。 爾等不從, 任爾自爲之。" 惟淸等更啓: "臺諫之任, 與人主爭是非, 使無過擧也。 上若終不允兪, 請遞臣等之職。" 傳曰: "凡有罪者, 其初犯或赦之, 至再犯乃治之。 今此輩以不緊之罪, 當暑月久在牢獄, 故予命放遣。 爾等不從, 是董卓之漸也。 卓以時君爲暗弱, 不堪主社稷, 故如彼也。 古語云: ‘囹圄空虛。’ 不亦美乎? 古之賢君, 若見罪人, 下車自責, 是亦美事也。 予命放遣, 豈有他意? 爾等所云爭是非者, 何謂也? 予若農月興土木之役, 則爾等爭之亦可矣, 此事不宜爾也。" 惟淸等更啓: "臣等欲治有罪之人, 豈是董卓之漸乎? 所謂囹圄空虛者, 非故放有罪而然也。 勳戚大臣情狀已著, 則亦不可屈法、伸恩, 而今此市井商賈之所犯, 必欲捨之, 外間人能無疑乎?" 傳曰: "爾等所啓, 不能無疑云爾者, 似謂予從請托也。 君弱臣强, 危亡之漸也。 然予旣不勝, 其保放推鞫, 以治解枷之罪。" 惟淸等更啓: "上敎云: ‘君弱臣强, 危亡之漸也。’ 臣等不勝憤激。 近來非徒不從臺諫之言, 失言甚多, 願殿下從此不復如此也。 請依法囚禁推鞫。" 傳曰: "爾等自以爲是, 雖命之, 必不放遣, 明日其速照律以啓。"
- 【태백산사고본】 8책 29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311 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사법-재판(裁判) / 사법-탄핵(彈劾) / 상업-상인(商人)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