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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 12권, 연산 2년 1월 3일 임오 2번째기사 1496년 명 홍치(弘治) 9년

도첩이 없는 자를 공역에 배정하도록 승정원에 전지하다

승정원(承政院)에 전교하기를,

"국가가 백성에게 중이 되는 것을 금하여, 그 도첩(度牒)이 없는 자는 모든 고을로 하여금 조사해 내서 공역(公役)에 배정하게 하였다. 그러나 중이 되는 것은 어찌 산간의 거친 밥과 나물국을 즐겨서이랴. 오로지 국가가 인정(人丁)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색하여 비록 한 집안에 서너명의 인정(人丁)이 있더라도 다 군적(軍籍)에 기록하므로 집안에는 남은 장정이 없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이 때문에 생계의 이익이 적으므로 출가하여 중이 되는 것이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여름철에 더웁거나 비가 많이 와도 소민(小民)은 원망하고, 겨울철에 추워도 소민은 역시 원망하는 법이니, 백성을 다루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 어려운 점을 미루어 평이한 길을 찾아내야 백성이 편안하다.’하였으니, 지금 백성으로 하여금 남은 장정을 가지고서 농사에 전력하게 하여 생계를 넉넉하게 만들어 주자면 어떤 길이 있겠는가?"

하매, 승지(承旨)들이 《대전속록(大典續錄)》의 급보조(給保條)에 표를 붙여서 아뢰기를,

"국가가 지극히 자상하게 법을 세워서 지금 다시 더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군액(軍額)의 인정(人丁)이 제한이 있어 혹시 준보(准保)013) 하지 않은 자가 있을지라도 군액을 경솔히 고쳐서는 아니 되며, 다시 다른 조문을 내세워도 아니 되옵니다. 지금 전하께서 백성의 질고(疾苦)를 환히 아시고서 이와 같이 하문(下問)하시니, 전지(傳旨)를 지어서 해조(該曹)에 내리는 것이 어떠하오리까? 또 국가에 근년에 들어 공역(工役)이 번다하여 경기의 수군(水軍)·보정병(步正兵)들이 역사가 너무 중해서, 파산하는 자까지 있으니, 긴요한 일이 아니면 수군·보정병을 출력시키지 말도록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그런 뜻으로 해사(該司)에 유시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12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60 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사상-불교(佛敎) / 군사-군역(軍役)

  • [註 013]
    준보(准保) : 군보(軍保)를 갖추 배정함. 군보는 정병(正兵)을 돕기 위하여 조정(助丁)인 봉족(奉足) 두 사람을 붙여 정병의 농사를 대신 짓게 하는 것.

○傳于承政院曰: "國家禁人爲僧, 其無度牒者, 令諸邑推刷定役。 然僧徒豈樂於山間蔬食菜羹哉? 專由國家搜括人丁, 無有脫漏, 一家雖或有三、四人丁, 盡錄軍籍, 家無餘丁以業農, 因此生利鮮少, 出而爲僧。 《書》曰: ‘夏暑雨, 小民惟曰怨咨, 冬祈寒, 小民亦惟曰怨咨, 厥惟艱哉! 思其艱, 以圖其易, 民乃寧。’ 今使民有餘丁, 力於農事, 生利有裕, 其道何由?" 承旨等貼標《大典續錄》 給保條以啓: "國家立法至詳, 今無以加。 但軍額人丁有限, 或未有準保者, 軍額不可輕改, 且不可更立他條。 今上灼知民生疾苦, 下問如此, 作傳旨下該曹何如? 且國家近年工役煩多, 京畿水軍與步正兵等, 役事甚重, 至有破産者。 緊關事外, 請勿役水軍、步正兵。" 傳曰: "其以此意, 諭該司。"


  • 【태백산사고본】 3책 12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3 책 60 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사상-불교(佛敎) / 군사-군역(軍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