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 김삼준이 금주를 파하지 말 것과 영선을 금지 시킬 것·홍귀달과 윤효손 등을 추문할 것을 청하다
사간원 정언(司諫院正言) 김삼준(金三俊)이 와서 아뢰기를,
"올해는 삼농(三農)916) 의 달에 한재(旱災)가 매우 심한데, 근일(近日)에 풍재(風災)가 있었고, 어제에도 우박이 내렸습니다. 가만히 듣건대 고양(高陽)·부평(富平) 등지에는 또 충재(蟲災)가 있어서 곡식이 손상(損傷)되어 서성(西成)917) 이 가망(可望)없다고 하니, 구황(救荒)하는 일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대저 우박은 큰 재이(災異)이므로, 마땅히 천계(天戒)를 삼가야 하니, 주금(酒禁)을 파(罷)할 수 없습니다. 평소의 주금에서도 세력이 강한 자는 매양 빠져 나가고, 호소할 데 없는 자만이 문득 걸려드니, 무익(無益)한 듯하지만, 금망(禁網)이 있으면 너무 지나친 데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전일(前日)에 여러 곳의 영선(營繕)을 정지(停止)시켰으나, 이제 다시 이를 하는데, 청컨대 영선을 파(罷)하고 급하지 않은 일을 덜어서 소민(小民)으로 하여금 구황을 대비(對備)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홍귀달(洪貴達)·윤효손(尹孝孫)·이칙(李則)이 모두 병을 칭탁하고 부경(赴京)하기에 이르러 병을 고(告)하는 것이 옳겠습니까? 일은 사대(事大)보다 중한 것이 없는데, 이제 대신(大臣)으로서 가기를 꺼린다면 사람마다 이를 본받을 것이니, 뒷날 병을 칭탁(稱托)하는 자를 장차 이루 금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청컨대 속히 추문(推問)하여 후일을 징계하소서."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이제 우박의 재이(災異)를 만났으니 마땅히 천계(天戒)를 삼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천계(天戒)를 삼가는 것 또한 백성을 위하는 것이지만, 내가 듣건대 소민(小民)으로 혹시 술을 지닌 자가 만일 금란(禁亂)을 만나면, 반드시 사사로이 뇌물을 주고 면하고자 하는데, 오히려 면하지 못하면 벌징(罰懲)이 따르므로, 미비(糜費)를 금하려 하는 것이 도리어 백성을 해롭게 한다고 한다. 또 들으니, 세종(世宗) 때에는 가물면 곧 금하고 비가 오면 이를 파하였다고 하는데, 나의 시대에 이르러 또한 이와 같이 하는 까닭에 이제 또 이를 파하였다. 전자(前者)에 몹시 더운 때에 역사(役使)시키면 백성들이 매우 괴로와할 것이므로, 대간(臺諫)의 말로 인(因)하여 영선(營繕)을 정지(停止)하였던 것인데, 이제 가을에 서늘해질 때를 기다려 역사(役使)시키려는 것일 뿐이다. 만약 공역(公役)을 시작하였다가 중지한다면 그 재목(材木)이 반드시 썩어서 뒤에 마땅히 이를 고쳐야 할 것이니, 백성을 수로곱게 하고 재물(財物)을 손상(損傷)시키는 것이 도리어 오늘날보다도 더할 것이다. 또 대신(大臣)이 병이 있는데, 어떻게 억지로 보낼 수 있겠는가? 대신을 이와 같이 대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였다. 김삼준(金三俊)이 다시 아뢰기를,
"재목이 비록 썩는다 하나, 재목을 백성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재목의 썩는 것이 비록 아깝다 하더라도 민생(民生)의 폐해(弊害) 또한 근심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홍귀달(洪貴達) 등이 모두 멀리 가는 것을 꺼려하여 문득 병으로 사피(辭避)하니, 이것이 어찌 대신의 체통(體統)이겠습니까? 사람의 정리(情理)는 수고로움을 싫어하고 편안함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전일에 병을 칭탁(稱托)한 자가 있었으나 깊이 죄주지 않고 곧 복직(復職)시킨 까닭에 이와 같을 뿐입니다. 청컨대 국문(鞫問)하여서 뒤에 오는 폐단을 막으소서."
하였으나,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47책 29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571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외교-명(明) / 건설-건축(建築) / 재정-역(役) / 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식생활-주류(酒類) / 군사-군역(軍役)
○司諫院正言金三俊來啓曰: "今年三農之月, 旱災太甚, 近有風災, 昨亦雨雹, 竊聞, 高陽、富平等處, 又有蟲災, 禾稼損傷, 已失西成之望, 救荒之事, 不可緩也。 夫雹, 災異之大者, 當謹天戒, 酒禁不可罷也。 常時酒禁, 豪强者每漏, 無告者輒罹, 似爲無益, 然有禁網, 則不至於太濫矣。 前日停諸處營繕, 而今復爲之, 請罷營繕, 捐不急之務, 使小民, 得爲救荒之備。 洪貴達、尹孝孫、李則皆稱病, 辭避赴京, 常時居官則不辭, 而至於赴京則告病, 可乎? 事莫重於事大, 而今以大臣而憚行, 則人人效尤, 後之托病者, 將不可勝禁矣。 請亟推之, 以懲其後。" 傳曰: "今値雨雹之災, 宜謹天戒。 然所以謹天戒, 亦爲民也。 予聞, 小民或有賫酒者, 如遇禁亂, 則必私賂之, 以求免而猶不得, 罰懲隨之, 求以禁糜費, 反以爲民害。 且聞, 世宗朝, 旱則立禁, 雨則罷之, 至於予時亦如此, 故今亦罷之。 前者以苦熱役民甚勞, 故因臺諫之言而停營繕, 今待秋涼復役耳, 若始構而中止, 則其材木必腐朽, 後當改之, 勞民傷財, 反勝於今日矣。 且大臣有病, 豈可强遣之耶? 待大臣, 不可如此也。" 三俊更啓曰: "材木雖朽, 然不可以材木換百姓也。 材木之朽, 雖可惜, 民生之弊, 亦可恤也。 洪貴達等皆憚於遠赴, 輒以病辭, 是大臣之體乎? 人情莫不惡勞而喜逸, 前有托病者, 而不深罪之, 旋復其職, 故如此耳。 請鞫之, 以杜後來之弊。" 皆不聽。
- 【태백산사고본】 47책 29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2책 571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외교-명(明) / 건설-건축(建築) / 재정-역(役) / 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식생활-주류(酒類) / 군사-군역(軍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