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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217권, 성종 19년 6월 18일 경술 1번째기사 1488년 명 홍치(弘治) 1년

안호 등이 죄인에 대해 신중히 하여 옥사를 그르치지 않도록 하기를 아뢰다

홍문관 부제학(弘文館副提學) 안호(安瑚)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신 등이 가만히 생각하건대, 인주(人主)로서 한 시대를 다스리는 것은 오직 살리고 죽이는 두 가지 권력일 따름인데, 근래에 잔인(殘忍)한 자가 인명(人命)을 억울하게 해쳐서 도성(都城) 가운데에 버렸으니, 마땅히 현상(懸賞)을 걸고 잡아다가 그 죄를 바로잡아야지, 결단코 방치(放置)하여 추국(推鞫)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신 등이 삼가 살펴보건대, 선유(宣諭)한 내지(內旨)에 이르기를, ‘죄를 범한 자는 6촌(六寸) 이상의 친족(親族)에게도 장차 중죄(重罪)를 더하겠다.’ 하셨습니다. 신 등이 가만히 생각하건대, 오형(五刑)은 반역(返逆)보다 큰 것이 없으므로, 적족(赤族)에게 주벌(誅罰)을 더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연좌(緣坐)는 형제(兄弟)·백부(伯父)·숙부(叔父), 형제의 아들에게만 그쳐야 하는데, 지금 범한 자는 아울러 먼 족친(族親)까지 모두 연좌시키니, 무슨 율(律)에 근거한 것입니까? 대저 명분(名分)은 국가(國家)에서 믿고 다스리는 것으로, 국가에는 임금과 신하가 있고 집안에는 종과 주인이 있으니, 비록 작고 큼은 같지 않다 하더라도 명분(名分)은 한결같은 것입니다.

삼가 율문(律文)을 살펴보건대, 노비(奴婢)에게 죄가 있을 때에는 가장(家長)과 가장의 기친(期親), 그리고 외조부모(外祖父母)가 관사(官司)에 고하지 아니하고 때려 죽인 자는 장 1백 대이고, 죄가 없는데도 죽인 자는 장 60대에 도(徒) 1년이며, 만약 노비(奴婢)로서 가장(家長)을 단지 때리기만 한 자는 반드시 죽이고, 죽인 자는 능지 처사(凌遲處死)하니, 제율(制律)이 이와 같은 것은 명분(名分)을 소중하게 여긴 때문입니다. 이로써 그것을 막는데도 호한(豪悍)한 노비(奴婢)는 약한 주인(主人)에게 대항하여 심지어 살해(殺害)하는 자까지 있습니다. 노비(奴婢)가 주인을 살해하는 것은 패역(悖逆)한 것이 견줄 데가 없는데도 그 자신만 연좌되는 것으로 그치고, 주인이 노비를 살해하는 것은 죄가 족친(族親)에게까지 미치게 하시니, 형벌(刑罰)을 쓰는 것이 전도(顚倒)되는데 가깝지 않겠습니까?

옛사람이 이르기를, ‘법이 더욱 치밀해질수록 간특한 것은 번다해진다.’고 하였습니다. 법(法)이란 것은 현형(懸衡)595) 을 한 것처럼 사람에게 상징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인주(人主)가 가볍게 고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인주(人主)가 한때의 기분으로 이랬다 저랬다 한다면 이는 법을 믿지 않는 것으로서, 단지 백성들의 간특(奸慝)함을 조장하는 것이니, 어찌 나라를 위하는 도리가 되겠습니까? 삼가 원하건대 전하(殿下)께서 대순(大舜)흠휼지심(欽恤之心)596) 으로 떳떳하지 못한 법을 써서 모든 옥사(獄事)를 그르치지 않으신다면 매우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그대들의 뜻은 내가 이미 다 알았다. 단지 살리고 죽이는 것은 인주(人主)의 큰 권한이니, 신하(臣下)가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인주(人主)는 법을 제정(制定)하는 자인데도 상(賞)은 봄·여름에 주고, 가을·겨울에 형벌하여 천시(天時)에 순응한다. 그러므로 임금으로서도 남형[淫刑]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인데, 더욱이 신하(臣下)이겠는가? 지금 떠내려온 시신(屍身)에 파열(破裂)된 곳이 있어 잔학(殘虐)한 것이 매우 심하니, 이는 나라의 법이 있음을 의식하지 않는 행위이다. 내가 엄하게 징계하여 다스리려고 하였으나, 지금까지 죄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일의 형편을 보건대, 이는 반드시 거실 대족(巨室大族)의 행위로 그 친척(親戚)이 기반을 굳게 잡고서 그 일문(一門)에 이렇게 상서롭지 못한 변(變)이 있음을 부끄럽게 여겨서 서로 엄폐[掩覆]하여 드러내지 않는 것일 뿐이다. 대저 가문(家門)의 일이란 삼촌(三寸)은 능히 알지 못해도 사촌(四寸)은 능히 아는 것이니, 지금 이화(李譁)의 친척(親戚)으로 조정에 벼슬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한 사람도 이화(李譁)의 범한 바를 아는 사람이 없겠는가? 모두 친척이기 때문에 감추고 나에게 고하지 않는 것인데, 알면서도 고하지 않을 것 같으면 이는 임금을 기만(欺瞞)하는 것이니, 임금을 기만하는 죄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겠는가? 무릇 인주(人主)에게는 나라가 있으되 스스로 다스릴 수가 없으므로, 신하(臣下)에게 의뢰하는 것인데, 지금 죄인(罪人)을 용은(容隱)하고 고하지 않을 것 같으면, 죄인을 잡는 것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시로 이 법을 세웠을 뿐이다. 또 그대들의 직분(職分)은 지밀(至密)597) 을 가까이 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일은 나의 뜻을 본받아야 할 것인데, 도리어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니, 안호(安瑚)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이 오랫동안 경악(經幄)598) 에 모시며 아는 것은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신들의 직분(職分)입니다. 이 일이 율(律)에 합당할 것 같으면 신 등이 마땅히 먼저 아뢰어 시행(施行)되도록 하였겠지만, 단지 법에 합당하지 못할 뿐입니다. 법이란 것은 현형(懸衡)과 같은 것이므로 경(輕)하게도 중(重)하게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듣건대, 상교(上敎)에 이르시기를, ‘한때의 임시로 세운 법일 뿐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신 등은 생각건대, 인주(人主)가 법을 시행하는 것은 만세(萬世)에 시행되도록 하려는 것인데, 만약 한 죄인(罪人)을 만나 하나의 법을 세우고, 또한 죄인을 만나 또 하나의 법을 세운다면 법을 쓰는 도리가 아닐 것입니다. 무릇 죄는 반역(叛逆)보다 큰 것이 없는데도 죄가 기친(期親)에게 그치는데, 주인(主人)이 그 노비(奴婢)를 죽인 것은 6촌(六寸) 이상의 친척(親戚)에게까지 미치니, 또한 전도(顚倒)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였는데, 전교하기를,

"하늘에서 내신 백성은 본래 귀천(貴賤)이 없는 것이다. 비록 이름을 노비(奴婢)와 주인(主人)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애초에는 다같이 하늘이 낸 백성인데, 지금 사람마다 자기의 노비라 하여 잔학(殘虐)을 마음대로 한다면 이는 천민(天民)을 해치는 것이니, 임금이 있고 법이 있다고 말하겠는가? 또 그대들이 율(律) 외의 형벌(刑罰)을 적용할 수 없다고 여긴다면 애초에 어찌 못하도록 간하지 아니하고 이제야 그것을 말하는가?"

하니, 전한(典翰) 이창신(李昌臣)이 아뢰기를,

"우리 나라는 옛부터 예의(禮義)의 나라라고 일컬어 오며 노비(奴婢)가 있음으로 해서 상하(上下)가 엄정하게 구분되었습니다. 근래에 노비로서 그 주인을 살해(殺害)하는 자가 있어도 단지 그 자신만 연좌(緣坐)시키고, 주인이 노비를 죽이면 죄가 6촌(六寸)에게까지 미치니, 호한(豪悍)한 노비로서 그 강성(强盛)함을 믿고 그 주인을 얕잡아보는 자가 지금부터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또 본관(本館)에서는 많은 관원(官員)이 무릇 일을 만나면 반드시 회의(會議)를 기다린 후에 아뢰기 때문에, 지체 되어 이에 이르렀을 뿐입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이화(李譁)의 옥사(獄事)가 거의 이루어져서, 가령 장(杖) 1백 대에 그치게 되었는데 내가 혹 장 80대로 감하도록 명하거나, 혹은 더하여 사형(死刑)에 이르게 한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하였는데, 안호(安瑚)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이 아뢴 바는 정율(正律)에 따르기를 바라는 것일 뿐입니다. 만약 감하여 장 80대에 이르게 하신다면, 이는 성상의 은덕(恩德)에서 나온 호생지덕(好生之德)입니다. 또 율(律)이란 것은 천하(天下)가 함께 쓰는 것이니, 만약 혹시라도 더하여 사형(死刑)에 이르게 하신다면 신 등은 마땅히 그 불가(不可)함을 진달(陳達)할 뿐입니다."

하니, 승정원(承政院)에 전교하기를,

"홍문관(弘文館)에서 아뢴 바를 기록하여 영돈녕(領敦寧) 이상에게 보이고 의논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217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349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司法) / 신분-천인(賤人) / 윤리-강상(綱常)

  • [註 595]
    현형(懸衡) : 형(衡)은 저울을 가리킨 것으로, 저울을 매달았다는 말인데, 즉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저울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법도(法度)의 본보기를 보여줌을 뜻하는 말임.
  • [註 596]
    흠휼지심(欽恤之心) : 죄인(罪人)에 대해 신중하게 심의(審議)하는 마음.
  • [註 597]
    지밀(至密) : 임금을 가리킴.
  • [註 598]
    경악(經幄) : 경연(經筵).

○庚戌/弘文館副提學安瑚等上箚子曰:

臣等竊惟人主所以駕御一時者, 惟生殺二柄而已。 近有殘忍者, 枉害人命, 棄諸都中, 宜懸賞購求, 以正其罪, 決不可置而不鞫。 然臣等伏覩宣諭內旨曰: "犯罪者六寸以上親, 將加以重罪。" 臣等竊謂五刑莫大於叛逆, 宜加赤族之誅, 緣坐止於兄弟、伯叔父兄弟之子。 今犯者竝坐踈族, 所據何律? 夫名分, 國家所恃以爲治者也。 國而有君臣, 家而有奴主, 雖小大不同, 名分則一也。 謹按律文, 奴婢有罪, 其家長及家長之期親若外祖父母, 不告官司而敺殺者, 杖一百; 無罪而殺者, 杖六十、徒一年。 若奴婢之於家長, 但敺者必死, 殺者凌遲。 其制律如此, 所以重名分也。 以此防之, 猶豪奴悍婢與弱主抗, 甚至殺害者有之。 奴婢殺主, 悖逆無比, 而止坐其身; 主殺奴婢, 而罪及其族, 用刑不幾於顚倒乎? 古人云: "法愈密而奸愈繁。" 法者如懸衡, 垂象以示人, 非人主所得輕改之也。 若人主乘一時之快而低(昴)〔昻〕 之, 則是法不信而秪長民奸, 豈所以爲國之道乎? 伏願殿下以大舜欽恤之心, 勿用匪彝以誤庶獄, 不勝幸甚。

傳曰: "爾等之意, 予已悉矣。 但生殺者人主之大柄, 而非臣下所得而擅用者也。 且人主制法者也, 而賞以春夏, 殿以秋冬, 以順天時。 故人主不得作淫刑以逞, 而況於臣乎? 今流屍有裂破之處, 殘虐莫甚, 是不有國法也。 予欲痛懲, 而至今未得罪人, 觀其事勢, 是必巨室大族, 其親戚盤據, 羞其一門爲此不祥之變, 故相與掩覆而不露耳。 大抵家門之事, 三寸不能知, 而四寸有能知者。 今之親戚, 立朝者衆矣, 夫豈無一人知所犯哉? 皆諱其親而不告於予, 若知而不告, 則是謂欺君, 欺君之罪, 何以治之? 夫人主有國, 不能自治, 必賴於臣。 今若容隱罪人而莫之告。 則得罪人無期矣。 故權立此法耳。 且爾等職親地密, 如此等事, 宜體予意, 而反爲此言何也?" 等啓曰: "臣等久侍經幄, 知無不言, 職也。 此事若合於律, 則臣等當先敷奏而行之, 但不合於法耳。 法者如懸衡, 不可有所輕重。 今聞上敎云: ‘一時權宜之法耳。’ 臣等謂人主行法, 欲行於萬世, 若遇一罪人而設一法, 又遇一罪人而又設一法, 則非所以用律之道也。 凡罪莫大於叛逆, 而罪止期親, 主殺其婢, 而延及於六寸以上親, 不亦倒乎?" 傳曰: "天生蒸民, 本無貴賤。 雖名爲奴主, 初一天民也。 今若人人謂爲己奴僕而逞其殘虐, 則是害天民也, 其謂之有君有法乎? 且爾等以爲律外之刑, 不可用也, 則當其初, 曷不諫止, 而今乃言之歟?" 典翰李昌臣啓曰: "本國古稱禮義之邦, 以有奴婢而上下分嚴也。 近來奴隷有殺其主者, 只坐其身, 而主殺其婢, 則罪及六寸, 恐豪奴悍婢, 挾其强而弱其主者, 從此滋矣。 且本館多員, 凡遇事, 必待會議然後敷奏, 故遲遲至此耳。" 傳曰: "李譁獄幾成矣。 假如罪止杖一百者, 予或命減至杖八十, 或命加至死刑, 則爾等以爲何如?" 等啓曰: "臣等所啓, 願從正律而已。 若減至杖八十, 則是恩出於上, 所謂好生之德也。 且律者, 天下所共由, 若或加至死刑, 則臣等當陳其不可而已。" 傳于承政院曰: "弘文館所啓, 錄示領敦寧以上議之。"


  • 【태백산사고본】 33책 217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349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司法) / 신분-천인(賤人) / 윤리-강상(綱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