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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177권, 성종 16년 4월 12일 계해 3번째기사 1485년 명 성화(成化) 21년

주강에서 《상서》의 한 귀절에 이르러 대간의 임무에 대해 논하다

주강(晝講)에 나아갔다. 《상서(尙書)》를 강(講)하다가, 열명편(說命篇)의 ‘공경하고 침묵하며 도를 생각하고 있으니, 꿈에 상제께서 나에게 훌륭한 보필을 주었다. [恭默思道 夢帝賚良弼]’고 한 데에 이르러,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경연(經筵)에 나아가는 것은 한갓 구송(口誦)만 하고자 함이 아니라, 예전에 행한 일의 자취를 보고 오늘날에 시행하려고 함이다. 고종(高宗)은 어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성(至誠)에서 나왔기 때문에, 몽매지간(夢寐之間)에 상제(上帝)께서 어진 보필(輔弼)을 주었다. 진(秦)·한(漢) 이래로 현철(賢哲)한 임금이 진실로 한둘이 아니었는데, 어느 누가 어진 보필을 얻어도 치도(治道)를 일으키려 하지 않았겠는가? 어진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정성스럽지 못하였기 때문에, 꿈에 어진 보필을 얻었다는 자를 듣지 못한 것이다. 지금 내가 반복해서 생각해 보아도 그 방법을 얻지 못하겠으니, 어떻게 하면 어진 보좌(輔佐)를 얻어서 선왕(先王)의 다스림을 일으키겠는가?"

하니, 시강관(侍講官) 정성근(鄭誠謹)이 아뢰기를,

"고종(高宗)은 도(道)를 생각하는 마음이 순일(純一)하고 다른 마음이 없어서 하늘과 더불어 막힘이 없으므로, 하늘이 어진 보필을 준 것입니다. 어찌 우연(偶然)이었겠습니까? 원컨대 전하께서 어진 사람을 구사하는 마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하시면, 염려(念慮)하는 것이 믿는 바가 되고 정신(精神)이 미치는 바가 되어서, 현량(賢良)한 보좌(輔佐)가 나오는 것은 기다리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진 사람을 올리고 불초(不肖)한 사람을 물리치는 것은 마땅히 대간(臺諫)에게 맡기어야 합니다. 대간이 적임자를 얻게 되면, 불초한 사람을 물리치고 착한 사람을 천거하여 조정(朝廷)을 숙청(肅淸)할 수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간은 실로 중대한 임무인데, 지금 대간은 다만 재능(才能)이 있는 자를 명하여 한 계급을 올리면 반드시 과당(過當)하다고 논박(論駁)하고, 작은 일을 하나하나 들어서 책임을 면할 뿐이다. 어진 자가 침체(沈滯)되는 것과 정사(政事)의 궐실(闕失)과 국가의 대계(大計) 같은 것은 이를 말하는 자가 없으니, 내가 매우 한스럽다."

하니, 우부승지(右副承旨) 이세우(李世佑)가 아뢰기를,

"어진 사람을 올리고 바르지 못한 사람을 물리치는 것은 비단 대간의 책임만이 아닙니다. 전조(銓曹)의 관리로 마땅한 사람을 얻으면 시행하는 것이 모두 마땅함을 얻게 될 것이고, 전조의 관리가 마땅한 사람이 아니면 이와 반대일 것이니, 전조를 가려 임명하는 것을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간은 인군(人君)의 승묵(繩墨)418) 이니, 더욱이 마땅한 사람을 가리지 않아서는 안됩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지 지금 17년이 되었는데, 대간이 감히 말하여 대궐 뜰에서 간(諫)하였다는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어진 사람을 들어 쓰고 불초한 사람을 물리치는 것은 다만 자전지계(自全之計)419) 만 될 뿐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간이 말하지 않는 것은 내가 능히 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승지(承旨)의 말은 내가 능히 간(諫)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함을 말한 것인가, 대간이 능히 말하지 못함을 말한 것인가?"

하니, 이세우가 아뢰기를,

"성상께서 간(諫)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함을 말한 것이 아니고, 대간에 현인(賢人)이 없다는 것일 뿐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간의 말을 한결같이 따를 수는 없다. 대간도 어진 사람이 있고 불초한 사람이 있으니, 말하는 것이 어찌 다 지공(至公)한 데에서 나오겠는가? 간혹 사사로이 붕당(朋黨)을 심고 은밀히 선(善)한 사람을 배척하는 자도 있으니, 변별(辨別)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하니, 이세우가 아뢰기를,

"성명(聖明)하신 아래에서 어찌 이와 같은 자가 있겠습니까? 대간이 말하는 바는 모두 공론(公論)에서 나오는 것이니, 따르지 않아서는 안됩니다."

하고, 정성근이 아뢰기를,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사람은 족히 더불어 허물하지 말 것이며, 정사(政事)는 족히 더불어 나무라지 말 것이다. 오직 대인(大人)이어야만 능히 임금이 마음의 잘못을 바르게 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인주(人主)의 일심(一心)은 만화(萬化)의 근본입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먼저 마음을 바루시고 조정(朝廷)을 바르게 하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177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3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선발(選拔)

  • [註 418]
    승묵(繩墨) : 먹줄이란 뜻으로, 법을 집행하는 사람을 이름.
  • [註 419]
    자전지계(自全之計) : 자기의 편안하고 온전함을 도모하는 꾀.

○御晝講。 講《尙書》, 至《說命》 ‘恭默思道, 夢帝賚良弼。’ 上曰: "予御經筵, 非徒欲口誦而已, 觀古行事之迹, 欲施之於今日也。 高宗思賢之心, 出於至誠, 故夢寐之間, 帝賚良弼。 以下, 賢哲之君固非一二, 孰不欲得良弼興治道乎? 思賢不誠, 故夢得良弼者無聞焉。 今予反覆思之, 未得其道, 何以則得良佐, 以興先王之治乎?" 侍講官鄭誠謹啓曰: "高宗思道之心, 純一無二, 與天無間, 故天賚以良弼, 豈偶然哉? 願殿下求賢之心終始惟一, 則念慮所孚, 精神所格, 賢佐之出, 不期然而然矣。 且進賢退不肖, 當責之臺諫, 臺諫得人, 則激濁揚淸, 可以肅淸朝廷矣。" 上曰: "臺諫實爲重任。 今臺諫, 只以有才能者命陞一階, 則必以過當論駁, 毛擧小事以塞責而已。 如賢者之沈滯、政事之闕失、國家之大計, 無有言之者, 予甚恨焉。" 右副承旨李世佑啓曰: "進賢退邪, 非特臺諫之責也。 銓曹得其人, 則擧措咸得其宜;銓曹非其人, 則反是, 擇任銓曹, 不可不愼。 且臺諫, 人君之繩墨, 尤不可不擇其人。 殿下卽位, 于今十有七年, 未聞有臺諫敢言廷爭, 擧賢退不肖, 但爲自全之計耳。" 上曰: "臺諫之不言, 由予之不能聽也。 承旨之言, 以謂予不能納諫歟? 臺諫不能言歟?" 世佑曰: "非謂聖上不能納諫, 臺諫無賢人耳。" 上曰: "臺諫之言, 不可一從。 臺諫有賢有不肖, 所言豈盡出於至公哉? 或有私樹朋黨, 陰斥善人者, 不可不辨也。" 世佑曰: "聖明之下, 豈有如是者乎? 臺諫所言, 皆出公論, 不可不從。" 誠謹曰: "《孟子》曰: ‘人, 不足與適也;政, 不足與間也。 惟大人爲能格君心之非。’ 人主一心, 萬化之原。 願殿下先正心, 以正朝廷。"


  • 【태백산사고본】 27책 177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1책 3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인사-선발(選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