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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168권, 성종 15년 7월 9일 계사 1번째기사 1484년 명 성화(成化) 20년

한치형이 별헌을 양감하는 문제에 대해 아뢰자 영돈녕부사와 의논케 하다

청성군(淸城君) 한치형(韓致亨)이 아뢰기를,

"별헌(別獻)을 양감(量減)583) 한다는 것을 신이 들었습니다. 금(金)·은(銀)·토표피(土豹皮)·초서피(貂鼠皮) 따위의 물건은 우리 나라에서 나는 것이 아니고 호아(虎牙)는 얻기가 쉽지 않으니, 이러한 물건은 중국에서 줄여 바치는 까닭을 묻더라도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 없으나, 그 밖의 장만하기 쉬운 물건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신의 생각으로는, 장만하기 쉬운 물건을 올해에는 수대로 갖추어 바치고 뒷날에 점차로 줄여야 옳겠습니다. 이제 반드시 수를 줄이고자 한다면, 장만하기 어려운 물건은 줄이더라도 장만하기 쉬운 물건은 더 바치는 것이 적당하겠습니다. 신이 전일 북경에 갔을 때에 태감(太監) 등은 별헌(別獻)이 관(館)에 도착하였음을 듣고 곧 성지(聖旨)라 하여 가져갔으니, 이것으로 보면 별헌하는 물건을 황제도 가볍게 보지 않는데, 혹 꾸짖어 묻게 된다면 전하께서 지극한 정성으로 사대(事大)하는 뜻이 손상될 것입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경이 아뢴 바가 옳다. 더할 물건을 승정원(承政院)과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좌승지(左承旨) 권건(權健)·우승지(右承旨)·이덕숭(李德崇)·좌부승지(左副承旨) 김종직(金宗直)이 아뢰기를,

"진헌(進獻)하는 물건을 국가에서 줄이는 까닭은 장만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제 성지(聖旨) 외에 마음대로 더 바치면 아마도 뒷날의 폐단을 끼칠 것입니다."

하고, 도승지(都承旨) 김여석(金礪石)이 아뢰기를,

"황제가 묻지 않는다면 그만이겠으나, 혹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장만하기 쉬운 물건으로 수량을 더하여 진헌하면 대답하기도 쉬울 것이니, 신은 한치형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대저 인정(人情)이란 더하면 기뻐하고, 줄이면 노여워하는 것인데, 이제 더 바친들 무슨 뒷날의 폐단이 있겠는가? 내 생각으로는, 이제 단자(單子) 두 건(件)을 만들되 하나는 수량을 더한 물목(物目)을 쓰고 하나는 수량을 줄인 물목을 써서, 곡청(谷淸)에게 말하기를, ‘우리 나라에서 장만하기 어려운 물건은 정(鄭)584) 김(金)585) 두 태감(太監)이 전부터 잘 알고 대인(大人)도 알고 있는데, 장만하기 어려운 물건은 어쩔 수 없이 수량을 줄였으므로 장만하기 쉬운 물건으로 수량을 더하여 왔다.’ 하며, 곡청이 수량을 더하여도 무방하다고 하면 수량을 더한 단자로 진헌하는 것이 옳겠고, 안된다고 하면 수량을 줄인 단자를 바치는 것이 옳겠다."

하였다. 한치형이 아뢰기를,

"곡청은 반드시 줄인 것을 따를 리가 없으니, 수량을 더한 단자만을 가지고 가서 바치는 것만 못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한치형이 아뢴 대로 하라. 또 진헌에 수량을 더할 물건은 영돈녕부사(領敦寧府事) 이상에게 보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168권 5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606면
  • 【분류】
    외교-명(明)

○癸巳/淸城君 韓致亨啓曰: "臣聞別獻量減之事。 如金、銀、土豹皮、貂鼠皮等物, 非我國所産, 虎牙, 則得之不易。 若此之物, 中朝雖問減獻之由, 答之無難矣, 其他易備之物, 將何以答之? 臣意以謂: ‘易備之物, 今年須備數獻之, 後日漸次而減, 可矣。’ 今若必欲減數, 則難備之物雖減, 易備之物, 加進爲便。 臣前日赴京時, 太監等聞別獻到館, 卽以聖旨齎去。 以此觀之, 別獻之物, 皇帝亦不輕視之, 若或譴問, 則殿下至誠事大之義, 缺矣。" 傳曰: "卿所啓, 是矣。 可加之物, 其與政院議啓。" 左承旨權健、右承旨李德崇、左副承旨金宗直啓曰: "進獻之物, 國家減之者, 以其難備耳。 今於聖旨外, 擅便加進, 恐貽後日之弊。" 都承旨金礪石啓曰: "皇帝不問則已矣, 如或問之, 何以答之? 易備之物, 加數進獻, 則答之爲易。 臣意致亨之言, 是矣。" 傳曰: "大抵人情加則喜, 減則怒, 今雖加進, 有何後弊乎? 予意以爲, 今成單本二件, 一書加數物目, 一書減數物目, 語谷淸曰: ‘我國難備之物, 兩太監備嘗知之, 而大人亦知之矣。 難備之物, 不得己減數, 故易備之物, 加數而來。’ 谷淸若云: ‘加數無妨’, 則以加數單本進獻, 可也。 若曰不可, 則進減數單本可也。" 致亨啓曰: "谷淸必無從減之理, 莫若但持加數單本而進。" 傳曰: "依致亨所啓。 且以進獻加數之物, 示領敦寧以上。"


  • 【태백산사고본】 25책 168권 5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606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