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노공필이 사사전의 개혁을 청하다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노공필(盧公弼) 등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공신전(功臣田)과 직전(職田)은 선왕께서 선비를 권장하고 공로에 보답하기 위하여 설치하였습니다. 전하(殿下)께서 오늘 날 이를 감한 것이 어찌 하고 싶어서였겠습니까? 오로지 나라의 경비가 부족하므로 부득이한 데에서 나온 것입니다. 경비가 부족하면 마땅히 먼저 경비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 드는 비용으로서는 사사전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그 수는 무려 1만여 결이나 되니, 그 세가 많지 않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저 마음을 쓰는 사람은 사람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사람은 사람에게서 다스림을 받는 것인데, 사람에게서 다스림을 받는 자는 사람을 먹여 살리고 사람을 다스리는 사람은 다스림을 받는 사람이 먹여줍니다. 그래서 공이 나라에 있으면 먹여지고 공이 백성에게 있으면 먹여지는 것인데, 신(臣) 등은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중들은 백성에게 공이 있습니까, 나라에 공이 있습니까? 만약 나라에나 백성에게 공이 없다면 사람들이 먹여 살리는 것은 불가한 것입니다. 백성이나 나라에 공이 있으면서도 오히려 먹여 살리지 못하는 형편인데, 백성에게나 나라에 공도 없으면서 먹여 살릴 수 있겠습니까? 만일 사사전(寺社田)이 선왕 때에 있었던 일이라 가벼이 고칠 수 없는 것이라면, 공신전이나 직전만은 선왕께서 설치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또 중들이 춥고 배고프기 때문에 가벼이 감(減)하지 못한다면, 세가 없는 모든 절에까지 두루 베풀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비록 부처를 믿는 마음이 없다 하더라도 이같은 행사를 본다면 어리석은 백성들이야 어찌 성의(聖意)의 소재를 알 것이며 천 년의 후세에 또한 어찌 이를 거론할 자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과단성 있게 조처하여 사사전을 모두 개혁해서 경비를 보충하고 백성의 의혹을 풀어 후세의 빈축을 막게 하소서."
하였으나,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166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91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재정-국용(國用) / 정론-간쟁(諫諍) / 농업-전제(田制) / 사상-불교(佛敎)
○司憲府大司憲盧公弼等上箚子曰:
功臣田與職田, 先王所以勸士報功而設也。 殿下今日之減, 豈所欲哉? 專以國家經費不足, 出於不得已也。 經費不足, 則當先省費矣。 方今浮費, 無過於寺社田, 而其數無慮一萬餘結, 則其稅不可謂不多。 大抵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 治於人者食人, 治人者食於人, 故有功於國則食之, 有功於民則食之, 臣等未知僧徒亦有功於民, 有功於國者歟。 若無功於國於民, 則固不可食於人矣。 有功於民於國者, 尙且不食, 則無功於民於國者, 其可獨食乎? 若以寺社田在先王時事, 未可輕改, 則功臣田, 與職田, 獨非先王所設歟? 且謂: "僧徒飢寒, 不忍輕減," 則諸寺之無稅者, 其可博施乎? 殿下雖無信佛之心, 而見於行事如是, 則至愚小民, 安知聖意之所在, 而千載之下, 亦安知無議之者乎? 伏望廓揮剛斷, 盡革寺社之田, 以補經費, 以解民惑, 以杜後譏。
不聽。
- 【태백산사고본】 25책 166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91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재정-국용(國用) / 정론-간쟁(諫諍) / 농업-전제(田制) / 사상-불교(佛敎)